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 07:00
두근두근내인생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애란 (창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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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아름아.


안녕하세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어디에선가 가을냄새가 나는 것도 같네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달은 9월이에요. 제가 태어난 달이기도 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름과 가을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오늘,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책은 독서의 계절이란 가을의 문을 열기에 딱! 김애란의 신간,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기대되시죠?

'두근두근 내 인생'은 6월 15일 태어났습니다. 나름 신간 축에 끼는 것 맞죠? 그동안 김애란 작가가 발표한 책은 '달려라 아비' 그리고 '침이 고인다' 단편집 두 권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녀의 긴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첫 장편소설입니다. 창비 계간지에 4회에 걸쳐 연재됐으며, 그때부터 큰 사랑을 받았죠.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기 때문에 리뷰를 쓰기 전부터 너무 긴장타게 됩니다. '두근두근 내 리뷰'네요. 여러분을 위해 서문만 살짝, 데려와 봤습니다. 혹시 스포일러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과감히 '뒤로'를 눌러주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내겐 누군가의 한 시간이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연애만 놓고 봤을때, 저는 좀 아닌 편인 것 같은데요. 이야기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문을 읽고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뭉글뭉글 올라오더군요. 여하튼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근두근 내 인생'조로증에 걸린 17살 소년 아름이와 아름이의 부모가 주인공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점은 철저히 아름이의 시선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아름이가 전해들은 것으로 설정돼있긴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젊은시절 이야기가 무척이나 세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이죠. 노래를 부르고픈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고민하는 소녀 엄마, 운동이고 뭐고 다 관두고 싶었던 태권도 소년 아빠의 마음과 생각을, 아름이네 부모님의 생동하는 유년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렇게 그 나이에 맞는 고민들을 껴안은 소년소녀들은 서로를 껴안게 되고, 아름이가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이란 주인공의 이름도 그렇게 포옹의 느낌이 묻어나서 좋았어요. 김애란 작가도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누군가 두 팔 벌려 나무를 안고 있는 이미지였어요. 사람이 양팔로 큰 나무를 안을 때 그 '품'을 이르는 단어? 포옹의 단위? (웃음) 같은 거. '아름답다'의 '아름'도 될 수 있지만 제겐 그 나무 이미지가 컸어요" (출처: 알라딘과의 인터뷰) 라고 답하셔서 혼자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찌찌뽕?ㅋ)


주인공 아름이는 17살, 하지만 몸은 여든살 노인과 같습니다.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빵오빠나 코폴라 감독 作 '잭'의 로빈 윌리엄스가 떠오르기도 하죠. 이야기는 아름이가 엄마, 아빠를 위한 연애소설을 쓰고자 하면서 시작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돌보고, 아픔을 나누었던 부모님께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참 예쁩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많은 사건이 아름이의 곁을 스쳐지나갑니다. '인간극장'이나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첫 사랑 소녀와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시간을 마주하고 성장해나갑니다. 

주인공 아름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은데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름이네 아빠, 엄마도 그렇고 아름이의 멘토이자 친구인 장씨 할아버지도 무척이나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장씨 할아버지인데요. 아름이의 이웃입니다. 장씨 할아버지는 60대의 어르신이시지만, 여전히 소년스러운 분이에요. 철부지 같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그치만 어느새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건네주시기도 하죠. 본문 중에서 장씨 할아버지의 매력이 잔뜩 묻어나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살짝 데려올테니 함께 읽어보아요. 

(성금프로그램 촬영 중인 아름이네 집에 불쑥 들어와서 방송국 사람들에게 말하는 장씨 할아버지)

"아름이 쟤는 아주 나쁜 아이입니다."
"네?"
우리는 한 번 더 장씨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왜요?"
"쟤는 저를 무슨 동네 형 대하듯 하거든요. 집에서 아주 버릇없게 키운 게 틀림없습니다.
지가 무슨 진짜 내 또래인 줄 알아요."
작가누나가 예의상, 진짜 예의상 한 번 더 물었다. 대충 받아주고 어서 끝내려는 것 같았다.
"아름이가 정말 할아버지를 형처럼 대하나요?"
할아버지가 어이없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럼 할아버지는 아름이를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러자 장씨 할아버지는 새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쑥스러워하면서 한 마디 했다.
"친구요..."
 
정말 (이렇게 말씀드리면 외람되지만) 귀여우신 분이시죠. 김애란 작가는 한없이 슬퍼질 수 있는 이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십분 발휘해 독자의 감정이 강약중간약,하며 좋은 리듬을 타도록 돕습니다.


또 하나, 김애란 작가의 장점인 풍부한 어휘과 그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 그 생기를 살리는 리듬감이 이 소설에서는 무척이나 돋보입니다. 그녀는 소설 언어가 지니는 리듬감, 호흡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실패한 시인"이라서 더욱 말의 리듬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17살의 아름이가 과거 엄마, 아빠가 아름이를 낳았을 때랑 동갑인 것처럼 저도 지금 저를 낳으셨을 때 엄마 나이와 동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름이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를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잊어버린 그때의 기억을 아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구요. 제 심장과 연결돼 쿵,짝,쿵,짝 박자를 맞추어갈 작은 심장을 가진 아기라니! 새삼 신비롭습니다.

음.. 찬란한 슬픔,이란 표현 다들 아시죠?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역설'이란 수사법을 배울 때 자주 언급되는 예시인데요. '두근두근 내 인생' 속 아름이를 만나며 제가 느꼈던 감정도 '찬란한 슬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수없이 교차되는 과정 가운데서 아름이의 두근거림에 제 두근거림이 나란히 포개어졌던- 아프면서도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이토록 특별한 아이, 아름이의 소설은 어떻게 됐을까요? 또 첫사랑 소녀와의 로맨스는 어땠을까요? 무수한 궁금증들은 꼭, 책 속에서 아름이에게 직접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도 두근두근, 설레고 떨리는 여정이시기를 기도할게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1. 08:30
마왕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웅진지식하우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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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생각, 생각을 하자!

