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수요일, 우리 처음 만난 날'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11.09.07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4
  2. 2011.09.01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6
  3. 2011.08.31 마왕, 이사카 코타로 6
  4. 2011.08.31 우리 처음 만난 날 part.2 12
  5. 2011.08.24 5. You Rock My World! 15
  6. 2011.08.17 4. shoulder to cry on 10
  7. 2011.08.03 3. 나의 작은 선생님 24
  8. 2011.07.27 2. 핑크로봇, 세상을 향해 출동! 18
  9. 2011.07.20 1. 유르겐 텔러의 그녀 10
  10. 2011.07.13 우리 처음 만난 날 16
2011. 9. 7. 08:30
갈팡질팡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이기호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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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나쁜 소설이지만, 갈팡질팡 하지말고 어서 읽으세요!


 * What's the story?
이기호란 흥미로운 작가가 풀어놓는 여덟편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돼있다. 최면에 걸린 청자가 여관방에서 콜걸에게 소설을 읽어준다는 독특한 설정의 '나쁜 소설 -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로 시작해, 흙을 먹는 이가 소개해주는 친절한 레시피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을 지나,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보문고를 뒤덮은 시멘트 벽을 곡괭이로 뚫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인 '수인'까지 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 이기호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기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 My story is..
가끔 전적으로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를 때가 있다. 이기호는 그런 면에서 무척이나 믿음직스런(?) 작가다. (출간일과는 무관한 순서로) '최순덕 성령충만기'와 '사과는 잘해요'를 먼저 읽은 나는 어느새 검색 키워드로 '이기호'를 타이핑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스타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호호호호호호'니까 좋다! 무엇보다도 책읽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도 쉽게 쉽게, 술술 넘어갈 책이라서 더욱 좋다.


이 책의 저자, 이기호! 72년생이며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와우! (난 지역감정과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강원도 사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척 좋아한다) 1999년 단편소설 '버니'로 데뷔, 2004년 첫번째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2006년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2009년 '사과는 잘해요'를 출간했다. 특유의 문체와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종종 박민규, 성석제와 비교된다. 두 작가와 마찬가지로 이기호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성의 작가다.

표제작인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저 제목은 바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허구헌 날 린치를 당하는 찌질한 소년이 주인공인데, 선배고 깡패고 동네북처럼 맞지만 그래도 쎄-보이고 싶은 참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캐릭터다. 소년은 얻어터지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쩐지 그 상관관계가 우습고도 슬프고도 재미있다.

 "쓰다보면 간간이 얼굴이 홧홧해기도 했지만, 지난번처럼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이건 그래도 무언가 내 의지라는 것이, 비록 조금은 갈팡질팡했지만, 조금은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쓰는 것 자체도 계속 갈팡질팡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우연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이라는 것이 원래 그러니.... 하고 내 마음을 다독거리기까지 했다. 순전히 내 좋을 대로, 내 맘대로."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p.294)

어디까지가 fact고 어디까지가 fiction인지 모호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것은 이 단편집 전체를 아우르는 매력이기도 하고. 이 단편에서 나는 '글쓰기'란 행위를 하는 행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

나는 꽤 오랫동안 글을 읽고 써왔던 사람이자 불량 국문학도로서 '글쓰기'란 것에 대한 복잡미묘한 애증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과연 계속 써야할까,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가, 잘 쓰고 있나 같은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뇌리를 스쳤고, 그러다가도 다시 글로 돌아오는 이상한 '밀땅'을 즐겨왔다.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수인'이다.

앞서 설명한 바 있지만, '수인'은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난 후 아수라장이 된 세상이 그 배경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떠오르며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픽션이라고 생각했던 설정이, 지금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편 주인공은 소설가다. 그가 교보문고를 뒤덮은 25m 두께의 시멘트를 향해 곡괭이질을 하는 이유는 그 자신이 소설가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신경을 오직 시멘트벽에 집중하려 애썼다. 또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는 곡괭이를 내리칠 땐 오직 곡괭이 생각만 했다. 그 자신이 마치 곡괭이의 날이 되고, 곡괭이의 자루가 된 것처럼, 곡괭이와 한 몸을 이뤄, 온몸으로 벽에 부딪쳤다. 예상보다 더 큰 시멘트 조각이 벽에서 떨어져나왔을 때,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 순가 그에겐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도, 자신이 소설가였다는 생각도, 모두 의미 없는 것들로 다가왔다. 그는 때때로 자신이 왜 벽을 파내려가고 있는지, 자신이 왜 여기 서 있는지조차, 스스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곡괭이와 벽에 내준 것이었다. 그렇게 그 시간을 견딘 것이었다." (수인 p.220)


작가는 끊임없이 '의지'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글쓰기란 행위는 전적으로 '의지'에 의지하고 있다. 그것이 선명하든 희미하든, 의지란 것이 존재하는 한 말이다. 작은 곡괭이 하나로 두터운 시멘트 벽을 뚫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가 될까? 그 두꺼운 벽이 지닌 함의는 독자의 의지에 따라 수백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넘기 힘든 등단의 벽이 될 수도 있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막아버리는 온갖 구질구질한 현실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이 괴상한 단편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하는 독자의 고충을 형상화한 것일 가능성도 있겠다.

이기호의 소설은 유쾌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슬프고 씁쓸하며 외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무명의 소설가라든가 찌질한 소년 같은 루저 이미지의 캐릭터, 혹은 정말 평범한 우리네 이웃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말이다. 그대신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동시에 고약한 스릴을 불러일으키는 악당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정감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단편집에는 작가로서 이기호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어, '아, 이 사람이 이런 작가구나'란 깨달음도 간간히 얻게 된다. (특히 첫번째 소설에는 머리를 망치로 가격당한 것 마냥 ''띵-'하는, 낚인 느낌마저 들지만, 그는 독자와 무척 가까운 작가임에 틀림없다)
 
갈팡질팡하다가 거의 망친 리뷰를 마치며, 이 멋진 책을 집필해낸 작가의 말로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망삘(?)이 강한 이 리뷰도 제법 괜찮은 엔딩을 맞이하겠지? 아무래도 그쪽이 더 좋은 엔딩일 것 같다.

미안합니다.
이번엔 작정하고 '내' 이야기들을 좀 써보았습니다.
다음부턴 그러지 않겠습니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내가 중얼거리는 말이 있습니다.

겁 많은 두 눈아, 겁내지 마라.
부지런한 네 두 손이 다 알아서 해줄 테니.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이 말이,
당신에게는 미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인류평화를 위해 장가를 갑니다.
인류평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해준 여자친구에게,
전(全) 인류를 대신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평화로워진 지구에서, 또 만납시다.

- 이기호, 소설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1. 07:00
두근두근내인생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애란 (창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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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아름아.


안녕하세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어디에선가 가을냄새가 나는 것도 같네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달은 9월이에요. 제가 태어난 달이기도 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름과 가을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오늘,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책은 독서의 계절이란 가을의 문을 열기에 딱! 김애란의 신간,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기대되시죠?

