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5. 08:30










일주일간 잘 지내셨나요? 수요일마다(가끔 목요일에도..ㅠㅠ) 찾아뵈옵고 있는 유수입니다.

이제 바람에서 겨울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감기 걸린 분들은 없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몸은 건강한데 마음 속이 복잡하군요!

'진작에 이것저것 배워놓을 걸..'하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왜 인문계열 졸업생은 많이 안뽑는거야 왜왜왜왜왜왜 하하하하하흐핳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제가 취업 시즌을 맞아 이리저리 자리를 알아보는 건 다 생존을 위한 일이겠지요?^^;

대학 4년 큰 돈 들여서 졸업하려는데 막상 저를 받아주겠단 곳은 얼마 없으니 제가 참 잔혹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정이 이렇고 하니... 오늘은 20세기 100년의 세월 중 가장 잔혹했던 시절을 살아간 어느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담은 작품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만화는 미국의 전위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의 '쥐' 입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쥐> 1,2권의 표지입니다.
미국에선 1986년에 1권이 발표되었구요.
퓰리처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1권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도 번역판이 나와 있습니다.
교육적인 내용 덕분에 대학 도서관에도 있을 확률이 큽니다.

만화 포스팅 올릴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만화책도 사서 봐주세요. 아니 만화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요.
책을 사서 보면 어려운 출판사들을 도울 수 있을뿐더러
특히 만화책을 사서 볼 경우 '에이 만화책 같은 거 뭐하러 돈 주고 사서 봐'라고 생각하는 절대 다수의 범인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없어도 그만인 장점)
 
서점에도 많이 있습니다. 7500원이네요. 인터넷으로 사면 더 싸구요.
커피 두 잔 정도 안마시면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어차피 요새 대여점도 다 망해서 못 빌려볼걸요.
다운받으면 된다고? 이런 ㅆ...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사진입니다.
작품 속에 작가의 아버지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사진이 한 장 나오는데요.
그 사진을 보고 나서 이 사진을 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생김새가 참 많이 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김새는 비슷한 부자지간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 컴퓨터 게임과 만화 속에 파묻혀 산 아들과
20세기 초반 유럽 사회에서 인생의 전반기를 보낸 아버지 사이의 사고방식 차이에서 기인한 감정의 골이 깊었다고 하네요.
만화가인 아들이 그린 아버지의 생존 이야기인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자체가 두 사람이 화해해 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

 
 





 

작품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은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입니다. 1906년에 폴란드의 유태인 가문에서 태어나 직물을 사고 파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던 청년이었죠. 벌이도 괜찮고 (블라덱 본인의 증언에 의하면) 외모도 괜찮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촌누이의 소개로 유태인 재벌의 딸인 아냐 질버베르그와 결혼하여 첫 아들 리슈를 낳고 살던 중,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말로 다 못할 고생을 겪게 됩니다.

그 고생이 단순히 그가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겪게 된 것이 아닐 거라는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죠?  유태인인 블라덱과 그 가족들은 흔히 홀로코스트라 불리는(쇼아Shoah라 지칭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하네요.)나치의 유태인 박해의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가족과 친척들 대부분은 모두 그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죽거나 그 전에 이런저런 일로 목숨을 잃었어요. 그의 아버지, 누나, 남동생, 장인장모.. 끝내는 첫 아들인 리슈까지두요. 작품의 1권은 블라덱과 그의 아내 아냐가 수용소행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숨죽여 도망다니는 이야기를, 2권은 끝내 게슈타포에 사로잡혀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블라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기록'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작가가 그의 아버지의 증언을 그대로 녹음하여, 이를 8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시각화한 것이 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니 이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어요. 일단 이 포스팅에선 이 얘기는 잠깐 빼놓고 가기로 해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수용소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수용소 유니폼을 갖춰놓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 있어 거기서 찍은 거라고 하네요.
어휴 저같으면 저 줄무늬 옷 꼴도 보기 싫을텐데.. 기념 사진을 찍다니 예사 사람이 아닙니다 참...










