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31. 23:11

지저스. 오늘이 일요일인 걸 잊었어요..

실은 그제도 외박 어제도 외박 오늘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집에 기어들어왔어요..

사과모히또님과 모히또의 귀여운 낭군 쏭쏭님과 지산락페스티벌에 가서 23일 나를 놓았더니, 정신까지 놓았나 봐요. ㅋㅋ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집이 아닙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골에 제사 지내러 내려가는 길이거든요.

 

저희 집은 제사가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있어요. 증조부모에 고조부모에, 또 옛날에는 왜 할아버님들이 할머님을 한분도 모자라 여럿이나 들이셨는지... 제사 지내러 가는 것도 일입니다. 하지만 매번 가야해요. 큰 아들(고조부)의 큰 아들(증조부)의 큰 아들(조부)의 큰 아들(아부지)의 큰 딸이 잇츠미. 내려가서 어른들 뫼시고 상 차리고 상 치우고 상 차리고 상 치우다가 허리 부러질 즈음 올라와요. 그치만 이렇게 고생하면 뭐합니까. 결혼해서 시집가는 순~~ 제명이 될 것을! 뼈 빠지게 상 차린 이 집에서 제명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결혼을 안 하려 해요. ㅋㅋ

(, 알아요. 결혼 안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또 제명이 되겠지요.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제명이 되는 딸의 숙명ㅋㅋ)

   


지난주 제가 올린 따분했던 글 기억나시나요
? (안 나시면 복습 -> 비혼PT나이트 1, 2편 )

저처럼 해도 안 해도 제명될 바에는 결혼 따위 안하겠다! 하는 멋진 비혼 여성들이 모여 만든 자리
<비혼PT나이트>를 소개해드린다고 약속했었지요. ㅎㅎ

 
 

78일 금요일 저녁, 홍대 비보이 극장이 200여명의 여자들로 꽉 찼습니다.
그냥 여자들이 아니에요. B-boy 극장에 모인 B(비혼)-girl ! :)

 


(조기 살짝 저도 보입니다. 이번에 기획단으로 참여했었어요. ㅎㅎ)



극장에 불이 꺼지고 사회자도 없이 시작을 알리는 화면과 함께, 난데없이 관객을 찾는 PT가 떴습니다.

잠시 일어나달라 하는 말에 관객 분은 영문도 모른 채 일어났어요. 읭? 나 왜 찾음?



 
알고 보니, <가장 먼저 신청해주신 분>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하신 분> <신청서에 가장 긴 의견을 써주신 분> 이네요. ㅋㅋ
언니네트워크 다운 참신&발랄한 오프닝이었어요. ㅋㅋ

 



 



<비혼PT나이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15명 스피커의 화려한 소개로 막을 올립니다. ^^

발표했던 모든 내용 다 전해드리고 싶지만 지면상(?)의 이유로,
재미있던 장면들과 의미 있던 내용들 위주로 소개 해 드릴께요.

 


첫 번째 발표자는
비혼을 처음 알게 된 나의 스토리를 재미나게 발표해준 지니님이었어요.
빵 터진 이 장면, "왜 누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거야? 비혼을 몰랐다면 이번 생은 망할뻔했잖아! ㅠㅠ"

 

 

 

교실에 걸린 교훈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남편 직업이 달라진다.'
난 나중에 결혼 안 할거야 내 진지한 고백을 우쭈쭈쭈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시선.

청소년인권활동가 엠건님의 청소녀기에 겪는 비혼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비혼에 관한 청소년 청소녀의 시선을 보여준 색다른 발표였어요.


(
제 막내 동생이 중1인데, 얘도 커서 결혼 안한다고 하면 어쩌죠? 엉엉ㅋㅋㅋ)

  


 

이 분은 “70대에도 결혼하지 않고 살고 계신 이모님 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_+


시집 보내지지 않기 위해열아홉살에 집을 뛰쳐나와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자수성가 하고, 지금은 결혼하지 않거나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님들과 같이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하시며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계신답니다.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지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의미 있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중요한 건 돈과 친구!!!!
(난 돈은 없지만 친구는 많다!!! = 돈 꿀 친구는 많다...?)