'두근두근 내 인생'은 6월 15일 태어났습니다. 나름 신간 축에 끼는 것 맞죠? 그동안 김애란 작가가 발표한 책은 '달려라 아비' 그리고 '침이 고인다' 단편집 두 권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녀의 긴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첫 장편소설입니다. 창비 계간지에 4회에 걸쳐 연재됐으며, 그때부터 큰 사랑을 받았죠.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기 때문에 리뷰를 쓰기 전부터 너무 긴장타게 됩니다. '두근두근 내 리뷰'네요. 여러분을 위해 서문만 살짝, 데려와 봤습니다. 혹시 스포일러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과감히 '뒤로'를 눌러주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내겐 누군가의 한 시간이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연애만 놓고 봤을때, 저는 좀 아닌 편인 것 같은데요. 이야기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문을 읽고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뭉글뭉글 올라오더군요. 여하튼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근두근 내 인생'조로증에 걸린 17살 소년 아름이와 아름이의 부모가 주인공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점은 철저히 아름이의 시선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아름이가 전해들은 것으로 설정돼있긴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젊은시절 이야기가 무척이나 세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이죠. 노래를 부르고픈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고민하는 소녀 엄마, 운동이고 뭐고 다 관두고 싶었던 태권도 소년 아빠의 마음과 생각을, 아름이네 부모님의 생동하는 유년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렇게 그 나이에 맞는 고민들을 껴안은 소년소녀들은 서로를 껴안게 되고, 아름이가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이란 주인공의 이름도 그렇게 포옹의 느낌이 묻어나서 좋았어요. 김애란 작가도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누군가 두 팔 벌려 나무를 안고 있는 이미지였어요. 사람이 양팔로 큰 나무를 안을 때 그 '품'을 이르는 단어? 포옹의 단위? (웃음) 같은 거. '아름답다'의 '아름'도 될 수 있지만 제겐 그 나무 이미지가 컸어요" (출처: 알라딘과의 인터뷰) 라고 답하셔서 혼자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찌찌뽕?ㅋ)


주인공 아름이는 17살, 하지만 몸은 여든살 노인과 같습니다.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빵오빠나 코폴라 감독 作 '잭'의 로빈 윌리엄스가 떠오르기도 하죠. 이야기는 아름이가 엄마, 아빠를 위한 연애소설을 쓰고자 하면서 시작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돌보고, 아픔을 나누었던 부모님께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참 예쁩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많은 사건이 아름이의 곁을 스쳐지나갑니다. '인간극장'이나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첫 사랑 소녀와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시간을 마주하고 성장해나갑니다. 

주인공 아름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은데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름이네 아빠, 엄마도 그렇고 아름이의 멘토이자 친구인 장씨 할아버지도 무척이나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장씨 할아버지인데요. 아름이의 이웃입니다. 장씨 할아버지는 60대의 어르신이시지만, 여전히 소년스러운 분이에요. 철부지 같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그치만 어느새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건네주시기도 하죠. 본문 중에서 장씨 할아버지의 매력이 잔뜩 묻어나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살짝 데려올테니 함께 읽어보아요. 

(성금프로그램 촬영 중인 아름이네 집에 불쑥 들어와서 방송국 사람들에게 말하는 장씨 할아버지)

"아름이 쟤는 아주 나쁜 아이입니다."
"네?"
우리는 한 번 더 장씨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왜요?"
"쟤는 저를 무슨 동네 형 대하듯 하거든요. 집에서 아주 버릇없게 키운 게 틀림없습니다.
지가 무슨 진짜 내 또래인 줄 알아요."
작가누나가 예의상, 진짜 예의상 한 번 더 물었다. 대충 받아주고 어서 끝내려는 것 같았다.
"아름이가 정말 할아버지를 형처럼 대하나요?"
할아버지가 어이없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럼 할아버지는 아름이를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러자 장씨 할아버지는 새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쑥스러워하면서 한 마디 했다.
"친구요..."
 
정말 (이렇게 말씀드리면 외람되지만) 귀여우신 분이시죠. 김애란 작가는 한없이 슬퍼질 수 있는 이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십분 발휘해 독자의 감정이 강약중간약,하며 좋은 리듬을 타도록 돕습니다.


또 하나, 김애란 작가의 장점인 풍부한 어휘과 그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 그 생기를 살리는 리듬감이 이 소설에서는 무척이나 돋보입니다. 그녀는 소설 언어가 지니는 리듬감, 호흡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실패한 시인"이라서 더욱 말의 리듬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17살의 아름이가 과거 엄마, 아빠가 아름이를 낳았을 때랑 동갑인 것처럼 저도 지금 저를 낳으셨을 때 엄마 나이와 동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름이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를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잊어버린 그때의 기억을 아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구요. 제 심장과 연결돼 쿵,짝,쿵,짝 박자를 맞추어갈 작은 심장을 가진 아기라니! 새삼 신비롭습니다.

음.. 찬란한 슬픔,이란 표현 다들 아시죠?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역설'이란 수사법을 배울 때 자주 언급되는 예시인데요. '두근두근 내 인생' 속 아름이를 만나며 제가 느꼈던 감정도 '찬란한 슬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수없이 교차되는 과정 가운데서 아름이의 두근거림에 제 두근거림이 나란히 포개어졌던- 아프면서도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이토록 특별한 아이, 아름이의 소설은 어떻게 됐을까요? 또 첫사랑 소녀와의 로맨스는 어땠을까요? 무수한 궁금증들은 꼭, 책 속에서 아름이에게 직접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도 두근두근, 설레고 떨리는 여정이시기를 기도할게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1. 08:30
마왕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웅진지식하우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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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생각, 생각을 하자!

마왕, 무척이나 친숙한 제목이다. 제법 유명한 드라마에, 영화까지 다들 '원작소설인가?'란 생각을 해봄직하다. 초능력자인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야기와 독자의 상상력, 그것은 시각을 뛰어넘는다.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다. '젊은 천재'라 불릴 정도인데 제법 끄덕여질 정도. 게다가 대중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그의 작품은 드라마,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일본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지도 모를, 귀염둥이 에이타군과 서정적 매력이 돋보이는 마츠다 류헤이가 주연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또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 원작이다.
                                      



1971년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이사카 코타로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조화하는 스토리텔러에 가깝다.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번이나 노미네이트 됐으며, 두터운 팬층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최고의 작가로,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등의 유명한 전작이 있고 이 '마왕'이란 소설로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냈다. 법학도답게 헌법이나 전체주의에 대한 통찰력에는 깊이가 있고, 유능한 작가답게 어려운 아젠다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여담이지만, 네이버 작가소개를 보면 센다이시에 거주하며 집필활동 중이라던데,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라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아! 쓰다보니 또 서론이 너무 길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사족일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이제 소설을 제대로 살펴보자. 우선 주인공!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로 평범해질 수 없는 형제. 주인공이 둘인 만큼, 이야기도 형 안도의 이야기인 '마왕''호흡'이란 제목의 동생 준야의 이야기로 나뉜다. 사실 말이 '초'능력이지 사실, 두 형제의 초능력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슈퍼맨 같은 영웅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형 안도는 30보 정도의 거리를 두면 복화술이 가능하고, 동생 준야는 10분의 1 확률이 넘지 않으면 1로 만들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날, 안도는 TV에서 이누카이란 정치인을 보게 된다. 이누카이는 "5년 안에 세상을 바꾸지 못하면, 내 목을 날려도 좋소!"라고 하고 사람들은 그의 묘한 자신감, 매력에 빠져든다. 그리고 안도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지한 안도는 이누카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몇 년 후, 이누카이는 파격적인 개혁을 시행하고, 그의 힘도 점점 커져간다. 그야말로 '마왕'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그 즈음, 동생 준야는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싸움이 시작된다. 과연 '마왕'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점령하려는 야욕의 정치가? 초능력자? 아니면 생각을 잃어가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기운일까? 이데올로기, 파시즘, 군중심리 모든 것이 거대한 회오리 속에 엉켜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맺음글에서 "파시즘이나 헌법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들은 주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품이나 장식품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 민주주의가 보편화되어있다는 착각 속에 여전히 잔존하는, 아니 어쩌면 기생적으로 발전했을지 모르는 파시즘이란 '생명체'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 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명확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란 책 속의 한 마디가 큰 여운을, 익숙하고도 새로운 깨달음을 남긴다. 나서서 행동하지 않더라도, 실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지도 잊지도 말자. 그것이 마지막 남은 희망이고 민주주의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1. 08:30


안녕하세요! 수요일사과모히토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그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우리 처음 만난 날'코너에서는 제가 만난 사람들과 그 사람들로부터 알게 된 것들, 영감을 받은 것들, 함께 즐긴 것들을 나누었었죠. 매력적이면서도 제게는 의미있는 인물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또 그들이 소개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작업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한 가지 테마가 아니라 한 인물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의도치 않게 스크롤의 압박도 생기고 인물 선정의 어려움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 주,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혹시나, 아주아주 혹시 제 코너를 사랑해주셨던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너무너무 죄송해요. 하지만 더더욱 재밌고 간결하고 깔끔하게, 여러분을 위한 글을 쓸테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무지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란 소리를 들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냥 밥벌레?
무튼 그래서 문학소녀로서의 회귀를 꿈꾸며 과거 한 에디터님께서 맡으셨던 Book Review 코너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함께 열심히 책,책,책 책을 읽어봐요! 디지털, 디지털 할수록 우리 모두 아날로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블로그야말로 디지털 문화의 아이콘이지만! 책 냄새 풀풀 풍기는 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감사드렸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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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작은 선생님  (24) 2011.08.0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4. 08:30

 


이름
: Nari, the great
나이 : 동갑 as me
직업 : 대기업 1년차 신입사원!
만남 : 열일곱, 1학년 9반


안녕하세요, 여러분! 굉장히 오래간만에 쓰는 글 같네요. 저번 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상에 푹 빠져 글까지 살짝 우울한 분위기에 문체까지 바뀌는 바람에 당황하시진 않으셨나요? 저도 다시 읽어보니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런 문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지난 주부터 환절기라 그런지 컨디션이 영 좋지 않네요. 일교차도 엄청나고 감기기운도 있어서 늘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잠도 푹 자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여러분도 늘 건강부터 챙기시길 바랄게요! 역시 안부인사가 좀 길어졌네요. 각설하고!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Best of Best Friend인데요, 진짜 인물은 인물이랍니다.