수용소에서 신체검사를 받던 일을 재연하고 있는 블라덱.
이 만화에서 유대인은 쥐의 모습으로, 독일인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적절한 비유지요?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도 인정하듯, 블라덱 슈피겔만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것은 운이 대단히 잘 따라준 이유도 크지만, 그가 위기의 순간마다 대담하고도 약삭빠르게 그것을 피해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서두에 나오는 블라덱의 연애사에서나, 게토에서의 삶을 보면 그가 대단히 꼼꼼하고 두뇌가 유연한 사람임을 알 수 있고, 때로는 너무 계산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어 속물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렇게 살아남은 블라덱은 종전 이후 '살아 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 블라덱 슈피겔만의 성격과 그가 겪은 고생들.. 그리고 놀라운 수완으로 위기를 벗어난 순간들을 그림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냉철한 사업가에서 수전노로- 블라덱 슈피겔만은 어떤 사람인가요?




블라덱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위 장면은 블라덱이 처음으로 약혼녀 아냐의 집에 초대받은 날, 아냐의 벽장 속에서 약을 발견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기는 장면입니다.
작품 전반에서 블라덱은 놀랍도록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그의 그런 성격은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위의 장면처럼 약혼녀의 모든 것을 철저히 알아내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사실 그에게는 아냐를 만나기 전부터 교제하고 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자가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지참금을 가져올 수 없자 냉정하게 차버린 것도 그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블라덱은 뛰어난 장사 수완을 타고 난 인물이기도 합니다. 위 장면은 종전 후 스웨덴에 잠깐 머물렀을 때 무작정 유태인 소유의 백화점에 찾아가 거래를 튼 블라덱이 그려진 장면인데요, 젊었을 때 직물 거래로 먹고 산 이력이 있어서인지 아무도 팔지 못한 물건이라도 손쉽게 팔아치워버리는 솜씨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러한 그의 장사 솜씨는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되지요.





 



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무엇이든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던 수용소 생활의 여파 때문인지 샛노란 구두쇠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위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그러한 성격을 작가가 얼마나 지긋지긋해 하는지 알 수 있죠ㅋㅋ









블라덱은 아냐가 갱년기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폴란드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말라라는 여성과 재혼 합니다. 하지만 블라덱의 지나친 결벽과 인색함 때문에 불화가 끊이지 않죠. 생활비로 한달에 50달러라니..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 50달러면 지금 돈으론 얼마인가요? 아무리 높게 잡아봐야 한달 살림엔 턱없이 모자라겠네요...






이렇듯 나이가 들어선 남들과 함께 살기 불편한 성격이 되고 말았지만.. 젊은 시절 그의 명석함은 그와 아내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수용소 안에서 그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살아 남았는지 살펴볼까요?





 












"뭐든 할 줄 아는 게 좋은 거란다" - 블라덱 슈피겔만의 파란만장 생존기






 

 

 

 













제 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시작된 후부터 블라덱 슈피겔만의 고생길이 훤히 열리기 시작됩니다. 폴란드군으로 참전한 그는 교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포로로 잡힌 그는 춥고 배고픈 포로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야하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머리 회전 빠른 블라덱답게 가만이 앉아서 구더기가 자기 살을 파먹는 것을 보고만 있진 않았어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집안 친구를 친척으로 위장시켜, 다른 포로들보다 손쉽게 귀향 티켓을 얻어냅니다. 폴란드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독일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폴란드인으로 위장하기도 하죠. 만화에선 쥐인 블라덱이 돼지(폴란드인을 돼지로 치환했네요)가면을 쓴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 게토를 하나하나 소개시켜 그 안에 갇혀살던 이들을 절멸 수용소로 보내기 시작하자, 블라덱은 집 지하실에 교묘한 비밀 벙커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 벙커에서 지내다 독일 경비병과 접촉한 이들이 그들과 계약을 맺어 돈을 주고 게토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는 솔깃한 소식을 들어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결국 끝까지 독일 경비병을 믿지 않았던 블라덱이 옳았죠. 이렇게 그는 자신의 신중함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뭐든 할 줄 아는 게 좋은거야" 이번 포스팅의 제목은 이 페이지의 대사에서 따왔습니다. 게토의 작업장에서 신발 수선법을 배워둔 블라덱은 아우슈비츠에서 그 기술을 긴요하게 써먹게 됩니다. 어릴 때 잠깐 배웠던 함석 제련 기술로 함석장이 일을 하던 블라덱은 신발 수선 역시 배워둔 덕에 위험한 작업장을 떠나 자신만의 수선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덕에 아냐에게 몰래 건내줄 빵 따위를 모을 수도 있게 되죠.  





