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8. 08:30



요즘 제가 악기를 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바로, 바이올린
(그래서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베짱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놀고 먹고 바이올린 징가징가 ㅋㅋㅋㅋ)

항상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국민학교 다닐 적엔 피아노를 배웠고 (누구나 거치는 생애첫사교육 피아노&태권도)
대학 땐 동방에서 유유자적 통기타를 튕기는 선배들 모습에 빠져 낙원상가로 직행, 어쿠스틱 기타를 구입했었지요.
물론, 집에 있는 피아노 뚜껑엔 먼지만 그득하고, 기타는 GCA코드만 배우고 그만 두었지만요 ㅋㅋㅋ

하지만 음악 영화나 공연 실황만 보면 다시 음악의 피가 끓어올랐어요.
말할 수 없는 비밀 보면 "나 오늘부터 피아노 다시 한다"
어거스트 러쉬 보면 "나 오늘부터 기타 다시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만 할 게 아니라, 쉬는 김에 마음 먹고 악기 하나 마스터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성미산 학교(성산동 마을 공동체 대안학교입니다.)에 놀러갔다가 포스터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1달만에 스트링 브라스 마스터하기!>


한달? 한달안에 마스터한다고? +_+

1달만에 스트링 브라스 마스터하기 (이하 "한달이") 단기집중 악기교육 프로그램입니다. :)
주3회 2시간씩 한달간, 악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 선생님에게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고,
독주곡 한곡과 합주곡 두곡을 연주하여 발표회를 갖는 것이 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이 포스터 보고 바로 신청!해서 (행동력있는뇨자ㅋ) 여기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




그런데 "왜 학원이 아니라 이 곳을 택했는지" 궁금하시죠? ㅎ

전, 악기 연주는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묘미는 같은 음악을 동시에 서로 다른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호흡을 맞춰가며 소통하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주 뿐만 아니라 그 마음, 함께 하는 사람도 즐기는 거죠 ㅎ
그래서 여기를 택했어요. "에듀케스트라"의 취지가 딱 저의 취지와 맞았거든요. :)





 
EduOrchestra 가 합쳐진 'EduChestra'(에듀케스트라)는 하자센터에서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이예요.
내면에 담고 있는 소리를 무대 위로 끌어낼 수 있도록 창의적 오케스트라 교육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지요.

내면의 소리를 악기를 통해 발산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통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꾀하고,
사회성을 개발하는 놀이교육의 장을 마련하려 하는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음악적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관현악기가 배우기 어렵고 가까이 하기에 먼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충분히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






그럼~ 어떻게 배우는 지 한번 구경해보실래요? ^^
스트링(현악단)은 매주 화,목,토 / 브라스(관악단)은 매주 월,수,금 모이는데요,
하루 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답니다.

2시간 내내 악기 수업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예요.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 모이면, 매일 "대가들의 연주 동영상"을 함께 시청합니다.
우리가 어디가서 클래식 음악을 듣겠어요? ㅋㅋㅋ
(특히 저는 클래식 감상이라고는 수업시간 종이나 차 후진하는 소리 따라라라~ ㅋㅋㅋ)


 



이 시간은 클래식 음악을 가볍게 듣고 친숙해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
처음엔 잠이 솔솔 왔는데 =_= 매일 한 곡씩 듣다보니 그 선율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은 어떤 날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멋진 연주가 마음을 위로해줄 때도 있더라구요. 
  
저 연주가가 누구고 악장 이름은 뭐고 그런 건 하나도 몰라요.
하지만 음악을 즐길 줄 알게 됬어요.
"예 음악은 나의 힘 푸쳐핸섭" 을 외치는 사람들의 마음, 공감이 가더라구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구나.' 라고. ^^
<한달이>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성과.. ^^

대가들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첼로 선율을 감상하고 나서~
이제 징가징가 찍찍찍 소리를 들을 차례가 옵니다. 우리들의 연습시간! ㅋㅋㅋ

 