나리랑 저는 열일곱살에 처음 만났어요. 랜덤으로 고등학교가 배정되는 첫 번째 해였기 때문에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였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고등학교는 이름밖에 모르던 낯선 곳이었거든요. 그냥 남은 칸을 다 채워넣으려고 12번째에 썼던 학교에 덜컥! 처음에는 집이랑 너무 멀고 원하던 학교가 아니라 성도 내고 징징대기도 했답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동네에서 하나뿐인 여고라는 점! 불타는 10대의 마지막을 여자애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보내자니 억울했던 것일지도? 입이 댓발 나와가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갔던 입학식, 저만큼이나 맘 상한 여자애들을 많이 만났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 친구였던거죠.



그건 그렇고, 친한 친구라고 해서 꼭 닮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리랑 저는 완전히 반대거든요. 짓궂고 부정적이고 거칠면서도 유머를 중시하는 게 제 쪽이라면, 나리는 밝고 긍정적이고 바른 말만 쓰는데다가 고지식하면서도 어리버리한 편입니다. 그래서 하이킥 보면서 엄청 웃었었어요. 맨날 승질부리는 해리는 저같고, 착하고 순한데도 뭔가 쎄고 얄밉기도(제 입장에서만)하고 잘 먹는(!!) 신애는 나리 같아서요. 으하하ㅋ 굳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도- 단순히'성격이 반대'라 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무슨 사건이 나면 리액션도, 의견 차이도 어마어마합니다. 무지 많이 싸우기도 했죠. 그런데 어떻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됐냐구요? 성격은 정반대지만, 취향은 완전 딱! 일치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나리가 저를 좀 좋아해서 친해지고 싶다고 먼저 추파아닌 추파(ㅋㅋㅋ)를 던져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워낙 둘 사이의 역사가 깊어서 그런지, 서론이 무지 기네요. 어쨌든! 둘 사이가 깊어지게(?) 된 것은 다 음악 탓이었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럭저럭 평범한 여고생 둘이었을지 몰라도, 불타오르는 Rock Spirit이 심장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거든요. 저는 아빠와 작은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비틀즈, 딥퍼플, 메탈리카, 너바나의 목소리에 자주 노출돼있었는데, 초딩 시절에는 같은 비틀즈빠인 박박사(애칭)가 있어서 악기도 같이 배우고 사전을 찾아가며 가사도 번역해보고.. 유니텔 비틀즈 동호회의 최연소 회원으로 영상회 준비 스태프까지 참여했었습니다. 실제로 영국문화원에서 영상회도 열렸었죠! 박씨랑은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콘서트에도 함께 갔었어요. 각자 어머님을 모시고(지금 생각하면 헐-) 헤드뱅잉을 하던 열다섯살의 소녀들.. 참 겁이 없었네요. 


                                                               (너바나, 비틀즈, Rage Against The Machine - 필자의 유년기를 책임지신 횽님들) 

전학 후 박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던 16살, 저는 국민그룹 god에 빠져 one of 하늘색 친구들로 활동했고 육아일기부터 CF까지 온갖 영상은 모조리 다 녹화하는 열혈 빠순이가 되었습니다. 종종 연락하던 박씨는 변절자라며 상욕을 아끼지 않았죠. 그러던 와중에 약 5년 만에 다시 만난 Rock Spirit이 바로 나리였던겁니다. 나리와 제가 함께 열광했던 뮤지션은 바로 Linkin Park 였습니다. 한참 인기있었던 밴드였는데, 폭발하는 에너지와 촘촘한 사운드가 대단했었습니다. 특히 턴테이블을 돌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셉 한이 한국계 미국인이라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보컬이자 랩을 맡았던 마이크 시노다는 일본계니까.. 지금 보니 린킨파크는 무지 글로벌한 밴드였네요. 여기서 잠깐, 린킨파크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네이버 프로필을 투ㅋ척ㅋ




꽤 연차가 있는 뮤지션이죠? 예전에 지식인에 "린킨파크 VS 비스트"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무튼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트랜스포머 OST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리와 제가 한참 폴인럽 중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쪼-기 수상내역 보이시죠? 2010년 MTV 유럽뮤직어워드 최우수 라이브상 수상! 솔직히 린킨파크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해요. 클래식한 락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거든요. 앞서 얼굴을 빼꼼 내미신 형님(?)들이랑은 다르게 현란한 랩핑, 디제잉, 일렉트로닉이 몇 스푼씩 가미돼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림프비즈킷과 유사한 Pimp Rock 계열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메탈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힙합 냄새도 많이 나는 터라 올드락빠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지 낯설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다들 이 노래는 좋아하시더군요. 바로 'In the end' 간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해보시죠!

 
                          


Rock의 매력은 저항정신과 자유로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사의 의미나 정치적 의의를 차치하고서라도.. 뭔가 에너지를 200% 분출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비록 린킨파크가 상업성도 짙고 다소 대중적이어서 욕도 많이 먹지만, 적어도 그 시절 나리와 저에게는 잠시나마 일탈을 꿈꾸게 하는 락스피릿을 나누어준 은인같은 밴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한-참 공부해야 할 열여덟의 소녀들은 야금야금 용돈을 모아 거금을 투자해서 학원이고 뭐고 다 빼먹고 린킨파크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던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달인 9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세번째 내한공연이 예정돼있어요! (급 홍보ㅋ)
 



2003년에 쓰던 휴대폰으로 찍은 탓에 화질은 저질이지만, 직접 다녀온 관객으로서는 그날의 흥분과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저때의 젊음이 그립네요. 하아.. 저때만 해도 팔팔해서 스탠딩은 껌이었는데 말입니다. 이 날, 나리와 저는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뭔가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느낌! 강력한 sisterhood를 공유하게 되었던 날이죠. 그리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꼭 함께 밴드를 하자"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실제로 나리는 대입과 함께 밴드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어요. 제가 동네 음악교실에서 드럼을 배우며 선생님과 친분 쌓기에 열중할 때, 공연까지 하다니.. 역시 저는 입만 살았나봅니다.

거기서 끝났다면 포스팅을 하기에도 민망했겠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쭉- 계속됐습니다. 제가 음습하고 쿰쿰한 홍대 클럽에서 인디밴드들을 쫓아다닐 무렵, 나리는 쌈싸페와 펜타포트를 누볐죠. 둘이 다시 제대로 의기투합했던 것은 아마.. 첫번째 지산락페였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지산락페! 개인적으로 2009년 1회의 라인업이 최고였다고 봅니다. 폴아웃보이, 스타세일러, 위저, 패티스미스, 그리고 오아시스! 진짜 Rock心으로 대동단결할만한, 이름만 보아도 침이 질질 흐르는 라인업이었죠.


