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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8.06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 4
  3. 2011.07.21 모비딕 7
  4. 2011.07.14 영원의 단면? 4
2011. 10. 11. 23:36


홍상수의 자유로운 붓질, 북촌을 그려내다.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2011 / 한국)
출연 유준상,김상중,송선미,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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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미술학도를 꿈꾸던 내게 커다란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채화였다. 4B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정갈하게 스케치를 하고 빛의 방향을 파악해서 명암을 넣는 과정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채색단계,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을 덧칠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은 엉망이 되어버리곤 했다. 너덜너덜해진 스케치북과 온갖 색깔로 뒤범벅이 된 팔레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학원 선생님께 “물 조절을 잘 못해서 그런가 봐요. 라면도 그래서 잘 못 끓이거든요, 하하.”라며 어색한 변명을 던졌다. 그 해 나는 미술학원을 그만두었다.


‘북촌방향’은 내게 잘 그린 수채화 같은 영화다. 무겁지 않은 샷들이 겹겹이 쌓이고 교차하고 여백을 만들며 어느 한 공간을 채워나간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무엇부터 색칠했는지는 알 수 없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인 덩어리만이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불확실성과 우연성으로 점철된 홍상수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북촌방향’이란 수채화는 아마 추상화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영화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은 친한 형인 영호(김상중)를 만날 겸 서울 북촌으로 온다. 한정식 집과 술집을 오가며 성준과 영호가 어울리는 자리에는 성준의 첫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인연이 있는 중원(김의성), 영호의 후배 보람(송선미) 등이 동석한다. 성준은 옛 여자 친구 경진과 꼭 닮은 술집주인 예전(김보경)에게 끌려 하룻밤을 보낸다. 간단한 서사지만 각 에피소드가 연결되고 축적되기 보다는 토막토막 난 시간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다르게 느껴진다.


성준은 홍상수의 남자답게 적당히 찌질한 속물이다. 불안함과 예민함을 고루 갖추고 우유부단한 면모도 보이는 그는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이자 1인칭 서술자이다. 그래서 ‘북촌방향’ 속을 흐르는 시간은 그의 기억과 상상과 착각과 회상이 뒤엉켜 있다. 흑백영화란 영화적 장치도 정확한 시간의 분절보다는 밤낮의 반복으로 시간을 변주한다. 또한 ‘북촌’이란 공간적 배경 또한 명확한 경계가 없으며, 김보경의 1인 2역 또한 불분명한 캐릭터란 점에서 영화의 흐름과 상통한다. 시간, 공간, 인물 등 흔히 명확성이 요구되는 요소들에게서 경계를 지워냄으로써 ‘북촌방향’은 일종의 자유로운 에너지, 즉 가능성을 획득하게 된다. 홍상수의 자유로운 붓질이 그려낸 투명하되, 불투명한 수채화인 것이다.


‘북촌방향’ 속 이야기가 일종의 비연속적 반복이었다고 보면, 그 대상을 확장하여 홍상수의 전작들과도 일종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옥희의 영화’나 ‘하하하’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다 멈추고 끊겼다가 이어지는 방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지닌다. 북촌으로 향하는, 짧다면 짧은 79분의 러닝타임 속에서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가끔은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 이야기들 속에 우리는 팝콘을 안주로 편하게 즐기는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느낀다. 당황스럽지만 즐거운 사유의 기쁨을 만끽하며, 오늘은 북촌으로 가고 싶다. ‘소설’에 들러 술 한 잔 걸치면 딱 좋을, 바람이 쌀쌀해진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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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6. 08:30

안녕하세요~ 여러분!
목요일 코너를 맡은 '감귤양'입니다!!

저번 주에 이어서 이번 주까지 제 글은 제 시간을 지키지 못 한 채, 이렇게 뜬금없이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사죄의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변명을 이어보자면, 그동안 1달 남짓된 회사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건지
몸이 크게 아팠습니다! 그래서 피치 못 하게 글을 올리지 못 한 것이니까요, 너그럽게 넘어 가 주세요 ㅠ_ㅠ


그리고 이어지는 제 영화 이야기는, 1999년 작품인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도 파격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1999)>는 개봉 이후부터 지금까지 '레즈비언 영화'로써의 궤적을 그리면서 회자되어왔다. 그러한 시도는 레즈비언의 신화적 탄생, 숭고한 죽음과 초 감성적인 소통 수단 등 '타자'적 성을 스크린이라는 환상을 통하여 욕망의 대상과 원인으로 놓고자하는 데에서 그칠 수 있다. 영화가 동성애적 파급을 불러 일으킬만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에만 침착하는 일부 비평들은 파격을 겨냥했음에도 고루하다.


