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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1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2. 2012.12.19 투표를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2012. 12. 21. 17:10

 

 

 

워커홀릭은 아니다.

나는 일에 파묻혀 사는 부류의 사람이 못 된다.

 

나는 놀고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는 것도 즐기는 사람.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것도 해볼만 한 사람,

나는 가만히 있어도 좋은 사람

 

하지만 이게 잘못된 걸까?

 

난 워커홀릭이 아니어도 된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아아, 정말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9. 11:12




제 나이는 만 28세입니다. 투표는 지금까지 네 번 해봤고, 오늘 생애 다섯 번째 투표를 했습니다. 경건하고 감사한 자세로 임해야 할 이 날에, 어디로 놀러갈지를 의논하는 주변의 또래들이 눈에 띄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 공익요원이었던 저는 지방선거의 투표도우미를 했었습니다. 6시부터 12시까지 투표소를 지키는 것이 제 임무였는데, 5시도 되기 전부터 수많은 어르신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반면 6시간 동안 투표소를 찾은 20대는 채 스무 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뽑힌 국민의 대표를, 중장년층만이 지지한 국민의 대표를, 진정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을까요.

정치에는 관심 없다며 그놈이 그놈이라며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에게 고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되길 바란다고요.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무파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결코 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요.

최저임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아르바이트 고용주. 높은 이율을 요구하는 학자금 대출. 좀처럼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들. 아마도 88만원 세대로,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될 우리 20대 청년들은 자신이 겪는 불합리에는 치를 떨면서, 왜 더 큰 부조리에는 분노하지 못할까요.

내가 던지는 한 표가 무슨 힘이 있겠냐며 자조하지 마세요.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이고, 세상을 바꾸는 길이고,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거룩한 행위입니다. 온갖 비리와 만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유권자의 표심뿐이니까요.

3.3cm의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종이 쪼가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왔는지를 아십니까. 그분들의 넋과 노고를 기린다면 감히 귀찮아. 놀러갈래. 따위의 말로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불과 50년 전 남아공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투표권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공권력이 발포를 하는 대학살이 일어났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팔십년 광주의 오월항쟁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박탈당한 투표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60년의 4.19혁명도, 87년의 유월 항쟁도, 이 모든 것들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서나 혹은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 이루어진 투쟁의 산물이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제 아무리 크다 해도 모든 사람은 1인 1투표권을 갖습니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이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평등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투표권입니다.

미성년자는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지 않듯, 성숙한 인간, 완전한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우리는 투표권을 받습니다. 2012년 12월 19일은 ‘나’라는 한 인간이 인격체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미숙아라는 것을 증명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투표하는 젊은이가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 어떤 정치인이 무슨 삽질을 하더라도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