마왕, 무척이나 친숙한 제목이다. 제법 유명한 드라마에, 영화까지 다들 '원작소설인가?'란 생각을 해봄직하다. 초능력자인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야기와 독자의 상상력, 그것은 시각을 뛰어넘는다.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다. '젊은 천재'라 불릴 정도인데 제법 끄덕여질 정도. 게다가 대중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그의 작품은 드라마,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일본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지도 모를, 귀염둥이 에이타군과 서정적 매력이 돋보이는 마츠다 류헤이가 주연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또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 원작이다.
                                      



1971년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이사카 코타로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조화하는 스토리텔러에 가깝다.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번이나 노미네이트 됐으며, 두터운 팬층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최고의 작가로,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등의 유명한 전작이 있고 이 '마왕'이란 소설로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냈다. 법학도답게 헌법이나 전체주의에 대한 통찰력에는 깊이가 있고, 유능한 작가답게 어려운 아젠다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여담이지만, 네이버 작가소개를 보면 센다이시에 거주하며 집필활동 중이라던데,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라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아! 쓰다보니 또 서론이 너무 길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사족일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이제 소설을 제대로 살펴보자. 우선 주인공!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로 평범해질 수 없는 형제. 주인공이 둘인 만큼, 이야기도 형 안도의 이야기인 '마왕''호흡'이란 제목의 동생 준야의 이야기로 나뉜다. 사실 말이 '초'능력이지 사실, 두 형제의 초능력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슈퍼맨 같은 영웅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형 안도는 30보 정도의 거리를 두면 복화술이 가능하고, 동생 준야는 10분의 1 확률이 넘지 않으면 1로 만들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날, 안도는 TV에서 이누카이란 정치인을 보게 된다. 이누카이는 "5년 안에 세상을 바꾸지 못하면, 내 목을 날려도 좋소!"라고 하고 사람들은 그의 묘한 자신감, 매력에 빠져든다. 그리고 안도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지한 안도는 이누카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몇 년 후, 이누카이는 파격적인 개혁을 시행하고, 그의 힘도 점점 커져간다. 그야말로 '마왕'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그 즈음, 동생 준야는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싸움이 시작된다. 과연 '마왕'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점령하려는 야욕의 정치가? 초능력자? 아니면 생각을 잃어가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기운일까? 이데올로기, 파시즘, 군중심리 모든 것이 거대한 회오리 속에 엉켜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맺음글에서 "파시즘이나 헌법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들은 주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품이나 장식품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 민주주의가 보편화되어있다는 착각 속에 여전히 잔존하는, 아니 어쩌면 기생적으로 발전했을지 모르는 파시즘이란 '생명체'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 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명확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란 책 속의 한 마디가 큰 여운을, 익숙하고도 새로운 깨달음을 남긴다. 나서서 행동하지 않더라도, 실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지도 잊지도 말자. 그것이 마지막 남은 희망이고 민주주의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1. 08:30


안녕하세요! 수요일사과모히토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그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우리 처음 만난 날'코너에서는 제가 만난 사람들과 그 사람들로부터 알게 된 것들, 영감을 받은 것들, 함께 즐긴 것들을 나누었었죠. 매력적이면서도 제게는 의미있는 인물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또 그들이 소개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작업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한 가지 테마가 아니라 한 인물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의도치 않게 스크롤의 압박도 생기고 인물 선정의 어려움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 주,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혹시나, 아주아주 혹시 제 코너를 사랑해주셨던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너무너무 죄송해요. 하지만 더더욱 재밌고 간결하고 깔끔하게, 여러분을 위한 글을 쓸테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무지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란 소리를 들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냥 밥벌레?
무튼 그래서 문학소녀로서의 회귀를 꿈꾸며 과거 한 에디터님께서 맡으셨던 Book Review 코너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함께 열심히 책,책,책 책을 읽어봐요! 디지털, 디지털 할수록 우리 모두 아날로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블로그야말로 디지털 문화의 아이콘이지만! 책 냄새 풀풀 풍기는 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감사드렸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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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30. 08:30




 20대 중반을 지나고 나면 사람을 만날 기회가 20대 초반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직장이 생겨도 직장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CC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요. 게다가 거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인생의 큰 진로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헌신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 시기는 '소개'로 만나는 일이 가장 일반적인 만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개팅'을 부탁하거나 제의를 받거나 시켜주거나 하는 일들이 무척 빈번해지면서 가장 많이 묻게되는 질문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입니다. 20대 초반에 소개팅을 할 무렵 그런 질문을 던지면 그 때 돌아오는 대답들은 무척 막연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좋아'라는 식의 태도랄까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감히 말하건데 그건 어느 정도는 뭐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의 취향도 모르고, 자기 자신도 모르고, 연애도 모르고, 관계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무한한 가능성 같은 거지요.


 그렇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체'로 이런저런 것들을 거르고 나면 그 가능성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소개팅을 즐기는 분이 있으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사실 한두번은 즐겁더라도 너무 여러번 소개팅이 매번 무산되면 소개팅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을 시도하지 않게 되는 셈이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겠지요. 특히 누구를 만나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좀 덜하겠지만 개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효율은 필요성이 높습니다. 자신과 매치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그만큼 낮아서 시도가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또한 '누구를 만나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결국 만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 뿐이지 그 범위가 무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소개팅을 주선할 때, 정말 연애를 하고 싶어서 소개팅을 원하는데도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라고 묻는 대답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는 무척 답답합니다. 물론 직관적인 사람들의 "느낌이 좋은 사람"과 같은 대답이야 어쩔 수 없지만 주선하는 과정에서는 반영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건 최종 결정시 본인의 기준으로 쓰면 되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을 데려와야 느낌이 좋을지 정도는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는 겁니다.


(아아. 이걸 말하다보니 예전에 제가 진로상담을 받은 일이 생각나는군요.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척 막연하고 형이상학적인 대답을 했던 저를 보는 상담사의 심정이 아마 그런 것이었겠어요...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뭔데!'라고 묻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인간이해에는 역지사지만한게 없네요.)


 물론 겨우 몇 번의 한정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스테레오 타입에는 분명 함정이 있을 겁니다. 그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체를 너무 절대적으로 고수하지 말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을 만나야 정말로 좋을 확률이 높은 것 또한 맞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연애는 좋아야 시작되는 것이구요.

 그렇지만 의외로 이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어떤 사람이 "좋다"라는 동기에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의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연애에 대해 절실히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이 복잡한 현상을 다 따라가기 힘들거나, 혹은 무엇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마디로 알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거죠.

 그럴 때 우리는 전문가를 찾습니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대인 매력(Interpersonal Attraction)'이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수십년의 연구 결과, 대인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고 밝혀졌는데, 그 요인들 중 한두가지의 장점들은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랍니다.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1)


 그 대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8가지 요인은 이런 것들이라는군요.


 1.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

 : 예쁜 여자, 착한 여자, 키 큰 남자, 다정한 남자 같은 요소를 말합니다. 당연히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대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2. 상대가 평소 어떤 행동을 하는가
 : 나에게 호감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내가 호감이라고 느끼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을 말합니다.

 3. 나는 어떤 사람인가
: 자기의 성격이나 자존감, 자신감이야말로 연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 나의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은 어떤가
 : 기분 좋을 때 만나는 사람은 호감이 갑니다. 또 생리적으로 흥분한 상태(무드가 있는 상태)이거나 도움을 받는 상태에서도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5. 서로의 특성은 얼마나 비슷한가
 : 태도나 의견이 유사하거나 신체적 매력도가 비슷하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가치관이 비슷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성격의 경우는 다르다고 하네요.

 6. 서로 얼마나 서로 교감을 나누는가
 : 연애 감정은 상호작용을 통해 깊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만남의 횟수나 빈도, 호감표현의 적극성,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는지 등이 연애감정이 깊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7. 연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어떤가
 :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한데,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자란 사람은 일정 연령이 되어도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8. 어떤 장소나 분위기에서 만나는가
 :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어떤 장소에서 만나는지에 따라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고 합니다.
 
