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9. 08:30
 

 늦은 밤, 한동안 듣지 않았던 노래를 찾아 다시 들어보는 일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만나기도 하고요. 노래는 무언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힘이 있지만,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보통 그것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대상에 해당되곤 합니다. 그러니까, 노래는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요, 지금 음악을 듣다가 바로 그런 노래를 만났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음악이 몇 개 있습니다. 제가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 많이 연상되는 것일 수도 있고요. 리처드 막스의 now and forever라든지 카니발의 취중진담이라든지 영화 nineost 중에서 니콜키드만이 부른 unusual way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런 노래들입니다. 그 노래들을 들을 때면 과거 사랑의 시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머릿속에 떠오르곤 합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보석같이 아름다운 추억들이죠.

 

 어머 왠 자랑질이죠?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누구나 그런 추억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런 거 없으면 연애한 거 아니잖아요.... 미안해요. 사과할께요.

 

 아무튼 과거의 연인이라고 하면, 보통 연인 사이에서 질투의 대상이 되는 단골 소재지만 저는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할 사람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면, 과거의 사랑을 모두 지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은 분명 행복한 기억이고 그런 자존감은 우리가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헤어진 후에는 각자가 소유한 추억이니까요. 물론 지금 연인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살짝 질투 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질투는 그 과거가 현재를 위협할까봐 생기는 일시적인 두려움일 뿐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걸 믿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자든 여자든 과거의 일에 질투하는 연인에게 왜 다 지나간 일 가지고 그래? 라고 몰아붙이지 말아요 _)

 

 사실 과거의 연인들은 지금 그 사람을 있게 해준, 어떤 부분에서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 이 사람이 있는 거고, 이 사람이 과거의 연인들 때문에 성장했다면 저는 그 수혜자일테니까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 역시 저의 과거의 연인들에 대한 마음을 과거로 한정해 추억하는 것에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제가 확실히 과거의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지 않고 있다고 확신할 때 말입니다. (그런데 보통 남자들은 과거 연인을 현재에 만났을 때 잘 단절을 못한다는 데 사실인가요? 남자의 마음은 방이 여러 개라서 우선순위가 있을 뿐 지나간 연인들도 모두 마음에 담고 있다는 얘기 말이에요.) 물론 연인이 싫어한다면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죠.

 

 연애가 끝나면 모든 시간이 없어진 것처럼 reset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사실 이별을 빨리 극복하려면 필요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더 맞는 사람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그 당시 눈앞에서 치우되, 다 버리거나 지우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연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 사람의 일부니까요. 그러고 보면 연애란, 사람이 얼마나 여러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 존재이며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 중 일부가 아니라 그 전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한 단계 레벨 업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훗날 아이들 앞에서 서로 과거의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꿰고 있는 남편과 저를 상상하곤 합니다. 장난스럽게 서로의 로맨스를 들추다가 당신 꽤나 대단했네.’라면서 그런 나를 차지한 게 바로 당신이지라고 닭살 돋는 상황을 연출하면 아이들이 어우 엄마아빠 그만 좀 해라고 짜증내는 (나랑 남편만?) 행복한 그림이에요.

 

 상상은 자유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과거의 사랑을 모두 지우는 게 좋으십니까, 아니면 남겨두는 게 좋으십니까.

 연인이 그런다면 싫을까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단절시켜서 간직하는 것은 어느 정도로 가능할까요?

