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소개드릴 책은.. 너무 유명하죠? 그래서 사실 쓸까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소설이라면 오만상을 찌푸리는 동생녀석이 읽어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 이렇게 오늘의 주인공으로 모시게 되었답니다. '엄마를 부탁해'란 제목부터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뭔가 가슴찡한 이야기는 웬만하면 좀 피하고 싶어하거든요. 그래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며칠 전 아마존 닷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문학, 픽션 부문 베스트10에 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신경숙 작가님도 무지 좋아해서.. 결국 책장을 펼쳤습니다. (그 전에 신경숙 님의 이야기를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살짝!)
올해 봄, 한 미국의 교수가 미국 라디오 방송에 나와 '엄마를 부탁해'를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죠.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이라며 엄마가 불행한 이유가 남편이나 자식들 탓이란 것은 미국 문화와 맞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비평보다는 비난에 가까워 저조차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요. 그 교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많은 눈물과 희생 속에 세워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나봅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이 더더욱 필요했던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으흐흐. 여러분께도 추천! 우리 모두 효도합시다! (급마무리ㅋ)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란 의미심장한 첫 구절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지하철 역에서 실종된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진짜 엄마의 삶과 욕망,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가족들의 여정을 그립니다.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의 이름 '박소녀'가 아닌 '엄마'로만 불리게 되었던 것일까요? 이 책은 무척이나 일관성있게, 꾸준하게 이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 슬픔과 아픔으로부터 우리를 감싸안는 엄마 말고 꿈도 있고 두근거리는 사랑도 있던 한 인간의 삶이 있었다고 말해줍니다.
아이들 챙기느라 꽃단장 한번 제대로 못 해보신 엄마도 예전에는 깔끔떨던 소녀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엄마의 삶을 조금씩 삼켜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삶의 조각들을 자양분 삼아 성장해가는 것은 아닌지.. 사실, 무조건적으로 삶을 내어주고 희생을 불사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요즘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신세대 어머니들도 많으시니 '엄마는 부탁해'에 공감하는 세대는 생각보다 나이가 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점에서 더더욱 기억해야할 그분들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하지만 '한 세계 그 자체'였던 '엄마. 당신을 태초부터 품었던 그녀의 자궁, 그 동그란 세계에서 태어나 그녀의 삶을 딛고 성장한 우리의 삶. 이 소설의 의미 있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해서 특별한 줄 몰랐던 '엄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유의미하고 고마운 책이었어요.
어떤 구절보다도 긴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말'이죠? 단순히 어머니의 정을 이야기하고 우리들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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