 



터졌던 발표는 국보비혼당 대표 김비혼씨의 발표였습니다.

답답한 이 나라 정치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자 ㅋㅋㅋ 2012년 대선 출마표를 던지는
국보비혼당의 대표 기호
13번 김비혼씨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ㅋㅋㅋ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꿈은 내집장만이잖아요. 근데 그거 아세요? 주택 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여성은 3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거. 아니, 여자는 뭐 35세 이상만 집이 필요하나요?! 35세가 안 되는 여성이 대출을 받으려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답니다. 결혼했던가, 결혼할 예정이라는 증명을 하던가. (남편 될 사람의 신분증 사본과 청첩장 사본, 결혼식장 계약 증명서가 필요하다네요 헐퀴)


그러한 제도적 사회적 차별을 없앤다는 국보비혼 김비혼의 야심찬 대선 공약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 ㅋㅋ 정말 나오기만 한다면 있는 표 없는 표 다 내어 뽑아주고 싶었어요. ㅋㅋㅋ

 
재밌는 사실 하나. 지난 대선 때 각 대선 후보들에게 여성 정책과 비혼 정책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당시 모든 후보와 정당으로부터 답변이 돌아왔으나, 유일하게 씹은후보는 2MB였다네요. 심지어 허경영도 답변을 보내왔다는데. ‘비혼 남녀에게 200만원씩 지급하리라!’ 라고. (이럴 바에 차라리 돈이라도 받을걸)

   



 (좌) 1990년 12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국여성한마음회 창립총회  (우) 창립자 김애순 여사님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었던 발표는 몽님과 밈님의
<20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였어요.


기획단이 행사 준비를 위해
비혼에 관한 자료들을 찾던 때에, 우연히 1990년에 (무려 20년 전!) 한국 최초의 독신 여성 단체 <한국여성한마음회> 라는 단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저기 수소문 끝에 당시 한마음회를 만들었던 김애순 여사님을 찾게 되었고, 직접 만나게 되는 행운까지 얻었어요.

여자가 결혼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당연한 시대, 여성이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서만 사회적 자원을 갖거나 특정한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허용되는 조건 위에서 '자신다운 삶', '자신에게 가치 있는 삶'을 계속 고민하고 지속시켜 나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래서, "특히 결혼 적령기를 넘겨버린 여성의 경우 집에서 시집가라는 부모의 독촉에 시달리는 데다 한 해가 저물 때면 더욱 불안해지는 게 보통인데 다른 독신여성들을 보면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도 있다" 는 취지에서 창립한 <한국여성한마음회>.


<
한국여성한마음회>는 결혼 안한 여성, 독신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스스로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모여 토론하고 교양 강좌도 열고 여행도 가는 모임이었대요. 92명이 모여 창립했고, 회원이 400여명이었다네요. 대단대단!


당시 한마음회에는 입회 조건이 있었는데요 고거이 재미있어요
. 고졸 이상 20세 이상의 독신 여성이면 전국에서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결혼을 하면 회원 자격이 박탈된다!” ㅎㅎ

 

지금은 아쉽게도 남아있지 않지만 <한마음회>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되어주었다는 점이예요. 그 누구라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회의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여전히 결혼이라는 주어진 길을 벗어나 불완전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여성들에게, 같은 길을 걸어갔던 또 다른 여성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되지요. 이것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역사가 된다는 사실에 <한마음회>가 남긴 발자국은, 단단한 울림과 감동이 되었어요완전 뿌듯.

 

 

 

다음은 가장 기.,,, 발표, "살림의료생협" 주치의 무영님의 발표였슴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걱정된다고 합니다
. 저도요, 저도 무지하게 걱정돼요. 요즘 뭐만 하면 쑤시고 힘들고, 아픈 데는 왜이리 많은지.ㅋㅋ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봐, 혼자서 외롭게 나이들까봐 걱정 들지요. 그런데 여기 걱정하기보다는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살림의료생협. 짜잔.