 
 이상의 8가지 요인은 '어떤 사람이 좋은지'에 대한 메타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틀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매력의 요소는 또 다르고 다양하겠네요.
 '어떤 사람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틀을 고수할 필요는 없되, 현재까지의 경험과 판단으로 자신의 틀이 뭔지는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좋습니까?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reference
1) 이철우,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북로드,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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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9. 08:30



안녕하세요, 여러분!
월요일의 H입니다.

오늘은 전 주에 이야기 하던 레이디 가가의 글을 조금 더 쓰고 싶어서, 더 많이 얘기해보고 싶어서 
다시 한번 레이디 가가를 데리고 왔습니다. 
 요즘에 정말 거의 매일 You and I를 듣고 있거든요. 
저는 다시 이렇게 나일론 덕후가 되어 가는 건지ㅋㅋㅋㅋㅋㅋ
언제나 이런 식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매번 그렇지만, 무언가에 있어서 덕후나 팬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타입인 것 같아요.
만약 팬으로서의 성실성이나 진정성이 없어서 싫다면 용서하세요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를 먹으니 어렸을 때 만큼 빠지는 것도 못하겠고 ㅋㅋㅋㅋㅋ하루는 왜 24시간인가

 

(진한 화장보다 이렇게 담백하고 순수한 화장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가가의 화장은 갈수록 진해진다.....why... )


사실 오늘은요,
인터넷에서 가가에 대해서 이것 저것 보고 있다가
지난 포스팅에서 제가 두서없이 얘기했던 가가에 대한 의견을
 보다 깔끔하게 설명한 칼럼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노래를 들어보니, 대부분 그쪽으로 담 쌓고 살았던 내 귀에도 익은 것들이다. 의아한 것은, 소문으로 듣던 그녀의 기행(?)에 비해 정작 음악은 너무나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점. 이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진중권, "
대중문화의 포스트 아방가르디스트"



평소에 진중권씨는 제 기준에서는 격렬하게 표현하고 말씀하는 이미지가 강한지라 좋아요! 하지는 않지만요,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분이에요.
하지만 그럴려면 난 엄청 똑똑해야 겠지... 비디 아이를 비디아이즈라고 하는 사람이 난데ㅋㅋㅋㅋ 
요즘 나이를 먹으면서 건망증 뿐만 아니라 언어쪽으로도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팀 버튼도 평소엔 잘만 생각나는데 막상 혹성탈출을 보다가 기억해 내려면 생각이 안나고 ㅋㅋㅋㅋㅋ
아직 스물 다섯인데 망했네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칼럼 이야기로 돌아가서 ㅋㅋㅋ 진중권씨가 레이디 가가에 대해서 칼럼을 썼다는 사실은
예전에 트윗에 직접 올린 것을 본 적 이 있어요.
 읽어 보고 싶어서 언제 올라오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가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저도 동의하는 레이디 가가에 대한 분석 키워드가 몇 개 있었는데 
 
 
1. 가가도 언급했던 총체예술’(Gesamtkunstwerk)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악과 무용과 연극이 모두 하나가 되는 것

2. 포스트 아방가르드
기존의 아방가르드가 예술가들의 도발로 인한 대중들의 쇼크, 격렬한 항의에서 진정한 예술적 의미를 찾았다면 
포스트 아방가르드에서는 레이디 가가의 도발로 인하여 대중들은 재미를 찾고, 즐거워하는 것


 3. 포스트 모던
포스트 모던의 전략 중 하나인 혼성 모방의 기법

 



타란티노의 킬빌과  텔레폰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과 본 디스 웨이



일본의 유명한 사진작가 야나기 미와  ( 클릭 하면 야나기 미와의 사이트로 이동! ) 와 파파라치




"아무리 아방가르드의 제스처를 취해도, 그녀가 던지는 충격의 요소는 이미 복용량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그녀의 음악이 생각보다 평범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게다.
음악마저 이상했다면, 그녀가 자신의 에고로 여기는 그 대중적 명성(The Fame)에 도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술의 아방가르드를 받아들인 대중도 음악의 아방가르드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음악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제스처를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I live halfway between reality … and fantasy, at all times’ -Lady GaGa

 



진중권씨는 '레이디 가가가 영리하다' 라는 말로 칼럼의 끝을 맺습니다.
 음악은 받아들기 쉽고, 의상과 연출, 뮤직 비디오는 눈을 즐겁게 하고 구미에 맞고.  
대중적 취향과 파격적인 예술의 사이를 조절하는 레이디 가가.
리뷰를 하면서 다시금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저는 왜 이렇게 가가가 86년생인 게 실감이 안날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영상 할 때 보면 귀엽게 웃는 다던가 가끔 어린 모습이 보여서 비로소 아 그렇게 나이 안많지 하고요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말할 때 보면 애교가 참 많더라구요.
일본의 스맙스맙 쇼( SMAP이라는 국민 아이돌 스타 그룹이 하는 요리 쇼프로그램) 에서도
이것 저것 장난 치거나 부끄러워서 얼굴 붉히는 것 보면 저게 컨셉인지 미리 설정해 놓은 건지ㅋㅋㅋㅋ 모르겠지만 귀여워요.
하긴 1집 때까지만 해도 볼살 통통해서 뭔가 어린 느낌이 났었는데.ㅋㅋㅋㅋ 




2008년에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레이디 가가의 무대는 언제나 기대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개성이나 창의성이 빛나는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늙을 때 까지 계속 활동해 줘요 레이디 가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7. 08:30


안녕하세요-
여름이 온건지 간건지 모르겠는 날씨가 계속이네요.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좀 실망스러운 여름입니다.
제대로된 여름날씨가 그리운 miss톡의 조금 특별한 여행기, 그 두번째 장소는 싱가폴입니다. 

추위를 너무 심하게 타는 저는 겨울이면 동남아로 여행을 가장한 피난(?)을 종종 가는 편인데요,

그런 저에게 12월에 찾은 싱가폴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어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숨이 턱턱 막히게 더운 날씨가 딱 제 스타일이더군요 :D

'지금까지 다녔던 동남아는 잊어라!'를 외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싱가폴이었어요. 
딱봐도 나라 전체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한건 물론이고, 먹는거 입는거 모두 참 풍족한 나라더군요.
사알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던 확실한 선진국이었습니다. 

너무 긴 비행은 부담스럽다-
리조트와 비치만 왔다갔다 하는 동남아는 심심하다-
하시는 분들 싱가폴 강력 추천이에요.
6시간 반이라는 다소 덜 부담스러운 비행시간, 그리고 관광과 휴양이 적절히 섞여있는 곳이거든요.