(제 1회 지산밸리락페스티벌, tvN '택시' 촬영에 나리가 얼쩡대서 찾으러 갔다가 찍혔어요. 제가 더 크게 나왔다고 욕먹었죠. 하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기예매로 3일권을 득ㅋ템ㅋ 나리와 나리 친구 미나, 에디터 유수님까지 네 명의 여자들이 뒤집어놓고 왔습니다. 올해도 잊지 않고 함께 했었구요. 그래도 역시 2009년이 甲이었네요. 한달 동안 가사를 외우고 줄넘기를 하며 체력을 기르기까지 했으니! 잉여력 폭ㅋ발ㅋ 무엇보다 오아시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쇼킹할 정도! 나리는 워낙에 골수팬이어서 내한이란 내한은 다 찾았지만 저는 초면이었거든요. 오아시스는 그야말로 레전드니까요! 갤러거 브라더스의 투닥투닥이나 막말드립은 그들이 오아시스가 아니었다면 쿨해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주옥같은 뮤직으로 인해 더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서로를 미친듯이 까대고 팬들에겐 티셔츠나 사라고 하고 비틀즈에겐 니네나 우리나 기타치고 머리카락 있는건 똑같다고 하는 노엘과 리암... 어록까지 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해서 다들 이미 보셨겠지만, 잠시나마 그들의 명언들을 감상하세요-



그놈의 티셔츠 강매 ㅋㅋㅋㅋ 욕 좀 작작하지! 그래도 이거슨 매력? 리암은 늘 취객같아 보여서 그렇다치고 노엘은 진짜 착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내 눈에만 그런가? 처진 눈이라 그런가? 뭐.. 진짜 이 형제는 답이 없습니다. 그냥 닥치고 음악에나 집중해야지ㅋ


영국인의 미국까기ㅋ 67년생인 노엘.. 올해로 몇살인가요? 이름도 무지허게 거룩하구먼 입은 정말 오지게 걸어요. 그래도 뭔가 화끈하고 속시원한 느낌도 확실히 있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돈이 없어서 공연을 보지 못하는 팬으로서 미국을 탓하려구요 ㅋㅋㅋㅋㅋ


라는 데에 대해 가만 있을 리암이 아니겠죠? 더 했으면 더 했지.. 지금은 결국 갈라섰네요. 서로의 기타를 부쉈다는 마지막 싸움의 결과인데 팬 입장에서는 "오오미 세상에!"류의 사건이 아니라 "결국.."이긴 했습니다. 학대로 점철된 유년기를 공유하고, 또 극복해낸 끈끈한 형제애도 물론 있겠지만 똥고집과 쩌는 자존심 등등등등의.. 그래도 갤러거 형제가 언젠가는 다시 합치기만을 바랍니다.


앗! 그러고 보니 리암의 새 밴드 '비디 아이'가 다음달에 내한공연! 국카스텐이 오프닝을 맡은 것 같던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리암의 취객포스를 즐기러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시는 9월 3일이네요. 그리고 노엘의 따끈따끈한 싱글 'The death of you and me'가 8월 21일 똻! 솔로 정규앨범도 10월 17일 발매된다고 하네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노엘의 기자회견 영상을!

                       
                           


참.. 좋아보이죠? 아아 그런데 이렇게 개그짤만 잔뜩이니 왠지 갤러거 형제에게 미안하네요. 당시 지산을 쩌렁쩌렁 울렸던, 가득 메웠던 Oasis의 대표곡! 떼창의 레전드 'Don't Look Back In Anger'를 빼먹으면 아쉽죠! 꼭 한 번 들어주세요! 나리와 함께 목이 찢어지도록 불러댔던 노래라서 더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저나 쓰다보니 오아시스 팬심이 넘쳐흐르네요.. 나리야, 미안! 근데 너라도 이랬을거야하하하하하.. 그치?

                           
                       


Rock 하나로 전쟁같은 우정史를 버텨왔다면 거짓말이고ㅋ 그 외에도 둘이 쿵짝이 잘 맞는 구석은 몇몇 있습니다. 못말리는 식도락, 여행가적 기질, TV addict, 축빠 정도? 같이 축구 경기 관람하러 가서 목 터져라 응원한 결과, 서포터즈에게 스카우트(?) 당하기도 했고 고딩 여름방학 시절에는 맨날 나리네 집에 널부러져서 동아TV의 '러브 서바이벌'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퀴어애즈포크' 같은 퀴어물 등 당시 대중적이지 않던 프로에 심취하기도 했었죠. 몇년 전에는 함께 도쿄로 여행가서 맛집만 찾아다녔다는 후문이.. 치고박고 싸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너무 잘 지내서 다시 봤던 기억도 있고. 참으로 흥미로운 관계입니다.


('해외식신원정단'으로 변모한 우리의 일본여행! 특히 골드러쉬 햄버거 스테이크가 甲이었어요. 지금은 ㅂㅅㄴ때문에 못먹겠지만..)


여전히 투닥대지만 서로의 연애사는 물론이고 가정사까지 줄줄 꿰고 있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의도치 않게 방구를 트기도 했고.. (주어가 없으니 별 상관없겠죠?ㅋ) 서로의 옷차림을 자주 빈정대고, 둘이 있으면 치킨 2마리도 먹을 수 있는 무적의 씨스타입니다. 대기업에서 용케 똘끼를 숨기고 있는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더 많이 싸우고 부딪히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고 일하고 여행가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지금은 어려울지 몰라도, 언젠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꼭 밴드 결성의 꿈을 이루자는 부탁도 함께 말입니다. 우리도 오아시스처럼 머리카락 있고 팔도 있고.. 그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17. 08:30



이름 : 필립 라이더(기타) & 보디 존스(보컬)
나이 : 정확히 알 수 없음, 대신 결성일은 2006년 11월 15일
직업 : 어쿠스틱 듀오, 길거리 뮤지션, 프로 뮤지션 등등
만남 : Robson st. & Burrad st. Vancouver BC Canada


오늘의 주인공은 두 남자, 남자친구가 살짝 질투할지도 모르지만 한때 내게 큰 위로가 되주던 사람들이다. 말이나 글이 아니라 소리로 만난 사이라 감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생김새보다는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과 시간, 그 안에서 만들어진 미세한 진동, 서늘한 기온과 같은 것들이 각인돼 머리도 마음도 아닌 신체의 감각들로 기억되는 것만 같다.   

고리타분한 비유이긴 하지만, 내게는 두 번째 홈타운이 있다. 바로 캐나다의 밴쿠버! 나는 그곳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눈치빠른 분들은 이미 "앗!"하셨겠지만 에디터 중 한 분 또한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정신없이 흘러갔던 한국에서의 삶과 달리 밴쿠버에서의 시간은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갔다. 덕분에 급하고 격했던 내 성격도 많이 여유로워졌다. 회색보다는 초록색, 파란색과 친해졌고, 소주보다는 맥주를 좋아하게 됐다.



무엇보다 난생처음 바닷가 근처에서 살게 됐다는 점에 매료됐다. 가장 좋아하는 해변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English Bay 였는데, 무엇인가 마음에 동요가 일 때면 멍-하니 다운타운行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반짝이는 푸른색, 번져나가는 붉은색과 금색, 가끔은 어두운 검은색 바닷물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바다는 무척 가까웠다. 홈스테이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서 그랜빌 스트릿 사탕가게 앞에서 내리면, 가장 번화한 동네가 펼쳐진다. 물론 명동이나 가로수길, 홍대가 더 반짝거리지만 밴쿠버의 다운타운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습관처럼 찾던 곳, 후회하지 않으려고 자주 찾았지만 더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쉬운 곳. 어쩌면 내 기억 속의 그곳은 실제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늘 낯선 위로를 건네던 그 곳, 그 날도 아마 위로가 필요했던 날이었으리라.