 

살림의료생협은 서울 은평 지역을 거점으로 둔 의료생활협동조합예요.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이 의료인과 함께 각자의 건강, 의료, 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의료기관을 포함한 건강관련 시설을 설립, 운영하는 주민자치조직이구요. 지역주민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조합원이 출자금을 모아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소유와 운영을 함께하죠. (아 어렵다)

한마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리 동네 병원, 살림의 힘으로 서로 돌보는 건강 공동체예요.

 

주치의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듣고픈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수도 있고, 6주간 지속적인 주치의 상담과 채식, 운동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건강실천단도 운영하고 있어요. 10대 딸과 엄마가 함께 듣는 여성의 몸과 건강, 자존감에 관한 우리 딸 시리즈도 운영하구요~ 주민들이 함께 하는 여러 소모임(댄스, 등산, 통기타)도 있다고 합니다. 완전 든든!

 

혼자서 아프거나 외롭게 나이들어가는 비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준 무영님의 발표! 기대할만 했슴다 후후. 슬슬 건강 걱정이 드는 나이나도 살림에 가입해볼까나?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발표는
전주비혼여성공동체 비비입니다.

전주에 가면 비비가 있어요. 비비가 뭐냐구요?

비비는 자신들의 삶을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3-40대 여성들이 모여 구성한 공동체 비혼들의 비행'입니다.  

 

8년 전 여성단체 활동가, 공무원, 어린이 영어강사, 일반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7명의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다들 대학 졸업 후 열심히 자기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넘긴 상태였죠. 딱히 결혼에 대해 고민해 볼 틈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부르는 '노처녀' '미혼'이란 말에 갇히기도 싫었던 그들은, 나는 누구인가 그 정체성을 찾는 길을 서로 길동무가 되어 함께 나섰습니다. 늘 겪게 되는 결혼이라는 과제 앞에서 함께 고민할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처음 시작은 굳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니었고,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게 살겠다는 것,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 그 자체였지요. 그러면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고 나누고 계획해 오고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구요! 멋지다+_+

 

5년 전 모임을 만든 분이 전주의 영구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요, 그 곳으로 한 명 한 명 독립해오면서 위, 아래, 옆에 살게 되고, 넘치는 것은 나누고 모자란 건 채워가며 진한 이웃이 되었다합니다. 함께 모여 여성학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주민들과 함께 하는 강의도 열고요.

 

최근엔 전주 지역에 있는 100명의 비혼 여성을 만나보겠다! 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구요, 남는 방을 이용해 전주 지역 공정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해볼까 한답니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 것 같아요. 결정과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좀 더 명확해지고 깊이가 생겼다고 할까. 자신감이 생겼죠. 내가 나답다는 게 자랑스럽죠."

 

다름을 조율하며, 서로의 꼴을 봐주고 사는 공동체 비비, 참 멋지죠?

 

 




 


 

<비혼PT나이트>

남들 사는 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때론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는 걸 느낀 밤이었어요. 아 지금도 설레여~

 





그 밤의 설렘을 액기스만 쭉쭉 뽑아서 전해드렸습니다. 어떠세요? ㅎㅎ

'네 이야기는 부족해!'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시면 블로그에 놀러가보세요.

15편의 PPT와 동영상 자료가 고대로 올라와있어요. ^_^

비혼PT나이트 공식 블로그 : http://www.b-generation.net






다음 주엔 재기발랄한 "하자센터"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

정신 꽉 붙잡고 늦지 않게 오도록 할께요. :)   





영상 한 편과 함께 저는 뾰로롱~!




 

  * 사진, 영상 출처 http://www.b-generation.net/
 모든 사진, 영상의 저작권은 언니네트워크에 있음을 밝힙니다.  
(사진촬영:언니네트워크 여성주의사진소모임 [어떤사진관] 제이,씬,평화님/ 영상제작:해인)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