그러면 이제부터 싱가폴에서 놓치면 아까운 일들 best3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1) 센토사섬 비치에서 반나절 이상 빈둥거리기
 

센토사섬은 싱가폴 본섬에서 모노레일만 타면 5분만에 도착하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이에요. 
이 작은 섬에 볼거리가 정말 많답니다.
실로소 비치, 팔라완 비치, 탄종 비치, Songs of the sea 공연, 대형 멀라이언 동상, 다양한 어트랙션,
그리어 얼마전에 새로 생긴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그렇지만 제가 센토사섬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빈둥거리기' 입니다.
으잉,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센토사섬 어느 비치의 풍경입니다.
제가 반나절 동안 '빈둥거리기'를 실천했던 곳이기도 하구요.
야자수와 바다, 하얀 구름 둥실둥실 하늘.. 어떤가요, 여기 분위기가 조금 느껴지시나요?

이런 파라다이스 같은 곳을 그냥 지나친다는건 말이 안되죠.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고, 내가 쉬고싶은 대로 쉴 수 있는게 진정한 여행이잖아요.
유명한 비치 구경하고, 다양한 어트랙션을 즐겨보려던 하루 일정은 순식간에 취소.
눌러앉기로 합니다.





이렇게 바닷가에 썬베드를 놓고 각종 음료와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비치 레스토랑&카페가 있어요.
명당은 역시나 제일 앞자리.
썬베드 렌트비를 지불하면 직원이 와서 푹신푹신한 매트도 깔아주고, 파라솔로 그늘도 만들어준답니다.
주위에는 거의 대부분 유럽인들이 와서 광합성을 하거나 맥주 한잔씩 하더군요.





시원한 아이스티와 함께 즐기는 여유. 최고랍니다.
그저 누워서 낮잠자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배고프면 피자 시켜먹고, 심심하면 바닷물에 발담그고..
아무것도 안해도 마냥 좋은 시간이었어요.

흔히들 여행을 가면 꼭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가 쉬운데요,
그런 생각 한번 과감하게 버려보세요.
왜냐면 저에게는 이 '빈둥거리기' 시간이 싱가폴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거든요.



2)
싱가폴만의 주류 맛보기! 싱가폴 슬링&타이거 맥주

베를린편 라들러에 이어 또다시 술 이야기가 나왔군요.

그치만 여행가서 가볍게 맥주 한잔, 칵테일 한잔 정도는 기분좋게 해주는게 센스잖아요?
싱가폴에 왔으니 싱가폴만의 주류를 꼭 맛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싱가폴에서 탄생한 칵테일, 바로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입니다.
시청역 근처의 래플즈 호텔에 있는 롱바에서 만든 것이 오리지널인데,  
여기 가서 마시게 되면 안주로 주는 땅콩을 까먹고 바닥에 마구 버리는게 관습이래요 ㅋㅋ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칵테일, 싱가폴 슬링을 한잔 마셨답니다.
새콤달콤한게 맛나더라구요.





그리고 싱가폴 맥주 '타이거(Tiger)'도 빠뜨릴 수 없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데, 싱가폴에서는 어딜가나 있어요. (당연한거겠지..)

싱가폴 슬링과 타이거 맥주 모두 맛이 퐌타스틱~ 하게 뛰어난건 아니지만
그래도 싱가폴에 와서 마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게 소소한 재미죠.
그렇다면 이것들을 최고의 장소는 어디일까요?







바로바로 클락키(Clarke Quay)에요.
싱가폴의 가장 번화가이자 젊은이들의 거리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강을 따라서 노천 레스토랑과 바들이 길게 늘어져 있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칵테일 한잔 혹은 맥주 한잔 한다면 기분 최고일거에요!



3) 호커스(길거리 푸드코트)에서 음식 먹기
 



싱가폴에서의 마지막 밤,
방금 말씀드린 클락키에서 타이거 맥주 한잔 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배가 고픈거에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한밤중에 겁도없이 (싱가폴은 안전하다니까 그런줄 알겠어요 -_-) 근처 푸드코트를 찾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게 푸드코트인데요, 싱가폴은 살짝 달라요.
여기저기 곳곳마다 푸드코트가 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푸드코트라기보다는 호커센터(Hawker center)라고 불러야겠죠.  
실내/실외 구분없이 거리까지 테이블이 펼쳐져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호커센터입니다.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곳이라고 해요.

기존의 호커센터는 아주 허름하고, 살짝 지저분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요,
제가 찾았던 곳은 호커센터와 백화점 푸드코트의 중간 레벨 정도로 보이는 곳이었어요.
그런 곳을 찾아간다면 부담없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현지인들 틈에 껴서 밥먹는 재미도 있잖아요. 

마지막날 밤에 길거리 푸드코트에서 배터지게 먹었던 팟타이와 볶음밥, 딤섬. 그리워요-



이렇게 오늘은 '싱가폴에서의 즐거운 나의 하루'를 함께했네요.
서명이 따로 없는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가 출처임을 밝힙니다. 

참, 다음주에 저는 시드니에 갑니다. (여행 블로거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중)
갑작스럽게 정해진 여행이라 12시간만에 항공권과 비자를 완료했다죠.
언제나 설레이는 것이 여행이지만, 호주는 처음가보는 것이라 더욱더 설레이네요.

열흘 정도 다녀올 것 같아서 잠시 휴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대신 엄청나게 따끈따끈한 시드니 이야기를 들고 돌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늘도 역시 Love&Free의 한 구절과 함께 이만 총총.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 결정하는 순간, 모든 것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 in America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5. 11:43

야구를 즐기기 위한 첫번째 스텝은 나를 열불터지게할 팀을 고르는 것이다.
응원팀을 정하는데 있어서는 복잡한 수치따윈 필요없다.
일단 나를 매력적으로 꼬드기는 팀만 정해진다면, 그 이후의 단계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동진행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그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가지 각색이다.
그 팀의 한 선수가 잘생겨서 라든지,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혹은 우연히 따라간 직관에서 홀딱 반한 경우도 있다.
또 나처럼 WBC(야구판 월드컵)나 올림픽때 우연히 야구를 보고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사람들이 택하고 있고, 가장 쉬운 응원팀 선정은 출신 지역에 따른 응원팀 선정이다.



출신지역에 따라 야구를 보고자 하는 분들은 이 그림을 보고 선택하시면 된다.


출신지역에서 태어나 출신지역에서 계속 생활하시는 분들께는 이 방법을 권한다.
동네에서 함께 살아온 친구들이 다들 같은 팀의 팬일 확률이 크고, 그 지역은 대체로 그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 덕에
매일매일 홈 경기장 주변은 한일월드컵 못지않은 응원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일례로, 대전 시내버스에서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라디오로 들으며 귀가하던 대전시민들이
한화 이글스의 승리가 결정되자 승객 모두가 (운전기사 아저씨를 비롯하여) 운행중에 두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는
국가대항전 아니면 보기힘든 장면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홈 구장이 자신이 사는 지역내에 있으므로 언제든 삘꽂히면 직접관람을 하러 야구장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 되겠다.