분명 무엇인가 이유가 있었을텐데, 좋지 않은 일은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하는 탓에 기억이 흐릿하다. 아마도 홈스테이 룸메이트였던 태국 여자가 또 쌀쌀맞게 굴면서 떽떽댔겠지? "전화통화 할 때 좀 조용히 하면 안돼?" "아, 유치해! 한국 드라마는 다 이런 식이야?" "넌 아직도 teenager 같아" 어학연수 초기라 영어랑은 데면데면한 사이, 영어를 쓰면 과묵해지는 새로운 정체성을.. 아무튼 그랬던 시기라 나는 대꾸할 가치, 아니 능력이 없어서 또 무작정 버스를 탔다. 한국인이 유독 많은 이민자의 천국 밴쿠버라지만..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어쩌면 나는 그때, 온전히 혼자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사람들로 북적이는 다운타운,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 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Sears란 이름의 백화점 정문 앞은 무척 붐볐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들어가고- 그 정신없던 공간에서 딱 그 부분, 두 남자가 연주하고 노래하던 그 좁고 작은 네모난 공간에서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었다. 뭔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형언할 수 없는 류의 그런 감정이었다. 다소 마른 체격의 두 백인 남자는 자신들을 '어쿠스틱 듀오'라고 소개했다. 이름은 '라이더 존스' 두 사람 앞에, 마치 입을 쫘-악 벌린듯 펼쳐진 채로 놓여진 기타 케이스에는 직접 녹음하고 앨범재킷까지 손수 만들었다는 CD가 가득했다. 10달러 정도였던가? 나는 그들의 공연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보이는 공간에 쪼그리고 앉았다. 열명이 채 안되는 구경꾼들이 스쳐지나가고 오고를 반복하는 동안, 난 계속 거기에 있었다. 달팽이관 속을 빙글빙글 맴돌던 그의 목소리는 나의 조그만 몸 속에서 그만큼 조그마한 파동을 만들며 퍼져나갔다. 혼자 노래를 듣다가 우는건 꽤나 창피한 일이지만, 길거리에서라니- 찌질하기 그지없는 행동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몇 안되는 순간 중 하나다. 


(Rider Jones - Short @YouTube)


그렇다고 그들에게 '찌질한 동양인 여자애'로 기억되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채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긴 했지만, 혼자 감내해야할 창피함의 무게가 너무도 컸기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내 쪽에서 애가 탔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까, 자연스럽고 쿨하게, 그런데 한국어도 아닌 영어로? 난 애초에 쿨하고 대범한 사람이 못 되는데 대체 어떻게? 고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타리스트만 남아서 줄을 감고 다시 풀고, 조율을 하고 있었다.

"Hi" 그래, 가장 무난하다. "음, 보디 방금 화장실에 갔는데?" 그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대꾸했다. 아마도 보컬을 따르는 팬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질투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뾰루퉁한 것도 아니고 심드렁했던 건 더더욱 아니다. 그냥 굉장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말투였으니까. "아니, 난 그냥 노래가 너무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제야 시선을 맞춘다. "오, 내가 더 고마워. 난 라이더야"라며 악수를 청한다. "근데 넌 어느 나라 사람이야? 맞추기 어렵다" 다짜고짜 출신을 묻는다. 동양인들끼리는 척 하면 척인데 외국인들은 구분이 안 되는가 보다. "난 한국인이야" "북쪽?" 갑자기 엄청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북한 개그라니, 서정적인 기타 리프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웃기긴 웃겼다. 낄낄대고 있을 때, 후련한 표정으로 보컬이 돌아왔다. "어느 나라 사람이게, 맞춰봐" 라이더는 두서없이 말하기를 좋아하는 듯 했다. "일본?" 보컬인 보디의 양손에는 반지만 5개, 팔찌가 세개. "난 은지고, 한국인이야" 보디가 "hopefully.. 북쪽은 아니지?"라니까 겨우 웃음을 참은 라이더가 끄-윽끄-윽 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끼리끼리 노는 것 같네. "남한이고.. 앨범 하나 사도 되지?" "Sure!" 그렇게 그들과 만나고, 길거리 뮤지션의 길거리 팬이 되었다.


(Rider Jones - Wilde Awake @YouTube)

두 남자는 내가 앨범을 사갈 때마다 속지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고 나도 답례를 했다. 그림 속에 드러난 동양인이 본 서양인과 서양인이 본 동양인은 오히려 '그려진' 사람보다 '그린' 사람을 닮아 재미있었다. "이게 나라고? 옆집 사는 캐나다 여자겠지" 내가 빈정거릴 수 있을 만큼 영어실력이 향상됐을 때, 그들은 어린 여동생 대하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지 가까웠던 사이는 결코 아니었다. 나는 가끔 대화를 나눌 때마다 음표로 가득찬 그들의 머릿속에서 내 이름을 끄집어내려 노력해야 했고, 그들은 북한개그로 상징되는 나와의 첫 만남만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노래만 듣다가 자리를 떴고, 가끔씩만 용기를 내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연수 기간 동안 나는 대학교에 소속된 어학당에 다녔다. 읽기, 쓰기, 말하기 수업이 따로 있었고 그 중 Lana 선생님의 말하기 수업이 무척 유쾌해 가장 좋아했다. 그 중에서 실질적으로 자주 쓰는 관용어구를 배우는 시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자기가 잘 듣고 있다는 것을 "I'm all ears!"로 표현한다거나 favorite 스카이 라운지 이름인 "cloud 9"이 행복의 절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습득하는 행위는 흥미롭고 행복했다. 여러 관용어구 중 제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shoulder to cry on", 말 그대로 "울고 싶을 때는 내가 어깨를 빌려줄게"의 그 어깨 말이다. 그리고 그 어깨가 두 남자의 노래 속에도 있었다. 실제로 그들의 노래 가사 속에 저 문구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라나의 통통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와 내 귓 속에 들어온 그 말이, 동그랗고 부드러운 리듬과 멜로디를 타고 다시 내게로 왔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의 나에게 있어서는 왠지 운명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Rider Jones - This is Goodbye @YouTube)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점점 밴쿠버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면서 그들과의 만남도 점차 줄어들어갔다.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나는 그다지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됐다. 'shoulder to cry on'이란 문구에서 느꼈던 절박함이 사라진 만큼, '라이더 존스'란 이름의 넓이와 부피도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난 한국으로 돌아와있었다. 귀국 후 한동안은 큰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 괴상한 외로움과 향수 속에 떠오른 단어가 바로 '라이더 존스'였다. 그리고 나는 마이스페이스나 유투브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그들을 만났고, 또 한 번 위로를 얻었다.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이 그들이라는 것, 그들을 기억해냈다는 것은 과장을 좀 보태 의미심장한 일이다. 과도한 감상에 사로잡힐 상황에 놓였다는 경고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내 곁에는 'shoulder to cry on'이 무척 많다는 사실! 그때의 그 감정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혹시 여러분 중에서, 고개를 내미는 조그마한 고독감이 영 거슬리는 분이 있다면 새롭고 낯선 노래가 듣고 싶다면 서툰 위로 대신 그들의 노래를 전하고 싶다. 거기에 내 추억까지 보태- 외로움이 혼자만의 몫이 아니란 사실이 더 큰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 08:30



이름 : 쏭!
나이 : 방년 15세 (정신연령은 필자보다 위인듯?)
직업 : 중학교 2학년 (현재 여름방학 중입니다!)
만남 : 영어수업을 하려고 찾은 쏭네 어머님 사무실


여러분! 1주 만에 찾아뵙는 사과모히토입니다! 저번 주는 무척이나 알차게 보냈어요. 일요일 에디터를 맡고 계신 이든님 덕분에 남자친구 쏭쏭촐군, 월요일 에디터 H님과 다함께 2011 지산밸리락페스티벌로 출동! 아지깡(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자우림, 악틱몽키스(꺄)와 지미잇월드, 10cm,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많은 뮤지션들과 만났어요. 토요일에는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셨다면, 일요일에는 엄청난 양의 비를 마셨..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톡톡히 있었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락페 한켠에 '여러분' 부스를 만들어서 모히토를 비롯한! 다양한 칵테일, 안주들을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어요! 히힛, 우리 모두 Rock Spirit을 가져요!


제가 또 너무 흥분을? 아무튼 각설하고,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드릴게요! 이번에는 제법 어린 친구랍니다. 그동안 큐레이터와 영화감독이란 직업을 가지신, 일견 비범하고 포스 넘치는 분들을 소개해드려서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끼셨다면! 오늘은 좀 다를거예요. 옆집에 사는 동생 내지는 업어 키운 조카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무지 많은 고민 끝에 선정한 오늘의 주인공은 올해 열다섯살, 대한민국의 중딩, 독특한 매력의 조숙한 소녀 '쏭'입니다!