 극 중에서 '효신'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섹슈얼리티의 표상이다. '효신'은 철저하게 타자로 인식되고, 그녀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은 '시은'이다. <여고 괴담 2>는 현재 시점의 디제시스 안에 과거 회상의 디제시스 -'효신'과 '시은'이 쓰는 '교환 일기'-가 중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그들이 구축한 관계 속에서 '효신'은 평범한 여고생인 듯 보이지만 '시은'에 대한 애정이 맹목적이고 과도해지는 지점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시은'에게마저 거부당한 그녀는 철저하게 고립되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대부분의 한국 공포 영화는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서의 몬스터를 내세운다. 더구나 영화 <여고 괴담 2>의 배경은 다름아닌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여 훈련시키는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남자 교생 선생님의 첫사랑 에피소드로 대변되는 '이성애' 판타지에 대한 소녀들의 열광은 정상적이고, 심지어 풋풋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동료 학생에게 보이는 애정은 낮은 수위를 기준으로 호모 섹슈얼리티로 쉽사리 둔갑하고, 처벌 받는다. '효신'이 죽기 전, 자신을 그저 '한' 아이로 사람들이 기억 해 주기 바란다는 사소한 소망은 차라리 절망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무차별적 억압의 결과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는 필연적으로 '학교'로 돌아와 공포의 대상이 된다.
 
'효신'에게 있어서 여자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자신의 '사랑'을 억압하고 해체시키는 장소다. 주목해야할 것은, 반면 '학교'라는 집단이 그녀를 억압하는 원인은 '시은에 대한 감정'에만 국한되지 않는 점이다. 그들의 관심은 '정상'의 잣대에 따라서 판가름된 모든 '비정상'을 처단하는데에 쏠려있다. 하지만 '비정상'이라는 것은 '정상'의 반댓말이자 상응어이다. 영적 존재로 귀환한 '효신'에 대한 두려움은 '정상'과 '비정상'이 애초에 한 사람의 두가지 면모라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효신'이 보여주는 몬스터의 실체는 그다지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지 않다. 학생과 선생님들의 혼란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왔던 '비정상'의 분신인 '효신'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효신'의 영은 '시은'이 자신의 '배신'을 참회하자 학교를 떠난다. 그녀는 처음부터 실질적인 억압의 주체였던 '학교'에 대한 심판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어딘가 미해결된 사건의 느낌을 받는다. 다만 지금껏 실질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타자적 성을 풀어내어 한국 영화계에 소외된 것에의 표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으로 위안 삼아 본다.

역시나 '결'이 약한 제 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헤헷 :)
조금 진지하고 딱딱하게 공포 영화에 대해서 생각 해 본 글입니다!
모쪼록 이 영화를 보지 못 한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길 바라봅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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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귤양
2011. 7. 21. 08:30
 
모비딕
감독 박인제 (2011 / 한국)
출연 황정민,진구,김민희,김상호
상세보기




+ 오늘은 영화 <모비딕(2011)>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할까 해요 :) 저는 '알고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스포일러가 될 법한 내용도 과감하게(!) 썼답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는 앞으로 모비딕을 볼 예정이야!' 혹은 '영화란 모르고 봐야 제 맛이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일단, 즐겁게 관람하신 후에 읽어주세요! 헤헷

++ 늘 이렇게 진지한 글을 쓰지는 않을 거에요~ 그냥 <모비딕>을 보고 나서는 무언가 생각이 저렇게 사뭇 딱딱하게 뽑아지더라고요! 아, 그리고 기승전결 구조에서 늘 '결'이 문제인 저는(....) 앞으로 흥미로운 결말을 쓰기 위해서 노력할거니까요, 변하는 제 글 모양새를 꼭 지켜봐 주세요
:) 








그는 심해를 유영하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깊은 물 속에서, 그의 부릅뜬 두 눈과 쉼 없는 두 손은 거대한 무언가의 표면을 살피고 더듬는 중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영화 <모비딕>은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프닝 타이틀이 한바탕 지나가고 난 까만 스크린에는 소설 '모비딕'의 한 구절이 쓰여진다. "그것이 흰고래인 줄 알고 싸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자 이방우(황정민 역)는 자신의 안위보다도 직업적 소신에 집중하는 인물이다. 오로지 특종을 잡겠다는 생각 밖에 없는 그에게는 언젠가 고위층의 비리 정보를 얻어내면서 생긴 다리의 흉터만이 자랑거리다.
 