이렇게 실리와 분위기를 따져서 응원팀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분들은 그냥 느낌이 시키는대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 위의 구단 분포도를 보면 이유없이 그냥 땡기는 팀이 있을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주황색이 좋으니 유니폼이 주황색인 한화이글스가 땡기네" 라든지,
"나는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가 좋으니 한화이글스가 땡기네" 하는 경우말이다.
사실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작위적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왠지 땡기면, 보면서 알아가면 된다.
아니다 싶으면 수렁에 빠지기 전에 다른팀을 찾아보면 그만이다.

만약 당신이 짝사랑하는 이성이 야구를 좋아한다면, 그 이성이 좋아하는 팀으로 시작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권한다.
야구도 보고, 그(혹은 그녀)의 호감도 사고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여자 야구팬은 내가 여자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건
남자 야구팬은 자기랑 같은팀을 응원하는 여자 야구팬에게 진짜 엄청난 호감을 느낀다는건
검증은 안됐다만 사실일게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면,
첨에는 그저 야구라는게 호감사기용 미끼밖에 안되지만 세월이 지나면 어느새
남자(여자)고 나발이고 일단 야구를 보자는 골수 야구빠가 되어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글쓴이의 추천팀

자 이제 노골적인 시간이 왔다.
은근한 권유는 안한다. 노골적으로 한번 권해 보겠다.
내가 권하는 팀은 한화 이글스다. 장점과 단점을 차례로 열거해 당신의 마음을 움직여 보련다.
전혀 논리적인 글은 아닐것이다. 감정적인 호소글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원래 야구란게 그렇다. 논리적인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고 버스를 불태울일은 없다.
야구팬들은 으레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기 마련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한화이글스 추천사진1
참고로 추승우는 2군이라 도루를 못하고, 이범호 김태균은 다른팀 갔다.


한화이글스의 장점

1. 롸끈하다.
한화 야구는 롸끈하다. 이길때도 롸끈하게 이기고, 질때도 롸끈하게 진다.
질때는 쪼잔하게 1,2점차로 안진다. 56점을넘어서 10점차 패배도 꽤나 있다.
현재 2011시즌 퇴다실점패배팀 1위는 한화다. 2위도 한화다. 그리고 3위도 한화다.
18점 내주고 지고, 17점 내주고 지고, 14점 내주고 진다. 이 얼마나 화끈한가..
질때 뿐 아니라 이길때도 롸끈하다. 7위팀 주제에 역전도 잘한다.
경기를 끝내는 안타, 홈런도 엄청 많이 나왔다.
그래서 질때는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 없고 이길때는 스트레스 팍팍 풀린다.

2. 하위권이다.
하위권인게 어찌 장점이 될 수 있겠나?
뭐, 단기적으로 본다면 결코 하위권 팀이라는건 장점이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평생보는 스포츠다. 그러니 단기적으로 봐선 안된다.
한화는 86년 창단이래 대체적으로 강팀이었다. 화끈한 타선을 중심으로 거의 매해 4강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저번 WBC(야구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중심타자들이 일본으로 팔려갔다.
그리고 주축선수들이 군대를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의 하락세는 어쩔수 없는것이었다.
그래, 지금 한화의 부진은 일시적인것이다.
지금 야구판에 한화로 진입한다면 팀이 바닥에서 위로 치고나가는 성장세를 몸소 지켜볼수 있다.
일본갔던 김태균도 돌아올 예정이고, 군대갔던 선수들도 하나 둘 돌아온다.
주식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는 방법이 무엇인가?
바닥에서 사서 꼭대기에서 파는것이 아니던가?
지금 한화주식을 사라. 지금 한화는 바닥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한화이글스 추천사진2
한화이글스 최고의 얼굴로 평가받는 투수 허유강. 잘 생기긴 진짜 잘생겼는데 야구는 못한다. 야구를 못해서 지금은 2군이다. 


한화이글스의 단점

1. 야구를 못한다.
진짜 야구 더럽게 못한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서 진짜 못한다.
야구만 잘하면 최고의 팀이 될텐데 야구를 못한다.
한화이글스의 단점은 이것 뿐이다. 야구를 못하는 거.



한화이글스의 덕아웃에 붙어있는 글. 사랑스럽지 않은가..

노골적인 추천글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선수층이 어떻고, 공격시 뭐가 좋고 수비시 뭐가 좋고 하는말은
보는 당신도 골치아프고, 쓰는 나도 끝없이 써제낄수 있으니 그런말은 일부러 적지 않았다.
감정적이고 주관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보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닌 다른팀은 선뜻 쓰기가 어렵다.
혹시나 원하는 팀이 있으면 댓글에 건의해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흔쾌히 써드리겠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쓸 수 밖에 없으니 양해바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4. 08:30

 


이름
: Nari, the great
나이 : 동갑 as me
직업 : 대기업 1년차 신입사원!
만남 : 열일곱, 1학년 9반


안녕하세요, 여러분! 굉장히 오래간만에 쓰는 글 같네요. 저번 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상에 푹 빠져 글까지 살짝 우울한 분위기에 문체까지 바뀌는 바람에 당황하시진 않으셨나요? 저도 다시 읽어보니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런 문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지난 주부터 환절기라 그런지 컨디션이 영 좋지 않네요. 일교차도 엄청나고 감기기운도 있어서 늘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잠도 푹 자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여러분도 늘 건강부터 챙기시길 바랄게요! 역시 안부인사가 좀 길어졌네요. 각설하고!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Best of Best Friend인데요, 진짜 인물은 인물이랍니다.

나리랑 저는 열일곱살에 처음 만났어요. 랜덤으로 고등학교가 배정되는 첫 번째 해였기 때문에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였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고등학교는 이름밖에 모르던 낯선 곳이었거든요. 그냥 남은 칸을 다 채워넣으려고 12번째에 썼던 학교에 덜컥! 처음에는 집이랑 너무 멀고 원하던 학교가 아니라 성도 내고 징징대기도 했답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동네에서 하나뿐인 여고라는 점! 불타는 10대의 마지막을 여자애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보내자니 억울했던 것일지도? 입이 댓발 나와가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갔던 입학식, 저만큼이나 맘 상한 여자애들을 많이 만났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 친구였던거죠.