첫 시간엔 활잡는 법부터 시작했어요. 어릴 때 바이올린을 잠깐 배웠었는데,
그때는 손 위치하며 서는 자세하며 자세를 꼭 따라야하는 게 불편했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어요.ㅋㅋ

하지만 이곳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정석 자세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첫 시간의 그 말씀이 와닿았아요. 연주를 즐겨보자는... ^^
마지막 사진 분이 저희 바이올린 샘이십니다~^^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은 바이올린반 10명, 첼로 4명인데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있어요.
5살 꼬맹이 아가씨부터 30대 멋진 언니까지!
아빠가 시켜서 온(ㅋㅋ) 중학생 친구, 대학 동아리에서 조금 배웠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온 물리학과 친구,
악기를 배우고 싶어서 온 바이올린 완전초보 공대남, 귀농해서 3천평 농사를 짓는다는 젊은 농사꾼 언니!,
첼로를 10년하고 모든 악기를 섭렵하고 싶어서 온 북경유학생 친구, 음대 졸업하고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싶어서 온 전공자친구,
저 같은 그저 나부랭이까지 ㅋㅋㅋ 정말 다양하죠? 
다양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소리를 내는다는 것도 참 아름답습니다. ^^
  


 

 

접니다 ㅋㅋㅋ
이 장면은... 연주회에서 연주할 개인곡을 정하는 날이었는데요,
저는 여인의 향기 ost인 por una cabeza 라는 탱고를 연주하고 싶었어요.
유명한 곡이죠. 딴딴딴딴! 다다다다다~ 이 곡은 저의 로망!!!! >_<

" 저, 이 곡 하겠습니다. " 하고 악보를 가져왔는데,
선생님께서 탱고를 현란하게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고 
" 아~~.... 이건 안되겠네요ㅋㅋㅋㅋㅋㅋ " 라는 저와, 그 말에 웃으시는 선생님 모습이예요.  

완전 어려워ㅠㅠㅋㅋㅋㅋㅋㅋ
탱고야 미안 너는 언니가 담에 더 잘하면 연주해줄께 ㅠㅠㅋㅋㅋㅋ 



  

첼로 하는 친구들입니다. 첼로반은 4명, 비올라반은 1명이예요.
첼로 소리 정말 멋집니다!
낮고 웅장한 소리가 곡선의 우아함을 만들어내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너그러운 미중년의 느낌이랄까 ^^ (읭?ㅋㅋㅋ)





보이시나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모였습니다~^^
이번 주가 3주차인데요, 3주차부터는 다같이 모여서 합주 연습을 하고 있어요. 

비록 소리는 징가징가이지만 
각기 다른 음역대의 소리가 조화를 이룰 때 이로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정말정말! 

합주 연습을 할 때마다
내가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듯한 짜릿한 그 기분!
오홍홍홍홍 연주회가 기대됩니다!! (너만 잘하면 돼 이든! ㅋㅋㅋㅋ)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나면 끝이 나느냐!
그것이 또 아닙니다.
남은 순서가 있어요. 중요한 시간!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



연습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부족해요.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어떤 꿈을 꾸는지...
하루에 한 명씩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답니다. ^^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 마음에 드는 시간이예요.




베짱이의 징가징가~ 연주회는 8/13 토요일(밑줄 쫙쫙)입니다. 벌써 일주일 앞으로 확 다가왔어요!

제게 그동안의 한 달은 바이올린을 배운다기 보단 음악과 가까워진 시간 같아요. ^^ 
악기를 통해 소리를 내는 법보다, 그 소리를 마음에 들여오는 방법을 익혔어요.

여러분도 피아노 건반을 다시 만져보셔도 좋고, 기타를 연주해봐도 좋고,
아님 거창한 악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리코더를 불어봐도 좋고,
장농에 멜로디언이 아직 있다면 꺼내보셔서 불어봐도 좋고 (로맨틱하덥디다^^)
삶이 힘들고 일상에 치이실 때, 악기 하나와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 모든 사진의 출처는 http://cafe.naver.com/1monthbras 이며,
  저작권은 '에듀케스트라' 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