 



 


블라덱의 고난은 오히려 수용소를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나치는 수용소에 있던 유대인을 모두 독일 본토로 데려와 전부 죽여 자신들이 절멸수용소를 운영했던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하죠. 그들은 꼭 본토까지 데려가서 죽일 생각은 없었던지 유대인들을 가축 수송용 열차에 빽빽히 태워 독일까지 데려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저절로 죽어가길 기다린 듯합니다. 열차 한 칸에 200명씩 들어찬 생지옥에서 블라덱은 담요를 갖고있던 덕에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어요. 














영어를 배워두었던 것도 포로 수용소에서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궁리를 해 체력을 유지했지만 블라덱은 곧 티푸스와 당뇨를 한꺼번에 앓으며 한동안 사경을 헤메게 됩니다. 결국 병이 낫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 아냐와 재회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죄의식의 대물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다 떠나고...결국 남은 건 사진 뿐이란다."




지금까지 블라덱의 수난기를 살펴보았는데요, 부디 이 글을 읽고 제가 블라덱과 같이 재주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을 칭찬하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을 힐난하고 있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절대로! 그건 제가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고, 또 이 작품의 작가 또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거예요. 왜냐하면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이 이 만화를 발표한 것은, 과거의 희생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자로서의 자신의 죄의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되거든요.

작품은 쇼아의 생존자이자 동시에 그 피해자인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이 생존자로서의 죄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진짜 생존자'인 자신의 아들, 작가에게 대물림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라덱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 특별히 선해서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민족을 위한 어떤 사명을 띄고 살아남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저 그는 운이 억세게 좋았고, 살기위해 거짓말을 하고 뇌물을 바치고, 같은 동포의 비명을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며 살아왔기 때문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거라고, 블라덱은 생각했을 거예요. 이러한 생각을 하면 그는 동포들이 왜 그런 죽음을 맞아야 했는가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그의 아들인 작가에게 넘겨지고, 작가 역시 그 대답을 알지 못했을 것이구요. 작중에서 역시 쇼아의 생존자로 등장하는 그의 정신과 의사가 말하듯, '그저 깊은 슬픔을 느낄 뿐'이었겠지요.


그래서 이 만화는 블라덱의 과거사를 다룬 내용과 현재 그와 그의 아들의 불편한 관계를 묘사한 내용이 솜씨좋게 엮여나가는 구조의 플롯을 가지고 있어요. 이 작품이 발표와 동시에 엄청한 찬사를 들은 이유는 수용소의 희생자에 대한 내용을 재현할 뿐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밀도있게 그려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날카롭게 '현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차마 말로 다 못할 학살이 일어난지 반세기가 지난 20세기 말, 그 상처를 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할까요? 작품은 사무엘 베케트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조금은 허무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말은 침묵과 무위에 묻은 불필요한 얼룩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21. 08:30











안녕하세요! 유수입니다.

갑자기 날이 추워졌네요. 다들 도톰한 옷들 준비하셨나요? 저는 옷보다 옆에 끼고(?) 다닐 사람 생각이 간절하네요.

여기다 넋두리 해봐야 생기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





갑자기 다가온 가을을 맞아, 가을날씨처럼 서늘한 만화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 소개가 되겠지만요.

오늘 소개해 드릴 만화는..두구두구두구두구

앨런 무어가 이야기를 쓰고, 데이빗 로이드가 그림을 그린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입니다.










 

2008년 말에 시공사에서 나온 한국어판의 표지입니다. 아직 절판되지 않았으니 서점에서 사실 수 있어요.
무정부주의 냄새가 펄펄 나는 이런 만화가 다른 곳도 아니고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게 참 신기해요.
음...그냥 그렇다구요. 




이야기를 쓴 앨런 무어Alan Moore의 사진입니다. 절대 나무 할아버지 그런 게 아니고
영국 출신의 만화 스토리 작가이자 소설가로, 이 작품 말고도 "왓치맨" "프롬 헬"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브이 포 벤데타"는 작가의 출신지인 80년대 영국의 우파정권을 비판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가 2006년에 개봉하기도 했죠. 워쇼스키 형제 제작이었습니다.
앨런 무어는 처음부터 작품의 영화화를 반대했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여 결국 영화화를 허락한 판권 소유사인 DC코믹스와의 연을 끊고 맙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이야기를 미국 관객 취향의 싸구려 수퍼 히어로 이야기로 전락시켰다고 말이죠. 
영화가 어떤지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주인공 브이 역은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으로 유명한 배우 휴고 위빙이,
우연히 그의 복수극에 말려든 여인 이비 해몬드 역은 나탈리 포트만이 맡았습니다.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휴고 위빙의 멋진 목소리입니다.
역시 여자는 청각에 약한가봐요...