그건 그렇고, 친한 친구라고 해서 꼭 닮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리랑 저는 완전히 반대거든요. 짓궂고 부정적이고 거칠면서도 유머를 중시하는 게 제 쪽이라면, 나리는 밝고 긍정적이고 바른 말만 쓰는데다가 고지식하면서도 어리버리한 편입니다. 그래서 하이킥 보면서 엄청 웃었었어요. 맨날 승질부리는 해리는 저같고, 착하고 순한데도 뭔가 쎄고 얄밉기도(제 입장에서만)하고 잘 먹는(!!) 신애는 나리 같아서요. 으하하ㅋ 굳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도- 단순히'성격이 반대'라 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무슨 사건이 나면 리액션도, 의견 차이도 어마어마합니다. 무지 많이 싸우기도 했죠. 그런데 어떻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됐냐구요? 성격은 정반대지만, 취향은 완전 딱! 일치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나리가 저를 좀 좋아해서 친해지고 싶다고 먼저 추파아닌 추파(ㅋㅋㅋ)를 던져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워낙 둘 사이의 역사가 깊어서 그런지, 서론이 무지 기네요. 어쨌든! 둘 사이가 깊어지게(?) 된 것은 다 음악 탓이었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럭저럭 평범한 여고생 둘이었을지 몰라도, 불타오르는 Rock Spirit이 심장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거든요. 저는 아빠와 작은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비틀즈, 딥퍼플, 메탈리카, 너바나의 목소리에 자주 노출돼있었는데, 초딩 시절에는 같은 비틀즈빠인 박박사(애칭)가 있어서 악기도 같이 배우고 사전을 찾아가며 가사도 번역해보고.. 유니텔 비틀즈 동호회의 최연소 회원으로 영상회 준비 스태프까지 참여했었습니다. 실제로 영국문화원에서 영상회도 열렸었죠! 박씨랑은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콘서트에도 함께 갔었어요. 각자 어머님을 모시고(지금 생각하면 헐-) 헤드뱅잉을 하던 열다섯살의 소녀들.. 참 겁이 없었네요. 


                                                               (너바나, 비틀즈, Rage Against The Machine - 필자의 유년기를 책임지신 횽님들) 

전학 후 박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던 16살, 저는 국민그룹 god에 빠져 one of 하늘색 친구들로 활동했고 육아일기부터 CF까지 온갖 영상은 모조리 다 녹화하는 열혈 빠순이가 되었습니다. 종종 연락하던 박씨는 변절자라며 상욕을 아끼지 않았죠. 그러던 와중에 약 5년 만에 다시 만난 Rock Spirit이 바로 나리였던겁니다. 나리와 제가 함께 열광했던 뮤지션은 바로 Linkin Park 였습니다. 한참 인기있었던 밴드였는데, 폭발하는 에너지와 촘촘한 사운드가 대단했었습니다. 특히 턴테이블을 돌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셉 한이 한국계 미국인이라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보컬이자 랩을 맡았던 마이크 시노다는 일본계니까.. 지금 보니 린킨파크는 무지 글로벌한 밴드였네요. 여기서 잠깐, 린킨파크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네이버 프로필을 투ㅋ척ㅋ




꽤 연차가 있는 뮤지션이죠? 예전에 지식인에 "린킨파크 VS 비스트"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무튼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트랜스포머 OST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리와 제가 한참 폴인럽 중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쪼-기 수상내역 보이시죠? 2010년 MTV 유럽뮤직어워드 최우수 라이브상 수상! 솔직히 린킨파크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해요. 클래식한 락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거든요. 앞서 얼굴을 빼꼼 내미신 형님(?)들이랑은 다르게 현란한 랩핑, 디제잉, 일렉트로닉이 몇 스푼씩 가미돼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림프비즈킷과 유사한 Pimp Rock 계열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메탈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힙합 냄새도 많이 나는 터라 올드락빠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지 낯설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다들 이 노래는 좋아하시더군요. 바로 'In the end' 간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해보시죠!

 
                          


Rock의 매력은 저항정신과 자유로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사의 의미나 정치적 의의를 차치하고서라도.. 뭔가 에너지를 200% 분출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비록 린킨파크가 상업성도 짙고 다소 대중적이어서 욕도 많이 먹지만, 적어도 그 시절 나리와 저에게는 잠시나마 일탈을 꿈꾸게 하는 락스피릿을 나누어준 은인같은 밴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한-참 공부해야 할 열여덟의 소녀들은 야금야금 용돈을 모아 거금을 투자해서 학원이고 뭐고 다 빼먹고 린킨파크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던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달인 9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세번째 내한공연이 예정돼있어요! (급 홍보ㅋ)
 



2003년에 쓰던 휴대폰으로 찍은 탓에 화질은 저질이지만, 직접 다녀온 관객으로서는 그날의 흥분과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저때의 젊음이 그립네요. 하아.. 저때만 해도 팔팔해서 스탠딩은 껌이었는데 말입니다. 이 날, 나리와 저는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뭔가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느낌! 강력한 sisterhood를 공유하게 되었던 날이죠. 그리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꼭 함께 밴드를 하자"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실제로 나리는 대입과 함께 밴드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어요. 제가 동네 음악교실에서 드럼을 배우며 선생님과 친분 쌓기에 열중할 때, 공연까지 하다니.. 역시 저는 입만 살았나봅니다.

거기서 끝났다면 포스팅을 하기에도 민망했겠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쭉- 계속됐습니다. 제가 음습하고 쿰쿰한 홍대 클럽에서 인디밴드들을 쫓아다닐 무렵, 나리는 쌈싸페와 펜타포트를 누볐죠. 둘이 다시 제대로 의기투합했던 것은 아마.. 첫번째 지산락페였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지산락페! 개인적으로 2009년 1회의 라인업이 최고였다고 봅니다. 폴아웃보이, 스타세일러, 위저, 패티스미스, 그리고 오아시스! 진짜 Rock心으로 대동단결할만한, 이름만 보아도 침이 질질 흐르는 라인업이었죠.


(제 1회 지산밸리락페스티벌, tvN '택시' 촬영에 나리가 얼쩡대서 찾으러 갔다가 찍혔어요. 제가 더 크게 나왔다고 욕먹었죠. 하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기예매로 3일권을 득ㅋ템ㅋ 나리와 나리 친구 미나, 에디터 유수님까지 네 명의 여자들이 뒤집어놓고 왔습니다. 올해도 잊지 않고 함께 했었구요. 그래도 역시 2009년이 甲이었네요. 한달 동안 가사를 외우고 줄넘기를 하며 체력을 기르기까지 했으니! 잉여력 폭ㅋ발ㅋ 무엇보다 오아시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쇼킹할 정도! 나리는 워낙에 골수팬이어서 내한이란 내한은 다 찾았지만 저는 초면이었거든요. 오아시스는 그야말로 레전드니까요! 갤러거 브라더스의 투닥투닥이나 막말드립은 그들이 오아시스가 아니었다면 쿨해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주옥같은 뮤직으로 인해 더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서로를 미친듯이 까대고 팬들에겐 티셔츠나 사라고 하고 비틀즈에겐 니네나 우리나 기타치고 머리카락 있는건 똑같다고 하는 노엘과 리암... 어록까지 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해서 다들 이미 보셨겠지만, 잠시나마 그들의 명언들을 감상하세요-



그놈의 티셔츠 강매 ㅋㅋㅋㅋ 욕 좀 작작하지! 그래도 이거슨 매력? 리암은 늘 취객같아 보여서 그렇다치고 노엘은 진짜 착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내 눈에만 그런가? 처진 눈이라 그런가? 뭐.. 진짜 이 형제는 답이 없습니다. 그냥 닥치고 음악에나 집중해야지ㅋ


영국인의 미국까기ㅋ 67년생인 노엘.. 올해로 몇살인가요? 이름도 무지허게 거룩하구먼 입은 정말 오지게 걸어요. 그래도 뭔가 화끈하고 속시원한 느낌도 확실히 있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돈이 없어서 공연을 보지 못하는 팬으로서 미국을 탓하려구요 ㅋㅋㅋㅋㅋ


라는 데에 대해 가만 있을 리암이 아니겠죠? 더 했으면 더 했지.. 지금은 결국 갈라섰네요. 서로의 기타를 부쉈다는 마지막 싸움의 결과인데 팬 입장에서는 "오오미 세상에!"류의 사건이 아니라 "결국.."이긴 했습니다. 학대로 점철된 유년기를 공유하고, 또 극복해낸 끈끈한 형제애도 물론 있겠지만 똥고집과 쩌는 자존심 등등등등의.. 그래도 갤러거 형제가 언젠가는 다시 합치기만을 바랍니다.


