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1.27 경영학을 전공하면 행복해질까요? 6
2011. 11. 27. 08:30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에 따라 학부 법학과가 무너진 현재, 문과 계열에서 가장 상위(대입성적 기준)에 있는 학과는 경영학과입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만 해도 문과계열에서는 고려대학교의 ‘경영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제외한 연고대의 모든 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들이 온다고 하니 이른바 경영불패의 시대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영학과는 비즈니스계에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또 그 인재들이 다시 모교에 투자하면서 점점 그 성장세가 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경영학 전공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이 ‘자본’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그들의 천박함도 커지는 듯합니다. 그저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높고 화려한 건물들을 지은다고, 대기업에 많이 입사시킨다고 해서 ‘Greatness’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간혹 복수전공으로 뭘 하고 있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철학이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90%가 이렇게 반응하고는 했습니다.




대체 왜?




1학년 2학기에는 철학과의 필수이수과목인 ‘형이상학’을 들었었습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면 대체 누가 들을까 싶은 이 과목의 수강정원은 무려 200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의 첫 날에는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싸인을 받기 위해 몰려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형이상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A폭격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수강생 좌석표를 보니 학번대가 1700~1800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경영학과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 학기 내내 음악을 듣고, 떠들고, 스포츠 신문을 봤습니다. 대학교 1학년의 어린 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습니다.



안면이 있었던 경영학과 1학년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네 학과 사람들은 왜 A 주는 수업에 몰려다녀?



친구의 대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응, 우리는 복수전공할 필요가 없잖아.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경영학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학부 과정에 경영학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경우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한 후에 MBA같은 경영관련 대학원을 통해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경영학에 대해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영학은 역사가 오래 된 학문이 아니기에 다른 사회과학에 많은 부분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만의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과거에 일어난 현상을 분석하여 요약한 성격이 더 강합니다. 따라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뒤적이게 되는 사전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하게 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학문입니다. 회계나 재무와 같이 기술적인 분야는 좀 낫습니다만 전략을 세우고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경영학의 나머지 분야들은 그야말로 표피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일견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으로는 지금까지 성공한 회사들의 리스크 대처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칠 수 있지만, 앞으로 회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경영학이라는 것은 지나간 역사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것을 기업에 적용하게 되면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대세가 된 전략을 답습하는 것이 됩니다.




실질적으로는 ‘낡은 것’이라 볼 수 있는 경영 이론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요소는 통찰력입니다. 현재 사회의 현상들을 통해 중요한 가치와 트렌드를 뽑아 낼 수 있는 귀납적 통찰이나 새로운 가치나 트렌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경영학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경영학 전공 평점 4.0에 토익 900점은 기본이고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공모전까지 여러 번 휩쓴 인재들을 독시하는 대기업이, 왜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창의력 있는 인재가 없다고 툴툴거리는지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경영학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리더십’입니다. 저희 학교의 많은 학생들도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더 구체적으로는 ‘CEO'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경영학과를 지망하고 있습니다. CEO도 좋고 리더도 다 좋지만 리더십은 그 성격상 기본적으로 허영을 깔고 시작한다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리더라는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일 뿐 아니라, 그 욕망 자체가 위계의 끝단을 소실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경영서적은 온통 거대기업 총수의 관점에서 경영을 논합니다. 트랜디하게는 스티브 잡스를, 격조 있게는 잭 웰치를, 가깝게는 이건희가 되어보면서 독자들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지를 소비합니다. 왜 세계 최고의 구멍가게를 경영하는 책은 나오지 않을까요? 왜 세계 최고의 중간관리자를 지향하는 지침서는 나오지 않는 걸까요?



경영학과가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취업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에서는 경영학과 학생을 선호할까요. 저는 기업 인사담당자도 아니고, 인사관리와 같은 과목을 들어본 적도 없어서 왜 기업에서 경영학과 학생들을 선호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많은 과목들은 일개 사원이 아닌 CEO나 쓸 법한 이야기가 많고 4년의 시간이나 들여서 배워야 할 만큼 깊이가 깊지도 않습니다.




혹시 경영학과 학생들이 기업에 더 필요한 지식을 갖춘 인재라서가 아니라, 기업에 더욱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선호되는 것은 아닐까요? 경영학과 학생들은 기업 중심의 인적자원관리와 노사관계론을 들으며 노동의 기업적 측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떻게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가를 배워놓고 통제 당하는 꼴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러한 방법이 교과서에 써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영학과 출신들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학과 과목으로는 창의력이나 통찰력을 기르기 힘들다지만, 오히려 창의력 없는 사람이 기업입장에서는 명령에 잘 따르고 맡은 일만을 묵묵히 해내는, 이상적인 인재상일지도 모릅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사회학, 심리학, 인문학 등의 과목을 복수전공 해야 합니다. 그들의 학문에는 휴머니즘과 인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생각해봅니다. 미국의 블룸버그와 같은 경제뉴스 방송에서는 '생각보다 위기가 심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태로 수십만의 시민들이 자신의 집을 잃었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사랑도, 희망도, 낭만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것이 돈을 버는데 방해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냉혈한 조직 속에서 발전이 가능한가요. 무능한 사람을 아무런 대책 없이 낙오시키는 시스템이 우리 모두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가요. 유능한 사람도 내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현실 자본주의는 과연 정상적인가요.



기술은 좋지만, 인간다움을 상실한 수만 명의 경영학 전공 대학생들이 매년 사회로 쏟아집니다. 그들은 기업의 관리자가 되고, 언젠가는 CEO가 될 것입니다. 그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가변비용'에 속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함으로써 상황을 타개하려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실업자가, 그렇게 비정규직이 늘어났던 지난 10년 아니었던가요.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지만,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노동인구의 4%에 불과합니다. 일본도 6%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노동인구의 58%가 비정규직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잘못 배워왔습니다. 못된 폐습만 배워 와서, '구조조정'을 마치 선진기법인 양 신주 단지 모시듯 했습니다.



쩌면 자본주의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이 70%인 나라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60%, 유럽은 30-50% 정도의 국민이 자본주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자본주의를 배웠고, 그런 과정에서 못된 관행만 수입되어 이젠 자본주의의 뿌리인 '노동'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살아가는 방식의 질서를 정하고, 시행하는 근본 이유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인데 경영학은 왜 사랑을, 희망을, 휴머니즘을 노래하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 학교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학과야 말로 방향이 없다면 이도저도 되지 않을 학문입니다. 여러 경영학의 갈래들 중에 어떤 쪽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지 미리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 분야에 가장 도움이 되는 다른 전공을 선택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영학에 올인하고 싶다면 회계/세법/재무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 두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제일 유용할 것입니다. 이 분야는 손쉽게 배울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창업을 하기 위해 경영학과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경영학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영학이라는 이름 앞에는 '대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이나 새로운 창업인을 위한 지식은 경영학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영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인기학과에 왔다는 자만심에 빠져, 경영학과니까 어떻게든 될 거라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은 위험할 것입니다.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따라가기 보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여 자신과 경영학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