진짜 이름이 '쏭'이냐구요? 그럴리가요! 저는 사생활 침해의 크나큰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네이트의 만행이 생각나네요! (스팸의 메카로 변질된 내 아이폰을 돌려놔!) '쏭'은 어린 친구의 애칭입니다. 이름하고 크게 관련은 없지만 왠지 꼭 그렇게 부르고 싶은 이미지거든요. 제가 을 만난 것은 한달도 안됐습니다. 정말 최근이죠. 어느날, 아빠께서 "쏭한테 영어 좀 가르쳐 주지 않을래?"라며 간곡히 부탁하셨어요. '쏭'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빠 친구분의 따님이랍니다. 어릴 때는 종종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 도통 기억이 안 나서 궁금했는데 똘망똘망 귀엽게 자랐더군요.

같이 공부를 하게 됐으니 친해지고 싶은 맘에 이래저래 말을 걸어봤지만,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친해지기 쉽지 않더군요. 여러번의 실패 끝에, 이 처음으로 제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 화제는 놀랍게도 '채식'이었습니다. 올 여름부터 채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은 것 마냥 깜짝 놀랐답니다. 어릴 때부터 고기반찬에 사족을 못 쓰고, 집에서는 아예 '고기'란 애칭으로 불리는 제게 채식이란 머리로만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었거든요. 음,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like'란 동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던 바로 그 때였습니다.


"언니, 저는 치킨을 좋아해요. 육포도 무지 좋아하구요! 그런데 고기는 무조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나도 치킨 엄청 좋아하는데! 닭순이야, 닭순이! 그런데 좋아한다면서 무조건 해롭다니 무슨 뜻이야?"
"사실 요즘 책 한 권을 읽고 있는데요, 육식이랑 화식(불을 가하는 음식)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데 보고나니…"


이 꺼내든 책은 바로 헬렌 니어링 '소박한 밥상'이었습니다. 방학숙제(!)란 말에 깜짝 놀라며 제법 두꺼운 책을 삼분의 일 정도 읽은 을 칭찬해주고, 저도 몇 페이지 넘겨봤어요. 쏭의 유일한 불만 그대로 '그림은 하나도 없는 책'이었지만 대충 훑어봤는데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내용만큼은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것들이더라구요. 쏭에게 'vegetarian'이란 단어를 가르쳐주고, 책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을 물어보았습니다. 요 비범한 소녀의 가르침을 얻으려구요!

"쏭! 그럼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점은 뭐가 있어? 또 어떤 생각을 했어?"
"음, 글쎄요. 무조건 채소는 아삭아삭 생으로 씹어먹어야 하고 밀가루, 우유, 달걀 모두 피할 것!"
"그리고, 그리고?" (엄청 기대에 찬 제자의 마음으로 닦달했습니당ㅋ)
"식사에 쏟을 시간 말고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라고도 했어요. 중요한 건 다른 거라고."

세상에! 유레카! 세상에는 수많은 스승이 있다고 하는데, 영어 선생님의 신분으로 찾아간 작은 식탁에서 작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이 코너의 주인공들도 제게 무엇인가 새로운 세상,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삶을 소개해준 것 같아요.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입니다. Anyway! 은 이날, 여러가지 이야기를 제게 건넸습니다. 한국 대학등록금은 실질적으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축이고, 청소년 자살율은 1위이며, 공부는 삶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열다섯살 먹은 어린 소녀로부터 나올법한 이야기들인가, 싶기도 했지만 저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끄덕.. 비록 이 전형적인 모범생은 아니지만, 비범한 철학가로 성장할지도 모를 일이에요.


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헬렌 니어링 어르신을 만나볼까요? "이 할머니 지금 92세인데 아직도 완전 건강하시대요!"라며 흥분된 어조로 전했지만, 환경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였던 헬렌 니어링 옹께서는 1904년생으로 1995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91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셨고 그 비결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하셨죠! 그녀의 식탁은 그 자체가 그녀의 가치관이자 철학이자 삶이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레시피는 없어요.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란 거예요! 제철 재료를 준비해서 양과 조리는 최소화하고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것! 늘 전투적(?)으로 음식을 먹는 저와는 달리 자연의 맛을 음미하는 평화로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여러분, 혹시 채식 아니면 웰빙이라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저처럼 고기맛에 중독돼 머리로는 채소, 채소 하면서 이미 입으로 오겹살 한점, 마블링이 예술인 한우 등심 한점을 넣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헬렌 니어링의 레시피를 시도해보고픈 분들을 위해 '대파수프' 레시피를 준비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세요! 무지 간단합니다! 아, 그리고 출처는 한겨레 신문입니다!


다시 육식주의자로 회귀하던 저를 깜짝 놀라게 하며 정신차리게 해줬던 ! 책장을 넘겨보니 그녀가 서툰 언어로나마 전하고 싶었던 내용이 헬렌 니어링 옹의 자애로운 목소리로, 자세하게 적혀있더군요. 여러분과 꼭 나누고 싶은 글이라서, 끝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두고 고민고민 하시던 분들! 너무 급박하게 바꾸시지 마시고 천천히 조금씩 작은 것부터, 그리고 오늘부터! 소박한 밥상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일상의 풍요로움은 욕심 그릇을 비워서 채우고,
자신의 부족함은 차고 매운 가슴으로 다스리되...
타인의 허물은 바람 처럼 선들 선들 흐르게 하라.

생각은 늘 희망으로 깨어 있게 손질하고,
어떤 경우도 환경을 탓하지 말며,
결코 남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미움은 불과 같아 소중한 인연을 재로 만들고,
교만은 독과 같아 스스로 파멸케 하니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다면 조용히 침묵하라.

악한 일엔 눈과 귀와 입을 함부로 내몰지 말고,
선한 일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탕진하여
삶의 은혜로움을 깊고 깊은 사랑으로 완성하라.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 헬렌 니어링 '소박한 밥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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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27. 08:30


 


이름 :
소준문 (@pinkrobot79)
나이 : 33세! (1979년 6월 7일 출생)
직업 : 슬프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
만남 : 씨네코드 선재, '종로의 기적' GV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다른 에디터분들의 멋진 포스팅 보느라 무척이나 행복하셨다구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수다스런 사과모히토수요일도 기대해주셨다구요? 음, 아닌가요? 흑흑 아무쪼록 술술 잘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우리 처음 만난 날' 코너로 발전하기를.. 물론 제가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에디터들,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는 '여러분'에게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릴게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해볼까요? 두근두근, 시작합니다!

두 번째 글에서 만나볼 사람은 바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성실하게 구축하고 계신 영화 감독님입니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라 픽션은 아니지만) 배우로 데뷔하시기도 하셨지요. 성함은 '소준문', 조금 독특한 것 같죠? 나이는 올해로 서른셋이시라고 하네요. 앗, 여기서 잠깐! 행여 독자분들 가운데 "저번 주는 도슨트고 이번은 감독이라니, 당최 평범한 사람은 없는 것 아닙니까!" 하신다면.. 저는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지만! 그래도 꼭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이고, 또 제가 '우연히'(feat. little bit of 의도?) 만난 분들 중 무지 기억에 남는 분이라서 이렇게 오늘의 주인공으로 선정했어요. 여러분께서도 만나보시면 마력에 퐁당 빠지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14일, 트위터 타임라인에 "종로의 기적, 티켓 후원 릴레이"란 멘션이 반짝 떴습니다. '종로의 기적'이란 영화를 보고 무척 감명을 받으신 한 트위터리언께서 더 많은 관객들이 보기를 원하는 순수한 맘으로 티켓을 기부해주신 것이었어요. (혹시 보실지 몰라서, 이 자리를 빌어 @sideman97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당!) '종로의 기적'이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미루기만 했던 제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운좋게도 마지막 티켓 1장의 주인공이 된 저는, 제일 좋아하는 영화관 중 하나인 씨네코드 선재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신세계와 조우했죠. 오늘의 주인공 은 바로 그 신세계의 서막을 열었답니다.