 

 언젠가 손자손녀에게 자랑할 보석 같은 추억 하나씩, 간직하고 계실테죠. 그 내용을 여기서 물을 수는 없지만, 감히 무척 궁금합니다. ㅎㅎ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추억들이 많이 생기시기를 기원합니다.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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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8. 08:30



요즘 제가 악기를 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바로, 바이올린
(그래서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베짱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놀고 먹고 바이올린 징가징가 ㅋㅋㅋㅋ)

항상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국민학교 다닐 적엔 피아노를 배웠고 (누구나 거치는 생애첫사교육 피아노&태권도)
대학 땐 동방에서 유유자적 통기타를 튕기는 선배들 모습에 빠져 낙원상가로 직행, 어쿠스틱 기타를 구입했었지요.
물론, 집에 있는 피아노 뚜껑엔 먼지만 그득하고, 기타는 GCA코드만 배우고 그만 두었지만요 ㅋㅋㅋ

하지만 음악 영화나 공연 실황만 보면 다시 음악의 피가 끓어올랐어요.
말할 수 없는 비밀 보면 "나 오늘부터 피아노 다시 한다"
어거스트 러쉬 보면 "나 오늘부터 기타 다시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만 할 게 아니라, 쉬는 김에 마음 먹고 악기 하나 마스터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성미산 학교(성산동 마을 공동체 대안학교입니다.)에 놀러갔다가 포스터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1달만에 스트링 브라스 마스터하기!>


한달? 한달안에 마스터한다고? +_+

1달만에 스트링 브라스 마스터하기 (이하 "한달이") 단기집중 악기교육 프로그램입니다. :)
주3회 2시간씩 한달간, 악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 선생님에게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고,
독주곡 한곡과 합주곡 두곡을 연주하여 발표회를 갖는 것이 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이 포스터 보고 바로 신청!해서 (행동력있는뇨자ㅋ) 여기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




그런데 "왜 학원이 아니라 이 곳을 택했는지" 궁금하시죠? ㅎ

전, 악기 연주는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묘미는 같은 음악을 동시에 서로 다른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호흡을 맞춰가며 소통하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주 뿐만 아니라 그 마음, 함께 하는 사람도 즐기는 거죠 ㅎ
그래서 여기를 택했어요. "에듀케스트라"의 취지가 딱 저의 취지와 맞았거든요. :)





 
EduOrchestra 가 합쳐진 'EduChestra'(에듀케스트라)는 하자센터에서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이예요.
내면에 담고 있는 소리를 무대 위로 끌어낼 수 있도록 창의적 오케스트라 교육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지요.

내면의 소리를 악기를 통해 발산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통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꾀하고,
사회성을 개발하는 놀이교육의 장을 마련하려 하는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음악적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관현악기가 배우기 어렵고 가까이 하기에 먼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충분히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






그럼~ 어떻게 배우는 지 한번 구경해보실래요? ^^
스트링(현악단)은 매주 화,목,토 / 브라스(관악단)은 매주 월,수,금 모이는데요,
하루 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답니다.

2시간 내내 악기 수업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예요.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 모이면, 매일 "대가들의 연주 동영상"을 함께 시청합니다.
우리가 어디가서 클래식 음악을 듣겠어요? ㅋㅋㅋ
(특히 저는 클래식 감상이라고는 수업시간 종이나 차 후진하는 소리 따라라라~ ㅋㅋㅋ)


 



이 시간은 클래식 음악을 가볍게 듣고 친숙해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
처음엔 잠이 솔솔 왔는데 =_= 매일 한 곡씩 듣다보니 그 선율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은 어떤 날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멋진 연주가 마음을 위로해줄 때도 있더라구요. 
  
저 연주가가 누구고 악장 이름은 뭐고 그런 건 하나도 몰라요.
하지만 음악을 즐길 줄 알게 됬어요.
"예 음악은 나의 힘 푸쳐핸섭" 을 외치는 사람들의 마음, 공감이 가더라구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구나.' 라고. ^^
<한달이>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성과.. ^^

대가들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첼로 선율을 감상하고 나서~
이제 징가징가 찍찍찍 소리를 들을 차례가 옵니다. 우리들의 연습시간! ㅋㅋㅋ

 



첫 시간엔 활잡는 법부터 시작했어요. 어릴 때 바이올린을 잠깐 배웠었는데,
그때는 손 위치하며 서는 자세하며 자세를 꼭 따라야하는 게 불편했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어요.ㅋㅋ

