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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1. 10:00








학교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의 인간상일까요?


저는 사범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 경력도 이제 겨우 2년차인 초보 교사입니다. 아직 수업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고, 학교 행정도 잘 모르며, 아이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생 노릇인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 여기 저기 참고서를 보고 일일이 메모해 두었다가 수업시간에 자료로 활용하는 것, 그런 것이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 교훈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근면, 정직, 성실’입니. 근면한 사람.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다 좋습니다. 하지만 근면하기만 하거나 정직하기만 하고, 성실하기만 사람을 학교가 길러 내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한때 전경련에서 교과서를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이것은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처지와 전혀 무관한 자본의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어교사가 좋은 점은 만나는 지문이나 작품마다 해줄 얘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간혹 산업화 시대의 소설을 다루면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노동탄압에 대한 예를 들거나 노동자의 권리 등을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반박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아마도 장차 동자가 될 청소년들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지지하고, 그것이 국익에 이롭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처럼 자본의 시각에서 반박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조중동을 읽고 있습니다.

 

노동자 의식을 거세한 인간 양성

 

이것이 자본이 원하는 인간상입니다. 교육부가 어떤 의도에서 전경련의 교과서 집필을 허용하려고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몸은 노예인데 생각은 주인의 머리를 가진 인간을 양성하겠다는 것은 민주시민을 양성하지 않겠다는 반교육적 교육포기 선언과 같습니다.

 

정직하기만 한 사람, 근면하기만 한 사람. 이런 교훈은 주로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 시절 학교가 자본이 원하는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내걸었던 교훈입니다. 왜 강원도의 학생들은 희망버스를 빨갱이들의 집단 선동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르바이트를 하면 반드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무노조 경영은 왜 지지할까요? 이것은 성장 과정에서 주변에서 듣고 배운 사회교육의 결과입니다.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들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요?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두고 선생 노릇을 똑바로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친일 세력의 후예들이 만들어 준 국정 교과서를 열심히 가르쳐 주면 훌륭한 교사일까요? 불의한 세상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키워 주면 그 아이들은 훌륭한 인물, 행복한 민주시민이 될까요? 머릿속에 아무리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도 환경의식이 없으면 자신의 건강을 지켜내기 어렵습니다. 민주의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민주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질 높은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학교가 길러야 할 인간상은 품행이 방정하여모범상을 받는 학생이 아닙니다. 골든벨을 울려 스타가 되는 학생은 더더욱 아닙니다. 노동자 의식을 가진 건강한 인간, 내가 누리는 작은 자유가 우연히 던져진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피땀으로 일구어 낸 소중한 가치라는 역사의식을 가진 인간, 비판능력과 주권의식을 가진 건전한 인간, 권리의식과 평등의식을 가진 그런 인간을 양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머리는 있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을 길러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불행한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아직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때때로 존재의 무력함을 느낍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