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30. 08:30




 20대 중반을 지나고 나면 사람을 만날 기회가 20대 초반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직장이 생겨도 직장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CC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요. 게다가 거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인생의 큰 진로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헌신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 시기는 '소개'로 만나는 일이 가장 일반적인 만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개팅'을 부탁하거나 제의를 받거나 시켜주거나 하는 일들이 무척 빈번해지면서 가장 많이 묻게되는 질문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입니다. 20대 초반에 소개팅을 할 무렵 그런 질문을 던지면 그 때 돌아오는 대답들은 무척 막연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좋아'라는 식의 태도랄까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감히 말하건데 그건 어느 정도는 뭐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의 취향도 모르고, 자기 자신도 모르고, 연애도 모르고, 관계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무한한 가능성 같은 거지요.


 그렇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체'로 이런저런 것들을 거르고 나면 그 가능성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소개팅을 즐기는 분이 있으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사실 한두번은 즐겁더라도 너무 여러번 소개팅이 매번 무산되면 소개팅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을 시도하지 않게 되는 셈이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겠지요. 특히 누구를 만나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좀 덜하겠지만 개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효율은 필요성이 높습니다. 자신과 매치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그만큼 낮아서 시도가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또한 '누구를 만나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결국 만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 뿐이지 그 범위가 무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소개팅을 주선할 때, 정말 연애를 하고 싶어서 소개팅을 원하는데도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라고 묻는 대답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는 무척 답답합니다. 물론 직관적인 사람들의 "느낌이 좋은 사람"과 같은 대답이야 어쩔 수 없지만 주선하는 과정에서는 반영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건 최종 결정시 본인의 기준으로 쓰면 되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을 데려와야 느낌이 좋을지 정도는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는 겁니다.


(아아. 이걸 말하다보니 예전에 제가 진로상담을 받은 일이 생각나는군요.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척 막연하고 형이상학적인 대답을 했던 저를 보는 상담사의 심정이 아마 그런 것이었겠어요...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뭔데!'라고 묻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인간이해에는 역지사지만한게 없네요.)


 물론 겨우 몇 번의 한정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스테레오 타입에는 분명 함정이 있을 겁니다. 그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체를 너무 절대적으로 고수하지 말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을 만나야 정말로 좋을 확률이 높은 것 또한 맞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연애는 좋아야 시작되는 것이구요.

 그렇지만 의외로 이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어떤 사람이 "좋다"라는 동기에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의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연애에 대해 절실히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이 복잡한 현상을 다 따라가기 힘들거나, 혹은 무엇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마디로 알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거죠.

 그럴 때 우리는 전문가를 찾습니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대인 매력(Interpersonal Attraction)'이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수십년의 연구 결과, 대인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고 밝혀졌는데, 그 요인들 중 한두가지의 장점들은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랍니다.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1)


 그 대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8가지 요인은 이런 것들이라는군요.


 1.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

 : 예쁜 여자, 착한 여자, 키 큰 남자, 다정한 남자 같은 요소를 말합니다. 당연히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대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2. 상대가 평소 어떤 행동을 하는가
 : 나에게 호감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내가 호감이라고 느끼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을 말합니다.

 3. 나는 어떤 사람인가
: 자기의 성격이나 자존감, 자신감이야말로 연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 나의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은 어떤가
 : 기분 좋을 때 만나는 사람은 호감이 갑니다. 또 생리적으로 흥분한 상태(무드가 있는 상태)이거나 도움을 받는 상태에서도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5. 서로의 특성은 얼마나 비슷한가
 : 태도나 의견이 유사하거나 신체적 매력도가 비슷하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가치관이 비슷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성격의 경우는 다르다고 하네요.

 6. 서로 얼마나 서로 교감을 나누는가
 : 연애 감정은 상호작용을 통해 깊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만남의 횟수나 빈도, 호감표현의 적극성,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는지 등이 연애감정이 깊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7. 연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어떤가
 :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한데,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자란 사람은 일정 연령이 되어도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8. 어떤 장소나 분위기에서 만나는가
 :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어떤 장소에서 만나는지에 따라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고 합니다.
 
 
 이상의 8가지 요인은 '어떤 사람이 좋은지'에 대한 메타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틀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매력의 요소는 또 다르고 다양하겠네요.
 '어떤 사람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틀을 고수할 필요는 없되, 현재까지의 경험과 판단으로 자신의 틀이 뭔지는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좋습니까?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reference
1) 이철우,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북로드,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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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9. 08:30



안녕하세요, 여러분!
월요일의 H입니다.

