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8. 09:58


  노희경 작가의 유명한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란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감정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을 말하는 것에 가까울텐데요, 충분히 돌려받지 못해서 받을 상처를 두려워하여 감정적으로 헌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에세이를 접했을 때 쯤, 처음 든 생각은 '올인을 하든말든 일단 연애를 해야...'라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 지금이랑 비슷한가요?)

에세이 전문이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hdbswl0&logNo=10117967876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와 [사랑은 떠나도 나는 남는다]의 간극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에세이가 말하는 것처럼 나를 다 던져서 사랑하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연애지침서들이 말하듯 내 일부만 내 주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그 의문은 꽤나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우물쭈물거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두 가지는 대척점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다 내주는 사랑을 하되, 내가 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게 필요했던 겁니다. 다시 말해, 내주지 말아야 할 것을 내주지 말아야, 줄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더 내줄 수 있는 것이더란 말이지요.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의 어떤 부분은 내가 해야 할 것을 남에게 전가함으로써 생깁니다. 흔히 혼자서 잘 사는 사람들이 결혼해도 잘 산다고 하지요. 이 말의 의미도 아마 그런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내 주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내 주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 질문은 나영이를 시작하게 된 모티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건가 저런건가? 난 잘 모르겠는데,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 라는. 그런 맥락에서 제 생각에 내 주어야 하는 부분이라면 역시, "두려워서 주지 못하는 모든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려워말고 그냥 내 줍니다. 좀 상처받거나, 좀 손해보더라도요.

 그렇다면 남에게 내 주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그건 아마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케어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건강한 자기애'라 해야 할까요.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지(혹은 사랑받지 못하는지)와 관계없이 사람에게는 내가 스스로를 사랑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에서도 채워질 수 없는 틈 같은 것이 있지요. 그게 바로 나밖에 채울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건 남에게 채우도록 내 줄 수도 없거니와 "내 주지 말아야 할 부분"인 거죠. 


 그러므로, 스스로 사랑해줘야 하는 부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로 잘못된 올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이냐? 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내가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하는게 더 좋을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저는 저를 좋아한다고는 하는데 잘해주진 않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할 일에서 자꾸 도망치게 만들고, 밥 제때 안 먹이고, 아픈 거 제때 신경쓰지 않아서 심하게 감기에 걸리도록 만들기도 하고요 ㅠ_ㅠ 헉, 당장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뭔진 몰라도 이건 아니라는 느낌.


 즉, 우리가 "남을 잘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이 "사랑하는 마음"만 잔뜩 가지고 있는 게 아니듯이, 실제적인 어떻게 해 주느냐가, 다시 말해 행동이 나와의 연애에서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놓고 또 생각하니, 이렇습니다.
 지금 누군가와 연애 중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책임은 멈출수가 없는 거구나.



 그러니, 연애를 하든 하지 않든,
 자신이든 타인이든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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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