브이의 목소리를 감상하시죠.
잘 들어보시면 브이의 대사가 알파벳 V로 시작하는 단어를 엮어 만들어진 문장이라는 걸 아실 수 있을거예요. 
브이가 호기롭게 '부알라!'라고 외치는 부분부터..
이 대사 속에 쓰인 단어 중 몇몇은 만화 원작의 각 챕터 제목에 쓰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Voilà! In view, a humble vaudevillian veteran cast vicariously as both victim and villain by the vicissitudes of Fate. This visage, no mere veneer of vanity, is a vestige of the vox populi, now vacant, vanished. However, this valorous visitation of a bygone vexation stands vivified and has vowed to vanquish these venal and virulent vermin vanguarding vice and vouchsafing the violently vicious and voracious violation of volition! The only verdict is vengeance; a vendetta held as a votive, not in vain, for the value and veracity of such shall one day vindicate the vigilant and the virtuous. Verily, this vichyssoise of verbiage veers most verbose, so let me simply add that it's my very good honour to meet you and you may call me "V".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는 제 3차 세계대전을 겪은 가상의 90년대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982년에서 1988년까지 연재되었습니다.
2006년에 이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지요.
이 영화는(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원작과는 이야기의 흐름부터 몇몇 인물의 성격 따위가 많이 다릅니다. 특히 브이의 성격과 이비와의 관계가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사실 이 포스팅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까고 싶어서 올리는 글입니다. 왜냐하면 원작이 가지는 아련한 여운을 다 잘라먹고 브이란 캐릭터가 가지는 깊이를 얄팍하디 얄팍하게 깎아먹었기 때문이죠. 가장 짜증나는 부분은 브이와 이비의 관계를 지나치게 로맨틱하게 설정해둔 점입니다. 원작에서의 두 사람 사이에 성적 긴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의 관계는 연인사이라기보다는 사제지간이나 부녀지간이라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영화 "브이 포 벤데타"와 원작만화의 차이점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영화와 만화 속 브이는 복수에 미쳐있다는 등의 공통점도 있지만 영화 속의 모습이 더.. 유치합니다.^^;






1. 나의 브이는 이렇지 않아! ;ㅁ;- 브이의 성격 변화



브이가 활약하는 만화 속 배경은 총통 아담 수잔의 독재 정권 발 아래에서 신음하는 암울한 영국 사회입니다. 이 정권은 제 3차 대전 직후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동성애자, 유색인종, 공산주의자 등 우파 독재 정권 수립에 방해가 될만한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다 라크힐 수용소에 집어넣습니다. 그 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주도했던 델리아 서리지 박사의 기록에 따르면 브이 역시 그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실험을 겪는 과정에서 '적잖이 미쳐' 있었다고 합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이야기는 이 수용소에 불을 지르고 탈출한 브이가, 수용소의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을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는 아담 수잔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복수를 완성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복수를 천천히 이루어나가는 브이의 용의주도함은 역시 이 사람이 제정신은 아니라는 걸 짐작하게 하죠. 혼자 힘으로 런던의 지하 어딘가에 은신처인 섀도우 갤러리를 짓고, 그 안을 정부에 의해 금지된 예술 작품들로 채우고.. 정부의 전반적인 행정을 주관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할 기술을 익히는 등 보통 사람의 집념으로는 갖추기 힘든 능력을 브이는 갖고 있습니다. 제가 정신병증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연극적인 행동을 좋아하고 V로 압운을 맞춰 말하는 데에 집착하는 등의 행동을 보았을 때, 브이는 일종의 편집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요컨데 이 사람은 약간 미친 사람일 뿐,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류의 초능력자라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Remember, remember, the fifth of november.."
위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브이는 라임 맞추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하거나 토마스 핀천의 소설 'V'의 한 대목을 낭송하는 등
연극적인 행동을 좋아하지요.
위 장면은 작품의 첫 챕터에서 브이가 영국의 국회 의사당을 폭파시키는 장면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 브이의 시체를 실은 열차가 이 건물이 폭파하죠.



