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토끼고양이입니다. 신년 첫 포스팅에서 인사드려요. 올해는 싱글인 여러분 모두 좋은 인연 만나서 진하고 아름다운 연애 하시길 기원하고 커플인 분들은 지금 그 사랑 더욱더 열정적으로 깊어지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이것저것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실 것 같아요. 게다가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점점 연애에 대해서 주저하게 되는 부분들도 많아지실 것 같아요.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따지게 되는 것도 많아지고요?
그러면서 우리는 연애라는 것이 가지는 가장 순수한 본질에 대해 잊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본질만으로는 현실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따질 것은 따져야 합니다만, 그래도 본질이 전도된다면 그것은 이미 연애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슬슬 현실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하는 때이기는 하나, 신년을 맞이하여 오늘은 본질에 한번 집중해 볼까 합니다.
그렇다면 연애의 순수한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일단은 분명 진한 연애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일 텐데요. 그런 연애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 시를 빼 놓을수가 없습니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고, "진짜 연애"를 욕심내게 만드는, 문정희 시인의 <딸아 연애를 해라>를 소개합니다.
딸아, 연애를 해라! - 문정희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몹시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있던 신사임당의 우아한 그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길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 해서 누구를 카페에서 만나서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길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 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딸아!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
어우.. 옮기고 나니 시가 쏟아내는 에너지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 정도입니다. 군데군데는 너무 열정적이라서 어우 이건 too much하진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간혹 있네요 ㅎㅎ 신사임당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표현에 집착하기 보다는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연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것도 이 시의 액면 그대로의 내용이라기 보다는 "어른의 전 존재"로 한다는 "야성의 생명성"을 가진 "연애"에요. 그 부분은 이 시가 비록 "딸"에게 말하는 내용이나 "아들"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의 내용만으로도 이미 야성의 생명성을 가진 듯한 느낌이 참으로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그런 연애란 얼마나 어려운지도 다시금 실감하게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 주체로 온전히 살아가기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간 사람도, 살다 갈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 인간은 절반 (혹은 그 이상을) 현실에 담그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야성의 생명성"이란 영적 체험에 가까운 경험인가 싶기도 하고요. 과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네요. 그런 성숙한 연애라면 분명, 일생의 사랑이 될 것 같기는 하다만, 과연 현재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만큼 어른이기는 할까요?
@_@ 어질어질.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 안에 연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요소는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것은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이겠죠. 저 경지에 비록 이르지 못했더라도, 혹은 영영 못하더라도 다만 배우면 좋을 것은 저 주체적인 에너지가 아닐까요? 비록 온전하지 않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주체적이고 용감하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다시 한번 바라겠습니다.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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