 
'종로의 기적'본격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입니다. 본인 역시 커밍아웃을 한 이혁상 감독은 사랑스런 네 명의 게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고 있는지, 애정넘치는 시선으로 만든 옴니버스 다큐를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감독님과 막역한 사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제 마음까지 따끈따끈해졌습니다. Anyway! 영화는 네 명의 출연진이 각자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첫 번째 스타트를 끊는 인물이 바로 소준문 감독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게이로서, 남성으로서 소 감독님의 아이덴티티는 상당히 다층적입니다. 사실 우리들 모두가 공유하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과 달리 '게이'라는 층위가 더해지니 상대적으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요? '감독'으로서의 그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독려하고 불 같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시크한 어투로 '컷'을 외치는 '감독님' 말입니다. 소 감독님은 오히려 너무 조용하고 나긋나긋해서 일견 소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하거든요.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확한 답변은 아닐지 몰라도 영화 속 그의 인터뷰(정확히 받아적지는 못 했던 것을 감안해주세요!)로 대신하자면, "스태프들이 '이것은 내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감독의 영화, 게이의 영화'로 보았다"며 "항상 '이제 어떻게 할거지?'란 눈빛으로 봐서 난감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 감독님"하는 소리가 "게이야, 게이야"처럼 들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저렇게까지 생각은 안 했을텐데…'라든가 '그동안 조금씩 쌓인 피해의식 때문인가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넘겨짚을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감독님의 마음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단순한 피해의식이라고 하기엔 너무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많았던 탓입니다. 시나리오를 보고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던 사람들이 감독님의 정체성을 알고는 연락을 끊어버린다든가, 감독님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적 설정에도 자신들의 시각을 내세우며 "말이 안된다", "불가능하다"며 반대하기도 했거든요. 감독이 자신의 연출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아니, 그것을 스태프들에게 이해시키지 못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롭고 힘든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감히 모자란 정의를 내려보자면, 영화감독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소준문 감독님을 괴롭혔던 것은 어쩌면 편견이나 배타심 그 자체보다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언제나 '영화감독'보다 '게이'란 아이덴티티가 앞서는 현실말입니다. 그는 에피소드 후반부에 이르러서서는 시나리오를 보여주기 전에 모든 것을 오픈하는 정공법을 택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게이이고, 이 영화는 퀴어영화이며, 배우인 당신은 동성애 연기와 노출을 감행해야 합니다'란 고백부터 시작하는거죠. 그렇게 찍은 영화가 바로 2011년 개봉한 '●REC'란 작품입니다.



"커밍아웃은 끝나지 않는 숙제 같아요"

소준문 감독님에게 커밍아웃은 '끝나지 않는 숙제' 같다고 합니다. 단 하나의 작품, 한 번의 커밍아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늘 새롭게 해야만 하는 숙제와 같다는 뜻이죠. 그의 이 한 마디에 모든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궁금증도 들었어요. 게이뿐만이 아닌 다른 정체성으로 사는 시간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을텐데, 무수한 risk를 끌어안고 커밍아웃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금 더 솔직하고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위한 작은 외침일까요? 이래저래 물음표들을 잔뜩 만들어 놓는 영화였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여기까지가 '종로의 기적'이란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그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나요? 사실 저도 잘 모르는 이야기라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만.. 분명 저번 주에 간결하게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다니! 다음 주에는 꼭! (더 이상 믿지 않으시겠지만ㅋ)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소준문 감독님께 본격적으로(?) 매력을 느낀 것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있었던 GV(관객과의 대화)시간이었어요. 일행 없이 혼자 온 관객으로서 조금 뻘쭘하기도 했지만, 사회를 맡으신 윤성호 감독님(꺅!)을 비롯해 작품의 주인공이신 이혁상 감독님과 소준문 감독님, 인권운동가 장병권씨의 훈훈한 분위기에 금세 flow를 탈 수 있었답니다.


                                                            (GV 모습! 출처는 '종로의 기적' 블로그 http://gaystory.blog.me

지금까지 수많은 미디어가 그려왔던 '게이'의 이미지는 무척 한정적이었습니다. 샤방샤방한 꽃미남이나 거친 매력의 순정마초 같이 여심을 흔들만한 캐릭터 아니면 독특한 패션과 여성스런 말투로 중무장한 스타일 정도로 국한되죠. 거기에 대한 질문에 소준문 감독님은 "저희는 얼굴보다 마음, 마음이 예뻐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며 농반진반으로 대답했습니다. 이어 "저희도 현실을 알아서 고민 중"이라며 "포스터가 역효과를 낸 것 같기도 하다"는 말로 좌중을 빵빵 터트리셨습니다. 아, 여기서 여러분은 제가 꽂히는 스타일을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유머감각!


                                                                                                                    (문제의 공식 포스터!ㅋ)

"그동안 주류 미디어에서 보여줬던 게이들의 모습이 너무 꽃미남이었는데, 사실 현실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받아들이시는 게 또 어떤 편견을 넘어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이혁상 감독님도 예쁜 남자들의 로맨스를 즐기는 여성분들 사이에서 ''종로의 기적'은 비현실적이다'는 평이 파다하게 퍼진 것 같다며 거드셨어요. 물론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화감독, HIV바이러스 감염자인 연인을 위해 에이즈 인권운동을 하는 운동가 등이 등장하며 '게이판 섹스앤더시티'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니, 어떻게 보면 다소 비현실적일 수도 있겠네요. 우후훗!

사실 저는 동성애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습니다. 잘 모르고 있었던 점이 훨씬 많구요. 그래서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의 실물을, 그 맨얼굴을 볼 수 있어서 더 없이 풍요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핫핑크 색을 닮은 러블리한 소준문 감독님을 알게 되서 더더욱 유쾌했구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이 알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이 이해하고 싶기도 하고! 저의 이런 솔직한 마음을 커밍아웃하면서 (역시나) 정신없었던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들 행복해지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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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20. 08:30


이름 : 아쉽지만 몰라요
나이 : 20대 중후반 혹은 30대 초반?
직업 : 소위 간지가 풀풀 나는 큐레이터
만남 :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미술관


여러분, 안녕하세요! 장장 일주일만에 만나뵙게 되네요. 장마와 폭염이 들이닥친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저는 덕분에 건강하고 즐겁게 한 주를 보냈답니다. 영화도 많이 보고 공연장도 찾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이만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요. 흐흐흐 그나저나 본격적인 첫번째 포스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고 기발한 구성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양한 포맷을 시도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우연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연발생적인 '우리 처음 만난 날' 코너답게 막 가자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네요. 기념할만한 첫번째 글의 주인공은 바로 디귿 미술관의 큐레이터, 사진전에서 만난 도슨트 언니입니다!

"touch me, touch me, touch me now! 나를 감동시켜봐"

다들 익숙하실 것이 분명한 이 노래는, 싸이가 작곡한 아이비의 3집 타이틀곡입니다. 대부분 아이비란 가수가 발산하는 농염한 섹시미 때문인지 여기서 'touch'란 단어를 '만지다'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가사에서도 나와있듯이 'touch'는 '감동시키다' 혹은 '마음을 움직이다'란 뜻도 지니고 있지요. "만져달라는 게 아니라 감동시켜달라는 의미"라며 2009년 어느 인터뷰를 통해 아이비 씨가 직접 전한 이야기입니다. 전자든 후자든 모두 말이 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중의적 표현이었고 그래서 확실히 각인된 제목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또 한 번의 'touch me'를, 그리고 '감동시켜달라는 뜻'이라고 말하는 오늘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이달 초에, 존경하는 박오빠(무려 블로그 축전까지 작성해주심)와 사진전을 보기 위해 효자동 즈음에서 만났습니다. 약속 자체를 잊고 있었던 제가 30분 정도 지각을 하는 동안, 오빠는 한 카페에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참을 인'을 두세번쯤 새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박오빠와 함께 찾은 사진전은 그에 앞서 훈석님, 토끼고양이, 절미와 함께 미술관을 찾았다가 월요일 휴관이란 엄청난 수난을 겪는 등 우여곡절이.. 아무튼 범상치 않은 전시회만은 분명했습니다. 사진전의 이름은 'touch me'! 주인공은 바로 유르겐 텔러란 이름의 세계적인 사진작가입니다. 상업과 예술을 넘나드는 유명한 패션작가이기도 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나른하고 몽롱한 이미지, 섹슈얼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이 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사진작가의 얼굴 치고는 무척 친근한 편이죠? 게다가 진달래꽃! 은근 잘 어울리네요. 왠지 고집이 센 옆집 남자, 정육점의 터프한 주인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외모..란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방한해 미술관을 찾은 유르겐 텔러는 직접 사진들을 배치했다고 해요.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준비한 작업이란 생각을 들게 하는 부분입니다. 어찌되었든! 박오빠와 저는 미술관 1층에서 티켓을 받고 전시가 시작되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들이 많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민망하지는 않았어요. (역시 동행이 누군가에 따라..) 그렇게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사실 그다지 재미는 없었습니다. 머릿 속 물음표가 커져만 가던 그 때, 안내하시는 분이 곧 도슨트가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고 박오빠와 함께 미술관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거죠!