하지만 이곳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정석 자세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첫 시간의 그 말씀이 와닿았아요. 연주를 즐겨보자는... ^^
마지막 사진 분이 저희 바이올린 샘이십니다~^^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은 바이올린반 10명, 첼로 4명인데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있어요.
5살 꼬맹이 아가씨부터 30대 멋진 언니까지!
아빠가 시켜서 온(ㅋㅋ) 중학생 친구, 대학 동아리에서 조금 배웠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온 물리학과 친구,
악기를 배우고 싶어서 온 바이올린 완전초보 공대남, 귀농해서 3천평 농사를 짓는다는 젊은 농사꾼 언니!,
첼로를 10년하고 모든 악기를 섭렵하고 싶어서 온 북경유학생 친구, 음대 졸업하고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싶어서 온 전공자친구,
저 같은 그저 나부랭이까지 ㅋㅋㅋ 정말 다양하죠? 
다양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소리를 내는다는 것도 참 아름답습니다. ^^
  


 

 

접니다 ㅋㅋㅋ
이 장면은... 연주회에서 연주할 개인곡을 정하는 날이었는데요,
저는 여인의 향기 ost인 por una cabeza 라는 탱고를 연주하고 싶었어요.
유명한 곡이죠. 딴딴딴딴! 다다다다다~ 이 곡은 저의 로망!!!! >_<

" 저, 이 곡 하겠습니다. " 하고 악보를 가져왔는데,
선생님께서 탱고를 현란하게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고 
" 아~~.... 이건 안되겠네요ㅋㅋㅋㅋㅋㅋ " 라는 저와, 그 말에 웃으시는 선생님 모습이예요.  

완전 어려워ㅠㅠㅋㅋㅋㅋㅋㅋ
탱고야 미안 너는 언니가 담에 더 잘하면 연주해줄께 ㅠㅠㅋㅋㅋㅋ 



  

첼로 하는 친구들입니다. 첼로반은 4명, 비올라반은 1명이예요.
첼로 소리 정말 멋집니다!
낮고 웅장한 소리가 곡선의 우아함을 만들어내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너그러운 미중년의 느낌이랄까 ^^ (읭?ㅋㅋㅋ)





보이시나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모였습니다~^^
이번 주가 3주차인데요, 3주차부터는 다같이 모여서 합주 연습을 하고 있어요. 

비록 소리는 징가징가이지만 
각기 다른 음역대의 소리가 조화를 이룰 때 이로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정말정말! 

합주 연습을 할 때마다
내가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듯한 짜릿한 그 기분!
오홍홍홍홍 연주회가 기대됩니다!! (너만 잘하면 돼 이든! ㅋㅋㅋㅋ)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나면 끝이 나느냐!
그것이 또 아닙니다.
남은 순서가 있어요. 중요한 시간!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



연습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부족해요.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어떤 꿈을 꾸는지...
하루에 한 명씩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답니다. ^^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 마음에 드는 시간이예요.




베짱이의 징가징가~ 연주회는 8/13 토요일(밑줄 쫙쫙)입니다. 벌써 일주일 앞으로 확 다가왔어요!

제게 그동안의 한 달은 바이올린을 배운다기 보단 음악과 가까워진 시간 같아요. ^^ 
악기를 통해 소리를 내는 법보다, 그 소리를 마음에 들여오는 방법을 익혔어요.

여러분도 피아노 건반을 다시 만져보셔도 좋고, 기타를 연주해봐도 좋고,
아님 거창한 악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리코더를 불어봐도 좋고,
장농에 멜로디언이 아직 있다면 꺼내보셔서 불어봐도 좋고 (로맨틱하덥디다^^)
삶이 힘들고 일상에 치이실 때, 악기 하나와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 모든 사진의 출처는 http://cafe.naver.com/1monthbras 이며,
  저작권은 '에듀케스트라' 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6. 08:30

안녕하세요~ 여러분!
목요일 코너를 맡은 '감귤양'입니다!!

