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9. 08:30
 

 혼자 살아가지 않는 우리에게 관계란 모두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좁고 친밀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애 말입니다.

 

 제가 왜 굳이 연애인지 이유를 말하지 않더라도 우린 이미 연애에 관심이 많죠. 커플도 관심이 많고 솔로도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연애에 관심이 없는 분도 분명 있으실테죠. 연애 강요하는 사회는 폭력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떤 강요도 폭력이므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연애에 관심을 갖는 이유야 사람 수만큼 다양하면서 또 대동소이하겠지만, 연애의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는 즐겁기도 하지만 무척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 관계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저의 이유를 한번 말해 볼께요.

 

 왜 연애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연애예찬자라는 것을 먼저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연애가 참 좋아요. 왜냐고요? 우선 무엇보다도 연애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서 좋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은 그 자체로도 무척 행복한 일이니까요. 그 행복은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면 나도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을 쏟을 소중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힘이 되니까요.
 
 게다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다른 누군가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거든요. 그러니까 연애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더 넓은 범위의 타인도 쉽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무엇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인지 배우게 되기 때문이죠. “연애하더니 사람 됐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것도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더 잘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이와 상통하는 말이죠.

 

 그러나 연애의 가장 큰 메리트는 연애가 타인과 깊이 관계하고 자신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라는 사실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성인이 되면 우리 관계는 본질적 자아의 부딪침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자아들끼리의 만남이 주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자아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기보다 의식적으로 만드는 자아에 가깝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어떤 모습인가 알게 될 일이 잘 없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하게 되면요, 그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드러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요, 보통 무척 싫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왜냐면 서로 달라서요. 나는 이렇게 하고 싶고 너는 저렇게 하고 싶은데 안 맞아서 짜증이 막 납니다. 게다가 부딪칠 일 없었던 탓에 '난 이 모습으로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그러니 난 매끈매끈한데, 너는 왜 그렇게 울퉁불퉁하니'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사실은 너도 나도 울퉁불퉁할 텐데요. 보통 사회적 관계에서 이렇게 짜증나면, 그냥 진심으로 상대 안하고 무시해버리거나 용건이 끝나면 그때부터 안보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 연애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관계인거죠. 이 사람이 좋으니까, 무시하거나 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부터 엄청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싫어도 그 사람과 맞을 수 있도록 나를 바꿔보려는(혹은 타인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이 지점 저는 좋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린 울퉁불퉁한 본질적 자아를 다듬어 나갈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너무 힘든 작업이라서 다른 관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연애는 그 사람이 무척 좋아서,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관계이죠. 그건 무척 행복한 경험이기 때문에 그 행복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 힘든 작업을 가능하게 해 주더라는 말입니다.
 
 만약 거슬릴 것 없이 잘 맞는다면 그런 노력이 덜 필요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아무리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도 다른 점은 있기 마련이거든요. 게다가 그 사람을 좋아할수록 기대치가 커져서 조금만 달라도 무척 거슬릴 수도 있고요.  결국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이 더해질수록 깊어질 수 있고요.
그리고 이 지점은 관계에 대한 노력을 연습수 있는 장이 됩니다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지요.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때로 무언가를 더 다듬어야하는 게 아닌데도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처음에는 대체로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 의도치 않게 상처 입혀서 결국 이별에 이르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 지점이 좋습니다. 거기서 또 얻는 게 있거든요. 이별이 주는 고통은 엄청난 반성의 계기가 되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발전시키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데미안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알을 깨야 한다고요. 결국 그 아픔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거겠지요.

 

 그래서 저는 연애의 목적 중 하나는 본질적 자아의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그 과정에서 인간적 한계와 미숙함으로 많은 좌절과 생채기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걸 치유해 가면서 우리는 더 성숙해 갑니다. 궁극적으로 연애를 통해 우리는 행복하면서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연애가 무척 좋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연애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요.

  그래요, 지금까지 연애의 매우 이상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것 인정할께요. 그렇지만 언제나 인간은 '이상'을 '지향'하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입니다. 삶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고요. 그러니까 시행착오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닐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는 연애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깨지는 지점. 말해놓고 보니 이별이 좋다는 건가요 , 이래서는 곤란한데 ㅎㅎ 연애 에세이가 첫 장부터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연애, 좋아하시나요?

여러분 연애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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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