앗! 그러고 보니 리암의 새 밴드 '비디 아이'가 다음달에 내한공연! 국카스텐이 오프닝을 맡은 것 같던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리암의 취객포스를 즐기러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시는 9월 3일이네요. 그리고 노엘의 따끈따끈한 싱글 'The death of you and me'가 8월 21일 똻! 솔로 정규앨범도 10월 17일 발매된다고 하네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노엘의 기자회견 영상을!

                       
                           


참.. 좋아보이죠? 아아 그런데 이렇게 개그짤만 잔뜩이니 왠지 갤러거 형제에게 미안하네요. 당시 지산을 쩌렁쩌렁 울렸던, 가득 메웠던 Oasis의 대표곡! 떼창의 레전드 'Don't Look Back In Anger'를 빼먹으면 아쉽죠! 꼭 한 번 들어주세요! 나리와 함께 목이 찢어지도록 불러댔던 노래라서 더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저나 쓰다보니 오아시스 팬심이 넘쳐흐르네요.. 나리야, 미안! 근데 너라도 이랬을거야하하하하하.. 그치?

                           
                       


Rock 하나로 전쟁같은 우정史를 버텨왔다면 거짓말이고ㅋ 그 외에도 둘이 쿵짝이 잘 맞는 구석은 몇몇 있습니다. 못말리는 식도락, 여행가적 기질, TV addict, 축빠 정도? 같이 축구 경기 관람하러 가서 목 터져라 응원한 결과, 서포터즈에게 스카우트(?) 당하기도 했고 고딩 여름방학 시절에는 맨날 나리네 집에 널부러져서 동아TV의 '러브 서바이벌'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퀴어애즈포크' 같은 퀴어물 등 당시 대중적이지 않던 프로에 심취하기도 했었죠. 몇년 전에는 함께 도쿄로 여행가서 맛집만 찾아다녔다는 후문이.. 치고박고 싸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너무 잘 지내서 다시 봤던 기억도 있고. 참으로 흥미로운 관계입니다.


('해외식신원정단'으로 변모한 우리의 일본여행! 특히 골드러쉬 햄버거 스테이크가 甲이었어요. 지금은 ㅂㅅㄴ때문에 못먹겠지만..)


여전히 투닥대지만 서로의 연애사는 물론이고 가정사까지 줄줄 꿰고 있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의도치 않게 방구를 트기도 했고.. (주어가 없으니 별 상관없겠죠?ㅋ) 서로의 옷차림을 자주 빈정대고, 둘이 있으면 치킨 2마리도 먹을 수 있는 무적의 씨스타입니다. 대기업에서 용케 똘끼를 숨기고 있는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더 많이 싸우고 부딪히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고 일하고 여행가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지금은 어려울지 몰라도, 언젠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꼭 밴드 결성의 꿈을 이루자는 부탁도 함께 말입니다. 우리도 오아시스처럼 머리카락 있고 팔도 있고.. 그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3. 08:30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 허수경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中 





 사람이 뭔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면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양미숙씨가 그랬어요.(영화 <미스 홍당무>에서요)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진짜 이상한' 사람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미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뿐, 누구나 자기 행동에는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을 거구요. 본인이 그 이유가 뭔지 알든 모르든 말입니다. 자기 행동에 이유가 있다는 말이 그러므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거기에도 바람직한 이유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그걸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요.

  요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행동에 대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적어도 그 당시 그 사람의 판단 하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가 있는 행동을 한다, 는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자기의 이유와 판단에 따라 한 행동이 생각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의외로 사람들은 서로 교류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제스쳐가 서로 다르듯이 거기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에 대한 기대도 다들 제각각이기 때문이겠지요. 어쨌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는데 그것을 의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너는 내게 왜 그랬는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가'라는 원망의 의미라면 
 원망스러운 심정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책임소재를 묻는 대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야 했으니까'라는 대답이 남지 않을까요. (그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한 것이라면 대답이 좀 달라져야겠지만요. 저는 진심으로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사람인데, 저 같은 사람을 잘 못봤거든요.)

 앞서 말했듯, 자기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서 그 행동이 다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혹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또한 상처가 될지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상처를 준 것은 응당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응당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제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만 제가 하고픈 말은 온전히 의도된 상처는 없다는 것입니다. 

 혹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셨다면, 
 상대가 결코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적의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오는 '2차 피해'적인 상처에서는 벗어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해, 그게 여러분에게 상처가 될 줄 알았다면, 혹은 상처가 되지 않을 다른 행동이 뭔지 알았다면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또 한편으로, 의도하지 않아도 상처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의도보다 더 조심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상처주는 사람이 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의도되지 않아도 상처는 아프지요. 그런 점에서 행동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좀 더 잘 알아서, 좀 더 인간으로서 역량을 키워서, 타인을 상처주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어떤 행동을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일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 있는 더 큰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상처받아도 결국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구요.


 갈길이 멀겠네요.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2. 08:30



안녕하세요, 월요일 코너 그림으로 가는 사람들의 H 입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갑작스럽게 코너를 쉬게 되었지요- 예고 없이 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주말에 홍콩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지난 주 팀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회사 업무가 급작스럽게 많아진 데다가, 여행 준비도 틈틈이 하느라 미처 쉰다는 이야기를 미리 못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음, 주말에 다녀온 홍콩 이야기 조금 해보자면요, 이번 여행에서 친구도 오랫만에 만나고 처음으로 홍콩- 중국은 아니지만 -에 방문하게 되어 일본과는 또 다른 아시아를 만나고 왔어요. 호텔 앞에 있는 거리 시장도 보고, 한적한 거리에 사람들이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본다 거나. 굵은 획의 한자 서체가 당연하게 간판에서 보이고 밀크티는 정말 진하고. 아파트의 색깔도 파스텔 톤의 주황색,노란색,녹색인데 오래 되서인지 군데 군데 색깔이 벗겨진 곳이 많고. 장국영이나 장만옥, 화양연화, 2046 같은 중국 영화가 얼핏 떠올랐어요. 다음에는 상하이나 북경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중국차 사다놓고 아직 안먹었네....ㅋㅋㅋㅋㅋ 이래서 기념품은 사오면 안되요. 그냥 현지에서 다 먹어야 함....