저번 주에 이어서 이번 주까지 제 글은 제 시간을 지키지 못 한 채, 이렇게 뜬금없이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사죄의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변명을 이어보자면, 그동안 1달 남짓된 회사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건지
몸이 크게 아팠습니다! 그래서 피치 못 하게 글을 올리지 못 한 것이니까요, 너그럽게 넘어 가 주세요 ㅠ_ㅠ


그리고 이어지는 제 영화 이야기는, 1999년 작품인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도 파격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1999)>는 개봉 이후부터 지금까지 '레즈비언 영화'로써의 궤적을 그리면서 회자되어왔다. 그러한 시도는 레즈비언의 신화적 탄생, 숭고한 죽음과 초 감성적인 소통 수단 등 '타자'적 성을 스크린이라는 환상을 통하여 욕망의 대상과 원인으로 놓고자하는 데에서 그칠 수 있다. 영화가 동성애적 파급을 불러 일으킬만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에만 침착하는 일부 비평들은 파격을 겨냥했음에도 고루하다.


 극 중에서 '효신'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섹슈얼리티의 표상이다. '효신'은 철저하게 타자로 인식되고, 그녀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은 '시은'이다. <여고 괴담 2>는 현재 시점의 디제시스 안에 과거 회상의 디제시스 -'효신'과 '시은'이 쓰는 '교환 일기'-가 중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그들이 구축한 관계 속에서 '효신'은 평범한 여고생인 듯 보이지만 '시은'에 대한 애정이 맹목적이고 과도해지는 지점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시은'에게마저 거부당한 그녀는 철저하게 고립되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대부분의 한국 공포 영화는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서의 몬스터를 내세운다. 더구나 영화 <여고 괴담 2>의 배경은 다름아닌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여 훈련시키는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남자 교생 선생님의 첫사랑 에피소드로 대변되는 '이성애' 판타지에 대한 소녀들의 열광은 정상적이고, 심지어 풋풋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동료 학생에게 보이는 애정은 낮은 수위를 기준으로 호모 섹슈얼리티로 쉽사리 둔갑하고, 처벌 받는다. '효신'이 죽기 전, 자신을 그저 '한' 아이로 사람들이 기억 해 주기 바란다는 사소한 소망은 차라리 절망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무차별적 억압의 결과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는 필연적으로 '학교'로 돌아와 공포의 대상이 된다.
 
'효신'에게 있어서 여자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자신의 '사랑'을 억압하고 해체시키는 장소다. 주목해야할 것은, 반면 '학교'라는 집단이 그녀를 억압하는 원인은 '시은에 대한 감정'에만 국한되지 않는 점이다. 그들의 관심은 '정상'의 잣대에 따라서 판가름된 모든 '비정상'을 처단하는데에 쏠려있다. 하지만 '비정상'이라는 것은 '정상'의 반댓말이자 상응어이다. 영적 존재로 귀환한 '효신'에 대한 두려움은 '정상'과 '비정상'이 애초에 한 사람의 두가지 면모라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효신'이 보여주는 몬스터의 실체는 그다지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지 않다. 학생과 선생님들의 혼란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왔던 '비정상'의 분신인 '효신'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효신'의 영은 '시은'이 자신의 '배신'을 참회하자 학교를 떠난다. 그녀는 처음부터 실질적인 억압의 주체였던 '학교'에 대한 심판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어딘가 미해결된 사건의 느낌을 받는다. 다만 지금껏 실질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타자적 성을 풀어내어 한국 영화계에 소외된 것에의 표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으로 위안 삼아 본다.

역시나 '결'이 약한 제 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헤헷 :)
조금 진지하고 딱딱하게 공포 영화에 대해서 생각 해 본 글입니다!
모쪼록 이 영화를 보지 못 한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길 바라봅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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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