그랬던 것이.. 작품이 영화화 되는 과정에서 브이의 복수 준비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그가 어떻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는지 도통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브이가 자신을 체포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귀신같이 알아내고, 또 방송국에 침입하는 등 신출귀몰한 활약을 보이는 게 가능했던 것은 그가 정부의 네트워크 시스템인 '운명'을 해킹했기 때문인데요, 영화에서는 이 '운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탓에 브이가 마치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적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고 있는 초능력자처럼 보이게 되었어요. 그 대신 만화에는 나오지 않는 브이의 현란한 칼부림 솜씨-_-;;를 영화 속에선 마음껏 볼 수 있어요. (이때문에 영화를 보고나서 만화를 본 독자들 사이에서 원작의 브이가 너무 약해빠졌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해요) 개연성 따위는 개나 주고 슈퍼 히어로로서의 브이가 보여주는 액션에만 공을 들인 거죠. 이해는 합니다. 영화사도 영화 흥행시켜서 먹고 살아야지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운명'을 통해 정부 각 기관에서 브이에 대한 보고를 듣는 아담 수잔 총통.






브이가 '운명'을 해킹하여 총통을 놀라게 합니다. 까꿍!





이야기의 개연성에 관련된 설정뿐만 아니라, 브이의 사상에도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원작의 브이는 골수 무정부주의자입니다. 브이가 원한 것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 그런 게 아니라 영국 사회를 극심한 혼돈에 빠뜨려 정부의 통제능력에 빅엿을 먹이는 것일 뿐이죠. 하지만 영화에서의 브이는 대단히 얌전해졌어요. "국민이 정부를 무서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무서워 해야 한다" 브이의 이 대사에서 알 수 있듯 2006년에 재탄생한 브이는 잔혹한 또라이 아나키스트가 아닌 굳은 의지의 민주 투사로 그려져 있습니다. 원작의 브이가 가지는 급진적 사상이 영화 제작국인 미국의 정서와는 그다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영화의 브이는 초능력 내 친구♪ 민주열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속 브이는 앞치마 두르고 요리도 합니다. 이 장면 덕분에 원작의 브이보다 더 귀여워 보입니다ㅋㅋ







요런 걸 만들어 팔아먹으려고 브이를 그렇게 만들었군요.
그래도 영화가 브이 캐릭터의 상품성을 높여 준 덕분에 피규어 제작업체 같은 중소기업이 먹고 삽니다.(?)








2. 이비 해몬드와의 관계








비밀 경찰들로부터 이비를 구출하여 자신의 거처로 데려 온 브이.
이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브이의 후계자로 키워집니다.





 

브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이비.
브이에게 살인의 부당함을 역설하다 결국 브이에게 실망하고 맙니다.
브이는 이 시점부터 이비를 2대 V로 키울 마음을 먹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이비의 눈을 뜨이게 하기 위해 가짜 감옥을 꾸민 후 이비를 고문한 브이.
브이가 준비한 연극 덕분에 이비는 브이와 같은 혁명의 의지를 마음에 싹틔우게 됩니다.
이비 역시 정부에 의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일이 있지만, 브이와 같이 강한 복수심을 갖지는 않습니다.
'깨우친' 후에도 살인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구요.
이 점이 브이가 이비를 자신의 뒤를 이어 혼돈 이후의 영국 사회를 이끌 재목으로 삼은 이유인 듯 합니다.






원작에서 브이와 이비의 관계는 사제지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의사적 부녀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브이는 이비의 교육을 위해 위의 사진 설명에 써두었듯이 가짜 감옥을 꾸미는 등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작품 말미에선 그 교육이 대단히 유효했는지, 이비가 마침내 자신을 훈육한 브이의 의도를 깨닫고 그가 죽은 후 그의 가면을 쓰고 두번째 브이가 되지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비가 브이의 후계자라는 암시가 그다지 강하지 못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브이의 마지막 폭파 작품(?)을 바라보는 이비가 그의 삶을 기억하는 마지막 인물이 될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진부한 묘사가 보일 뿐이지.. 이비가 적극적으로 브이의 계획을 이어 수행한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그럼 브이는 왜 이비를 고문하기까지 하면서 그녀를 일깨우려고 노력한 것일까요? 그냥 마음 속 연인과 같은 사상을 공유하기 위해서? 영화 속의 이비는 수퍼 히어로의 가슴아픈 로맨스를 장식해 줄 장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속 브이와 이비의 댄스 장면
스승님이랑 무드 잡고 그러는 거 아니야~

퍼온 건 재생이 안되네요. '유튜브에서 보기'를 클릭하세요..ㅜ







만화 속의 같은 장면입니다.
섀도우 갤러리에서 함께 춤을 추는 이비와 브이. (섀도우 갤러리엔 반주 깔아 줄 주크박스에 미러볼까지 없는 게 없어요ㅋㅋ)

비장해보이기까지 한 만화 속 댄스 장면에 비해 영화 속 같은 장면은 참 분위기가 달달합니다.