그럼 다시 본론인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서, 
오늘은 제가 요즘 빠져 있는 뮤직비디오로 시작하고 싶어요.   
  









레이디 가가의 you and i 입니다. 

처음에 노래만 들었을 때는 좋은 지 잘 몰랐었어요. 이번 born this way 앨범이 나오기 전 부터 레이디 가가가 you and i 를 라이브 콘서트나 쇼프로그램에서 많이 불렀었는데도 그때 까지는 그저 담담 했거든요. 뭔가 신곡인 것 같고 밀고 있는 것 같은데 별로 관심이 안가예 ..



그런데 지금은 계속 계속 리플레이. 무한 반복입니다. 뮤직비디오를 잘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맨 처음에 나오는 검은색 물고기 비늘같은 모자와 어안같은 큰 선글라스도 좋고요. 박자가 제법 느린 노래 인데도 춤은 빠르고 박력있는 템포로 진행 되어서 보면서 늘어지지가 않고, 남자로 분장한 레이디 가가와 긴 생머리의 순수한 가가의 대비도 좋았어요. 여기서 저는 다시 한번 아니마 아니무스를 떠올리고 ㅋㅋㅋㅋㅋㅋㅋ 전공병ㅋㅋㅋㅋㅋㅋ 그래 역시 사람 안에는 다 여성성 남성성이 있는거야 남성 호르몬 여성 호르몬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자아라는 게 있다면 사람 안에는 여성성 남성성 두개 다 있디.....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답게 굴거나 여자가 남자답게 굴어도 놀라지 말아요 해치지 않아요....   


솔직히 레이디 가가는 맨 처음 1집 the fame에서는 노래만 좋았고 뮤비는 그냥 그랬어요. 그러다가 the fame monster의 bad romance, telephone에서는 레이디 가가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좋았구요. 그리고 Born this way 뮤비가 나왔을 때.....
저는 구글링을 시작했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유니콘과 해골, 스타워즈와 같이 외계인 지구 침공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8,90년대의 필름 화질, 초반부에 2-3분 정도 되는 프롤로그,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한 상징과 암시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뮤직 비디오 -

모든 것을 일정 컨셉이나 상업적인 목표를 가장한 전략으로 설명하면서 레이디 가가의 창의성을 결국 돌고 도는 트렌드를 잘 이용한 카피 뮤지션의 일면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레이디 가가는 확실히 똑똑한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이 깔려 있다는 비판에 관해서는 요즘 시대에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음악 산업이 어디에 있나 싶기도 하구요. 레이디 가가가 자신은 천재이고, 자신의 노래나 패션 스타일 등을 누구의 모방 없이 창조 해냈다 말하는 식의 발언은 회자 되기 위한 자기PR용 멘트 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보다 대중 가수, 뮤지션으로서 소위 성공하기 위한 요소인 사람들이 마음 깊이 원하고 있고 갈망하고 있는 메세지, 그 대상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사실 내 자신이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바로 그 일그러진 부분,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어둡고 특이한 부분(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freak, weird 라는 말을 당당하게 외침으로써 대리만족의 대상을 자처하는 모습이 인기의 비결 중 하나 인 것 같아요. 소외된 계층 LGBT를 옹호 한다거나, 누구 보다 너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거나, 나쁜 남자에게 빠지는 약한 자아의 모습을 소재로 삼는 다거나, 나약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열등감을 monster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born this way 뮤직비디오에서는 mother monster로서 모든 성별과 차이를 초월 하는 하나의 신인류를 만들어내는 부분 등 이야기 하자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현대 시대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원하는 정보는 언제든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지만 마음은 허하고, 소통을 원하고, 친구의 수나 남자친구의 유무와 상관없이 외롭고, 그것을 외면하려고 노력하고, 부모와 사회로부터 요구 받는 것이 많아 지다보니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표출하는 것에 서툴거나 자신의 모습이 사회적 책임이나 타인의 색깔에 눌려서 희미해지는 경우 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메세지, 대신 들려줬으면 하는 말을 듣기 쉬운 노래로 풀어내는 것. 거기에 자신만의 비주얼적 센스와 패션 감각 까지 더하고.  

그래서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레이디 가가는 장기하와 비슷한 종류의 뮤지션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어떤 것에 타겟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것을 자신의 색깔로 표출하되 능숙하고 요령있게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외적으로 보이는 스타일 부분에서도 자신의 음악과 개성에 걸맞는 컨셉을 잡아서 꾸밀 줄 도 알고. 게다가 레이디 가가는 SNS도 잘 이용하고 있기로 유명하죠. 트위터에서는 팬들의 말에 답변도 자주 달아주고, 직접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도 꾸준히 그때 그때 마다 영상 사진이 올라오구요. 데뷔 후 자리를 잡아 가면서는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본딴 평균 나이 26세 이하의 Haus of gaga를 직접 창립해서, 의상 연출 댄서팀 등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2011년 1월에는 미국 어느 대학에서 레이디 가가와 명성의 사회학 이라는 강의가 개설 되었다고도 합니다. 기업이 본받아야 할 SNS의 스타라고도 하구요.
은근히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 저런 악평도 많지만 야 이 사람들 똑똑한 사람들이라우 이게 말이 쉽지 아무나 하는게 아님둥.. 

그 다음에 나온 Judas 뮤직 비디오 역시 좋았어요. 총에서 루즈가 나오는 부분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했지만요ㅋㅋㅋㅋ
언제나 그랬지만 춤도 노래랑 잘 어울리고, 유다와 예수를 오토바이 락커 스타일에 응용하다니 노래도 좋았는데 뮤직 비디오도 좋아서 저는 그야말로 폴인러브 ㅠㅠ
 
  


그리고 가가는 자신의 신곡을 커버한 사람들 중 괜찮다고 생각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직접 올려 놓는데요,
이번 judas 커버 버젼이 리트윗/포스팅되어서 트위터 팔로워와 유투브 구독자가 엄청 늘었다고 기뻐하던 미국 10대 소녀 드류입니다. 노래를 잘하는 것 같아서 부러울 뿐이고예....

 




born this way 도 커버 했어요. 다른 곡도 해주었음 좋으련만






Poker face, Just dance, Teeth, Telephonem Alejandro 와 같이 레이디 가가의 1,2집의 노래도 좋지만, 저는 이번 born this way 앨범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judas, born this way, the edge of glory, hair, americano 등 일렉 음악 에 다양한 장르를 섞은 음악들로 구성 되어 있어서, 일렉음악이 워낙 잘 질린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쉽게 물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한번 들어 보세요!   

" 나는 의상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 곡을 다 쓴 후 어떤 비디오를 만들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곡을 쓰면서 비주얼 요소를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와 사람에게 보이는 비주얼은 하나의 완성된 세트이며, 의상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는 말은 모든 것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는 일종의 나만의 은유인 셈이다" - 레이디 가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