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1. 08:30
 
모비딕
감독 박인제 (2011 / 한국)
출연 황정민,진구,김민희,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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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영화 <모비딕(2011)>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할까 해요 :) 저는 '알고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스포일러가 될 법한 내용도 과감하게(!) 썼답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는 앞으로 모비딕을 볼 예정이야!' 혹은 '영화란 모르고 봐야 제 맛이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일단, 즐겁게 관람하신 후에 읽어주세요! 헤헷

++ 늘 이렇게 진지한 글을 쓰지는 않을 거에요~ 그냥 <모비딕>을 보고 나서는 무언가 생각이 저렇게 사뭇 딱딱하게 뽑아지더라고요! 아, 그리고 기승전결 구조에서 늘 '결'이 문제인 저는(....) 앞으로 흥미로운 결말을 쓰기 위해서 노력할거니까요, 변하는 제 글 모양새를 꼭 지켜봐 주세요
:) 








그는 심해를 유영하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깊은 물 속에서, 그의 부릅뜬 두 눈과 쉼 없는 두 손은 거대한 무언가의 표면을 살피고 더듬는 중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영화 <모비딕>은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프닝 타이틀이 한바탕 지나가고 난 까만 스크린에는 소설 '모비딕'의 한 구절이 쓰여진다. "그것이 흰고래인 줄 알고 싸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자 이방우(황정민 역)는 자신의 안위보다도 직업적 소신에 집중하는 인물이다. 오로지 특종을 잡겠다는 생각 밖에 없는 그에게는 언젠가 고위층의 비리 정보를 얻어내면서 생긴 다리의 흉터만이 자랑거리다.
 
그랬던 이방우가 '발암교 폭파' 사건을 단지 기사거리가 아닌 '진실'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로 보게 되면서, 극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그 일련의 과정은 영웅 탄생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1) 윤혁은 이방우에게 발암교 사건이 조작되었으며,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고 말한다. 2)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꾸민건지 찾는 이방우를 동료 기자 손진기와 성효관이 돕게 된다. 3)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진기가 죽게 되고, 이방우는 더욱 '진실'을 찾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4) 이방우와  성효관은 그 '진실'이 '모비딕'이라는 거대 권력 집단의 소행임을 알게 되고, 또다시 일어날 비극을 멈추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5) 결국 수백명이 무고하게 죽을 뻔한 초대형 음모을 막은 이병우는 기자직을 사퇴한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방우는 확실히 영웅적인 주인공의 면모를 갖춘다. 특종은 고사하고 오보가 될 것이 뻔한 '가십' 기사를 써 내거나, 후배 여기자의 미래를 걱정하여 책임을 떠안기도 한다. 분명 괄목할만한 변화다. 자기 자신조차 안중에 없었던 그가 동료나 불특정 다수의 안위를 지키기 위하여 모든 위기를 감수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방우가 맞닥뜨린 진실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무겁다. '모비딕'의 실체를 다 밝히지 못 하고, 그 배후 세력을 소탕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힘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남은 희망이라면, 기사 거리를 던져주고 비리를 폭로하도록 돕는 또다른 집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다.

손진기의 '정보원'과 극의 마지막에 이방우에게 접촉했던 남자는 소속이 같은 듯 하다. 언뜻 '모비딕'과 닮아있는 그 존재는 무엇일까. 유일무이한 권력 독식 집단을 막으려는, 경찰이나 검찰을 넘어선 레지스탕스는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모비딕' 내부에 있는 것일까. 신문사를 나온 이방우 역시 그것에 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들은 '윤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으로 연결된다. 내부고발자인 윤혁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불의를 행하던 '비열함'과 '고발자'로서의 '정의감'을 모두 갖는다. 선과 악, 용기와 비겁함, 죄책감과 속죄 의지까지도. '윤혁'은 그러한 대립되는 면들을 마주 세워서 만든 입체도형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그는 접착제가 없어서 그대로 펼쳐 놓은 도형전개도 같다. 그가 보여주는 행동이나 감정에는 개연성이 없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관객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도록 도와줄 사람은 윤혁 뿐이었는데, 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영화 <모비딕>은 정치와 음모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범죄 스럴러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신선한 시도였던만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CCTV를 통하여 녹화된 다리 폭파 장면을 보여준 도입부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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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귤양
2011. 7. 20. 08:30






안녕하세요? 유수입니다.
"어? 오늘부터 만화 시작 아닌가요?" 일주일 전의 글을 보고 찾아와주신 여러분, 만화는 없고 웬 손 하나만 덜렁 있어 놀라셨지요?
만화를 시작하기 전에, 각 회 맨 처음에 제목으로 들어갈 그림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검지 손가락 위의 빨간 글씨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네, 제가 연재할 만화의 제목은 보시는 바대로.. "I know that girl"입니다. 


저는 항상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의 삶, 그 속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순간순간들이 어떤지 주의깊게 관찰해왔어요.
그리고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엄을 물어뜯으며 싸우는 몇몇 사건을 보고
이 비좁은 도시에서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희생하며,
어떻게 자신들의 상처를 어루어만져가며 살고 있는지 역시 궁금해졌어요.

다음 주부터 시작될 만화에선,
아직 19살도 되지 않은 소녀가 뜻하지 않게 자신의 비밀을 세상에 들켜버려 타인들로부터 삶의 뿌리가 흔들릴 만큼의 상처를 입고,
또 그 상황을 천천히 이해해가고, 부서진 마음을 차차 추스려가는 모습을 그리려 합니다.
여러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한 명쯤은 있을 법한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제목을 위와 같이 지어 본 것이랍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것들은 다 제쳐두고 "손가락"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화를 보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주세요.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아주 쉬운 퀴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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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