도슨트 언니(라고 호칭을 붙였지만 어쩌면 저보다 어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포스가 있으시니!)는 첫 인상부터 모두를 압도(?)하셨는데, 우선 굉장히 아방가르드한 패션이 눈에 확 들어왔고 두번째로는 정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선보이는 개그감! 무뚝뚝한 듯 툭툭 내뱉는, 짧은 몇 마디가 모든 관객들을 빵! 터트렸습니다. "제 사투리가 거슬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부산 사람입니다"란 간단한 자기소개로 첫 번째 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신거죠. 어느새 스무명이 넘게 불어난 관람객을 보며 박오빠와 저는 "예습해놓길 잘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북적북적, 도슨트 언니의 재미있고 씬나는 도슨트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모두 이쪽으로 오시죠. 아, 잠시만요. 사진 찍으시네요" 촬영을 저지할 줄 알았는데, 센스있는 포즈를 취하십니다. "유르겐 텔러가 외설적인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는 하지만 모두 섹슈얼하게만 해석하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입니다"라는 그녀는 "물론 제가 드리는 설명도 여러가지 해석 중 하나니까 참고만 해주세요"라며 시크하게 말했습니다. "유르겐 텔러는 프레임 속 대상이 지닌 사회적인 명성이나 위치를 사진 속에서 전복시키고 싶어 했습니다"라면서 보여준 것이 바로 밑 작품입니다. 



"오른쪽 남성분의 직업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관람객들은 묵묵부답이었고, "참여율이 저조하니, 맞히시면 100원 상당의.. 제 뽀뽀를 상품으로 드리겠습니다. 1번 농부, 2번 광부, 3번 현대미술의 아버지!" 한 남성분이 "3번이요!"라고 외쳤고, 그녀는 무표정하게 "이리로 오세요"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오른쪽 남성분이 가진 명성과 업적이 보이지 않는 사진이죠? 그저 일상에 파묻힌 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껍데기를 걷어낸 모습인데요, 좌측 여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이나 패션, 혹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익숙할법한 저 여성분은 '릴리 콜'이란 이름의 톱 모델입니다. 테리 길리암 감독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히로인으로 등장하기도 하구요. 그녀는 "이 모델은 평소에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워킹하는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프레임 속에서는 옷이 아닌 신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라며 "또 섹슈얼리티를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우측 노인 옆의 과일과 좌측 여성의 가슴을 유사한 이미지로 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몇 분 전에 작품 앞을 지나가면서 "이 모델 아는데!" 정도의 리액션을 보였던 제 감상이 민망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슨트 언니는 '해석의 다양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렇게 볼 수도 있고. 대부분 유르겐 텔러의 작품을 성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고 말이죠. 물론 그의 작품 속에서는 페니스나 가슴을 연상케 하는 오브제 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모델들은 나체로 등장하죠. 그래도 잘 찾아보면 다른 측면들도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작품 속에서는 유년기에 대한 향수가, 다른 작품에서는 가족을 향한 사랑, 혹은 나르시즘이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앞서 그녀가 '사회적 자아를 벗은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그런 주제가 관통한다고 해석한다면, 유르겐 텔러가 수많은 명사의 사진을 찍은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 같지 않나요? 그녀는 아래의 두 사진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했어요.



위에 다리만 내놓고 있는 사람은 바로- 빅토리아 베컴! "처음에는 왜 저 곳에 들어가야 하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런 사진 속에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빛낼 것이란 작가의 설득에 결국 쇼핑백 속으로 들어갔죠" 그녀가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사실 광고사진인 만큼 로고를 부각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였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의 경우, 역시 유명인인 모델 케이스 모스를 피사체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조금 다른 점은 유년기에의 동경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도슨트 언니는 "이곳은 실제로 케이트 모스가 딸과 함께 살던 곳으로, 유르겐 텔러를 초대하면서 사진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란 설명도 덧붙여주셨습니다. 케이트 모스의 눈빛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담겨 있는 것도 왠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죠?

오늘 만난 도슨트 언니는 그야말로 '유르겐 텔러의 그녀'였습니다. 유르겐 텔러를 소개하는 그녀를 소개해드렸으니, 제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린 사람은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되는거네요! 이런 긍정적인 얻어걸리기라니! 왠지 뿌듯하기까지 하네요. 아무튼 작품들까지 등장하면서 나름 풍요로운 글이었지만, 왠지 어수선하기도 하고.. 뿌듯해했던 제 모습이 민망해집니다. 흑흑.. 그래도 시크한 부산 사투리로 관람객들을 유르겐 텔러의 독특한 작품세계 속으로 퐁당 빠지게 했던 멋진 도슨트 언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최대치의 관대함을,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주옥같은 도슨트가 부분적으로나마 전해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첫 포스팅이라 그런지,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듭니다. 유르겐 텔러를 제대로 소개해준, 유르겐 텔러 만큼이나 강력한 포스를 풍기는 도슨트 언니! 그녀의 매력을 전하는 동시에, 유르겐 텔러란 흥미로운 아티스트와 사진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픈 제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전시는 이번달 말일까지니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 고고싱! 꼭 도슨트 시간에 맞춰 전시회를 찾으시기를 강력히 추천해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정돈된, 정갈한, 간결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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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3. 08:30

 

안녕하세요, '여러분' 수요일을 맡게 된 에디터 사과모히토입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보니 말 그대로 '우리 처음 만난 날'이네요. 꿈꾸던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행복하고 조급하고 불안하고 즐겁게 준비한 일이라서 설레고 두렵고 신납니다. 묘하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주저않고 손을 내밀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여러분'과 만나고,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도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꼬마, 유머가 범상치 않았던 사진전 도슨트 언니, 인도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택시 기사님, 짧은 만남 속에 오간 소소한 대화와 여운.. 그네들의 순수한 표정과 활기찬 말투, 서툰 손길이나마 스케치하고 글로 남겨 기억하고 싶습니다.

거창하지는 않아요. 기자회견도 아니고, 빼곡한 질문지가 압박해오는 인터뷰도 아니니까요. 무척이나 사소하고 주관적인 기록이죠. 그럼에도 이야기가 특별해질 수 있는 한 가지 특징은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참으로 평범하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거죠!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제일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는 것! 이거슨 (절대불변의) 진리입니다. 

앗! 그리고 '우리 처음 만난 날'이란 제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랑해마지않는 한희정 씨의 솔로1집 '너의 다큐먼트' 타이틀곡이에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애창곡 1순위이자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이기도 하네요. (동성동본이지만.. 친척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thㅔ요ㅋ)

자,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자유롭고 친근하고 소소하고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따뜻한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감히, 기도해봅니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작지만 소중한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 따끈따끈한 응원들과 적정량의 비웃음과 고마운 기대감 모두 감사드립니다. 일곱빛깔 무지개 같은, 기라성 같은 에디터님들께도 잘 부탁드리고요! 항상 120% 애정과 믿음을 콸콸 쏟아부어주는 M군에게도 찐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축전을 정성스럽게, 강요에 의해 써준 박오빠수제자에게도 감사를! 

'우리 처음 만난 날'의 시작을 축하하는, 자축의 축전은 동명 노래의 가사로 대신했습니다.
부디 
진심이 전해지길! 모두들 더 많이 행복해지세요!

by 사과모히토

 

 

by M군
늘 유쾌하고 재밌고 즐겁고 로맨틱!
고마워! 재밌게 열심히 잘 할게!


by 박오빠(혹은 박선배)
존경해 마지않는, 쿨시크 종결자 ㅋㅋㅋㅋ
(박오빠가 쓰는 글을) 무척 동경합니다요


 

 

 by 수제자
최연소 추천사 작성자!
고마워! 이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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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