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5. 08:30


휴재를 하신 H님을 대신해서, 요즈음 이래저래 자주 마주치고 있는 '검정치마'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며칠전에도 H님과 함께 한 미술관 관람에서 우연치않게 만나 라이브도 듣게 되고, 소탈한 입담에 우리 모두 "매력 쩌네"를 연발했더랬죠. 그래서 H님의 스피릿을 이어받은 포스팅으로는 나름 의미있을 것 같아서 주저않고 선정한 오늘의 주인공이랍니다. 우선 사진 포스가 후덜덜하네요.


'검정치마'
를 이끄는 청년 항해사, 그의 이름은 바로 조휴일입니다. 일요일에 태어나서 휴일이라고 하네요. 휴일군(이라고 하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네요.. 기뻐요!!)은 82년생, 서른? 올해 나이 서른! 충격적이죠? 무지하게 동안이군요. 12월 5일 서울 출생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갔다고 합니다. 재미교포란 아이덴티티는 그의 음악적 색채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휴일군은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하는데요, 띄어쓰기도 못 하지만 그래도 주옥같은 가사를 보면 저보다 나은 듯.. (씁쓸한 현실을 뒤로 하고) 1960~70년대 금지곡들부터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를 들은 후 한국에서의 펑크를 꿈꾸기로 했답니다. (매일경제 인터뷰 중)

음악적 뿌리를 한국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적인 느낌이 다른 한국 아티스트에 비해 많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음악이 제 정체성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미국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한국사람도 아니고, 중간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그 어디에도 확실히 소속되지 못하지만 중간 지점에서 양쪽의 양분을 다 먹은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쪽(한국)도 저쪽(미국)도 아닌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딱 중간 즈음에 있는 것 같아요. (2011.8.31 노컷뉴스 인터뷰 중)



이거슨 휴일군의 마음을 움직인 문제의 곡!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거 안 보고 계시죠? 흐엉흐엉 그래도 현재의 '검정치마'를 있게 한 곡이니 클릭 한 번 해주세염ㅋ 어익후.. 무튼 휴일군은 미 대륙 횡단여행 중 1집 '102'를 녹음했고.. 인디록음반으로서는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되죠. 얼마 전에 제가 소개해드렸던 'Antifreeze(안티프리즈)'란 곡도 1집 수록곡입니다. 이 데뷔음반은 한국대중음반상 5개 부문 최다후보!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 수상의 쾌거를 올립니다!


그리고 3년 만에 2집 발ㅋ매ㅋ (사실 '검정치마'가 결성된건 2004년 뉴욕이었고, 3인조 아마추어 펑크록밴드로 시작했는데- 2006년 조휴일군의 1인 프로젝트 밴드로 변했다는 히스토리가 있답니다!) 이번 앨범은 더더욱 빈티지한 사운드가 돋보입니다. 쿰쿰한 지하실에서 녹음하는 휴일군의 모습이 그려져요. 어쿠스틱 사운드, 다소 단순한 코드 진행, 담백한 노랫말.. 말그대로 storytelling!

이번 앨범 수록곡들 사운드가 빈티지하다고? 그래, 잘 들었네. 전적으로 의도한 거야. 무조건 깔끔하고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좇기보다는 깨끗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역대를 가고 싶었어. 대표적으로 '인터내셔널 러브 송'은 오래된 교회를 스튜디오로 바꾼 곳에서 녹음했어. 마이크도 1920년대 것을 사용했고 피아노도 오래됐지. 아주 특별한 작업이었어. 그 외 나머지 곡들은 1집처럼 미국의 집 지하실에서 레코딩했지. (2011.7.18 뉴시스 인터뷰 중)

이번 앨범 이름은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이죠? 그 제목에 얽힌 이야기나 의미 같은 게 있긴 있습니다. 휴일군이 요즘 즐겨 쓰는 마도로스(아니 이런 노티나는 어휘선정..) 모자가 힌트! 그의 이야기를 직접 한 번 들어보지용!

'돈트 유 워리 베이비', 앨범 타이틀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걱정하지 말아라'야. 부가적으로 붙는 '아임 온리 스위밍'은 항해를 뜻하고. 나는 검정치마라는 배의 유일한 선원이자 유일한 캡틴이거든. 내가 그간 음악 활동을 하고 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적은 일종의 항해일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만든 것들이야. 기존의 소속사에서 나온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에 나온 곡들이지. (2011.7.18 뉴시스 인터뷰 중)


2집 앨범 수록곡 중 맘에 드는 'Internationl love song'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은 겪은 터라 2집의 노랫말들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휴일군은 자신을 치유하는 이야기라고도 하더군요. 사실 그는 '검정치마'란 밴드에서 작사, 작곡, 연주까지 커버하고 있죠. 물론 드럼, 건반, 베이스, 기타 등 밴드의 구성은 갖추고 있지만, 원맨 밴드를 중심으로 하는 구성이죠. 밴드 연주자들은 공고를 낸 뒤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해요. 좀 특이하죠?ㅋ 앞으로도 정확한 팀을 구성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당. 예전에 함께 연주했던 야광토끼 임유진 씨랑도 다시 뭉칠 생각은 (아직은) 없다고 하구요.


야광토끼란 이름으로 활동중인 임유진 씨는 과거 '검정치마' 프로젝트 밴드의 키보드를 맡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드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랍니다. 휴일군이 "네 음악을 해보는 게 어때?"라고 권유했던 것도 솔로 데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보통 인연은 아니죠?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검정치마' 전부터, 미국에서부터, 함께 음악을 했다고 해요.


걱정말라는 그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듯한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는 밤입니다. (앗!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새벽 1시 36분이에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도,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으신다면 검정치마를 찾아주세요. 물 속을,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여유롭고 시원한 느낌을 만끽하실 수 있을겁니다. 마지막은 휴일군의 이상한 인터뷰로 대신할게요. 총총!

Q. 내 인생의 BGM이 있다면? (2009.5.22 텐아시아 인터뷰 중)
A. 스매싱 펌킨스의 '1979'. 그건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많지만 부동의 1위인 것 같다. 그 곡에 대한 센티멘탈 밸류가 정말 크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와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닿아 있다.

Q. 스타일 면에서 굉장히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2009. 맵스 매거진 인터뷰 중)
A. 워낙 패션에 신경을 잘 안쓴다. 소속사에서도 처음에는 신경을 썼으나, 포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거기에 모순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은 팝을 추구하고 만들었는데, 외적인 면은 솔직히 많이 무시를 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노력할 생각이다.

Q. 검정치마에 어떻게 입는 게 가장 예쁠까?
A. 위에는 회색 판쵸를, 그리고 검정치마는 길수록 좋다. 신발은 치마에 가려서 안보일테고.

Q. 누가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나.
A. 치아 교정하기 전의 강혜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