오늘은 전 주에 이야기 하던 레이디 가가의 글을 조금 더 쓰고 싶어서, 더 많이 얘기해보고 싶어서 
다시 한번 레이디 가가를 데리고 왔습니다. 
 요즘에 정말 거의 매일 You and I를 듣고 있거든요. 
저는 다시 이렇게 나일론 덕후가 되어 가는 건지ㅋㅋㅋㅋㅋㅋ
언제나 이런 식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매번 그렇지만, 무언가에 있어서 덕후나 팬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타입인 것 같아요.
만약 팬으로서의 성실성이나 진정성이 없어서 싫다면 용서하세요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를 먹으니 어렸을 때 만큼 빠지는 것도 못하겠고 ㅋㅋㅋㅋㅋ하루는 왜 24시간인가

 

(진한 화장보다 이렇게 담백하고 순수한 화장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가가의 화장은 갈수록 진해진다.....why... )


사실 오늘은요,
인터넷에서 가가에 대해서 이것 저것 보고 있다가
지난 포스팅에서 제가 두서없이 얘기했던 가가에 대한 의견을
 보다 깔끔하게 설명한 칼럼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노래를 들어보니, 대부분 그쪽으로 담 쌓고 살았던 내 귀에도 익은 것들이다. 의아한 것은, 소문으로 듣던 그녀의 기행(?)에 비해 정작 음악은 너무나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점. 이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진중권, "
대중문화의 포스트 아방가르디스트"



평소에 진중권씨는 제 기준에서는 격렬하게 표현하고 말씀하는 이미지가 강한지라 좋아요! 하지는 않지만요,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분이에요.
하지만 그럴려면 난 엄청 똑똑해야 겠지... 비디 아이를 비디아이즈라고 하는 사람이 난데ㅋㅋㅋㅋ 
요즘 나이를 먹으면서 건망증 뿐만 아니라 언어쪽으로도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팀 버튼도 평소엔 잘만 생각나는데 막상 혹성탈출을 보다가 기억해 내려면 생각이 안나고 ㅋㅋㅋㅋㅋ
아직 스물 다섯인데 망했네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칼럼 이야기로 돌아가서 ㅋㅋㅋ 진중권씨가 레이디 가가에 대해서 칼럼을 썼다는 사실은
예전에 트윗에 직접 올린 것을 본 적 이 있어요.
 읽어 보고 싶어서 언제 올라오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가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저도 동의하는 레이디 가가에 대한 분석 키워드가 몇 개 있었는데 
 
 
1. 가가도 언급했던 총체예술’(Gesamtkunstwerk)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악과 무용과 연극이 모두 하나가 되는 것

2. 포스트 아방가르드
기존의 아방가르드가 예술가들의 도발로 인한 대중들의 쇼크, 격렬한 항의에서 진정한 예술적 의미를 찾았다면 
포스트 아방가르드에서는 레이디 가가의 도발로 인하여 대중들은 재미를 찾고, 즐거워하는 것


 3. 포스트 모던
포스트 모던의 전략 중 하나인 혼성 모방의 기법

 



타란티노의 킬빌과  텔레폰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과 본 디스 웨이



일본의 유명한 사진작가 야나기 미와  ( 클릭 하면 야나기 미와의 사이트로 이동! ) 와 파파라치




"아무리 아방가르드의 제스처를 취해도, 그녀가 던지는 충격의 요소는 이미 복용량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그녀의 음악이 생각보다 평범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게다.
음악마저 이상했다면, 그녀가 자신의 에고로 여기는 그 대중적 명성(The Fame)에 도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술의 아방가르드를 받아들인 대중도 음악의 아방가르드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음악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제스처를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I live halfway between reality … and fantasy, at all times’ -Lady GaGa

 



진중권씨는 '레이디 가가가 영리하다' 라는 말로 칼럼의 끝을 맺습니다.
 음악은 받아들기 쉽고, 의상과 연출, 뮤직 비디오는 눈을 즐겁게 하고 구미에 맞고.  
대중적 취향과 파격적인 예술의 사이를 조절하는 레이디 가가.
리뷰를 하면서 다시금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저는 왜 이렇게 가가가 86년생인 게 실감이 안날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영상 할 때 보면 귀엽게 웃는 다던가 가끔 어린 모습이 보여서 비로소 아 그렇게 나이 안많지 하고요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말할 때 보면 애교가 참 많더라구요.
일본의 스맙스맙 쇼( SMAP이라는 국민 아이돌 스타 그룹이 하는 요리 쇼프로그램) 에서도
이것 저것 장난 치거나 부끄러워서 얼굴 붉히는 것 보면 저게 컨셉인지 미리 설정해 놓은 건지ㅋㅋㅋㅋ 모르겠지만 귀여워요.
하긴 1집 때까지만 해도 볼살 통통해서 뭔가 어린 느낌이 났었는데.ㅋㅋㅋㅋ 




2008년에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레이디 가가의 무대는 언제나 기대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개성이나 창의성이 빛나는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늙을 때 까지 계속 활동해 줘요 레이디 가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