   




3. 조연 캐릭터의 삭제


만화 브이 포 벤데타에는 정부 요직에 앉아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브이의 복수담과 맞물려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로즈마리 아몬드는 의도치 않게 브이를 도와 총통인 아담 수잔을 살해하는 중요한 캐릭터죠.






정부 요직에서 일하고 있는 데릭 아몬드를 남편으로 둔 로즈마리.
이 두 사람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한 부부였습니다.







델리아 서리지 박사를 죽이고 나오는 브이와 맞닥뜨린 데릭 아몬드는
마누라 겁주느라 총에 총알을 넣는 것을 깜박하여 그만 브이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데릭을 죽임으로써 브이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계획을 도와 줄 아군 하나를 얻습니다.
그게 누군가 하면...



브이에게 남편을 잃은 로즈마리는 그 후 정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자신의 처지를 돌봐주지 않는 것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자신의 남편이 정부를 위해 일하다 죽었는데 말이죠. 퇴폐 클럽의 댄서로 전락한 로즈마리는 결국 총을 구해 총통 아담 수잔을 살해합니다. 브이의 계획에 없던 살인이 결국 그의 복수를 돕는 결과를 낳은 것이죠. 
영화에서 정부 관련 인물들이 이야기의 진행에서 가지는 비중은 그야말로 공기에 가깝습니다. 로저 다스콤이나 데릭 아몬드는 그야말로 첫 등장이 마지막 등장이 된 수준이고, 로즈마리는 그나마 등장조차 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는 수퍼 히어로 브이의 원맨쇼를 풀어내려고 로즈마리 아몬드의 암살 결행과 같은 멋진 장치를 다 버렸습니다. 정말 아쉽고 또 아쉬운 결정이예요..





나가며- 만화의 진짜 주인공은 브이가 아닌 '혁명' 아닐까




미국 관객 취향 수퍼 히어로의 칼부림과 허세로 도배된 영화와 달리 원작 만화 'V for vendetta'는 브이의 이야기만을 작품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브이가 비밀스레 끌어나가는 혁명의 흐름을 조용히 관망하고 있을 뿐이지요. 작품은 복수심에 눈이 먼 브이의 인간적인 면모와 이비의 성장, 영국 정부의 몰락 과정을 과장없이 묘사함으로서 브이의 무정부주의 사상을 유치하지 않고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제시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 정도면 마가렛 대처가 이끌던 80년대 영국 정부를 까고자 했던 앨런 무어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의 고찰에서 미루어 보건데..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브이도 이비도 아닌 혁명 그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브이는 히어로가 되기에는 성격면에 있어서나 능력에 있어서나 결함이 많고 이비 역시 2대 브이 역할을 안심하고 맡기기엔 아직 좀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결국 이 이야기는 어떤 미친 사람의 절절한 복수극이자 파시스트 정권에 희생된 다른 이들의 삶을 다룬 비극입니다. 이 만화를 읽은 독자는 '우와~ 브이 멋있다 피규어 사야지'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 뒤에 이어질 영국 사회에 대한 걱정과 브이의 덧없는 삶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이런 건 브이의 화려한 액션에만 공을 들인 얄팍하디 얄팍한 영화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지요. 

여러번 반복해서 읽기를 권유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데이빗 로이드의 작화 역시 멋있어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꺼내서 들춰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만화랍니다. 마지막으로 만화의 여러 일러스트를 보여드리며 글을 마치고 싶군요. 다음 주에 만나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1. 03:43
















 

 












 


 









 

 

 

 
































 

 







하루 늦게 포스팅 합니다.ㅠ 번번이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늦은 주제에 이런 말씀 드리기 참 면목 없지만.. 사정 상 앞으로는 격주 연재 를 하려고 합니다.(저는 은규처럼 아직 학생이랍니다.. 개강을 해서..ㅠㅠ)

연재를 쉬는 주 수요일에는 '초원, 바람, 잡목림'폴더에 만화 관련 포스팅을 올리려고 합니다.

다다음주에 5화를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만화 소개글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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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