그랬던 이방우가 '발암교 폭파' 사건을 단지 기사거리가 아닌 '진실'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로 보게 되면서, 극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그 일련의 과정은 영웅 탄생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1) 윤혁은 이방우에게 발암교 사건이 조작되었으며,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고 말한다. 2)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꾸민건지 찾는 이방우를 동료 기자 손진기와 성효관이 돕게 된다. 3)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진기가 죽게 되고, 이방우는 더욱 '진실'을 찾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4) 이방우와  성효관은 그 '진실'이 '모비딕'이라는 거대 권력 집단의 소행임을 알게 되고, 또다시 일어날 비극을 멈추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5) 결국 수백명이 무고하게 죽을 뻔한 초대형 음모을 막은 이병우는 기자직을 사퇴한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방우는 확실히 영웅적인 주인공의 면모를 갖춘다. 특종은 고사하고 오보가 될 것이 뻔한 '가십' 기사를 써 내거나, 후배 여기자의 미래를 걱정하여 책임을 떠안기도 한다. 분명 괄목할만한 변화다. 자기 자신조차 안중에 없었던 그가 동료나 불특정 다수의 안위를 지키기 위하여 모든 위기를 감수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방우가 맞닥뜨린 진실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무겁다. '모비딕'의 실체를 다 밝히지 못 하고, 그 배후 세력을 소탕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힘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남은 희망이라면, 기사 거리를 던져주고 비리를 폭로하도록 돕는 또다른 집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다.

손진기의 '정보원'과 극의 마지막에 이방우에게 접촉했던 남자는 소속이 같은 듯 하다. 언뜻 '모비딕'과 닮아있는 그 존재는 무엇일까. 유일무이한 권력 독식 집단을 막으려는, 경찰이나 검찰을 넘어선 레지스탕스는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모비딕' 내부에 있는 것일까. 신문사를 나온 이방우 역시 그것에 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들은 '윤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으로 연결된다. 내부고발자인 윤혁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불의를 행하던 '비열함'과 '고발자'로서의 '정의감'을 모두 갖는다. 선과 악, 용기와 비겁함, 죄책감과 속죄 의지까지도. '윤혁'은 그러한 대립되는 면들을 마주 세워서 만든 입체도형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그는 접착제가 없어서 그대로 펼쳐 놓은 도형전개도 같다. 그가 보여주는 행동이나 감정에는 개연성이 없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관객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도록 도와줄 사람은 윤혁 뿐이었는데, 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영화 <모비딕>은 정치와 음모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범죄 스럴러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신선한 시도였던만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CCTV를 통하여 녹화된 다리 폭파 장면을 보여준 도입부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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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14. 08:30


안녕하세요? 목요일 코너 '영원의 단면'을 맡게 된 '감귤양'이라고 합니다 :) 으헤헤헤

일주일 중에 목요일 쯤 되면, 쌓여있던 피로가 와르르 몰려오지는 않으세요?
빨리 주말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안 나신다구요? 
그럴 때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 초/분 단위로 만져 질 지경이라구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께 목요일의 즐거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비록 짧은 글 뿐이지만요!


저는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 장르의 줄거리와 감상을 전해드릴건데요!
코너 제목이 '영원의 단면'인 이유를 대략 말씀드릴까 해요~

영화나 드라마는 누군가의 일생 중 어떤 부분이겠지요. 
그 삶의 어느 시간, 어느 날에 대한 제 나름의 느낌을 전하고 싶어서,
그 영원의 단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지은 제목이랍니다!
어떤가요? 수긍할만한 이야기였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아쉽게도 수제 추천사를 당장 준비하지 못 했어요!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더니,
또 갑자기 회사를 다니게 되어서 정말 정신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
그치만 우리 아직 만날 날이 많으니까요! 차근차근 스캔해서 올리도록 할께요!

여러분, 이제 자주 편하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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