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7. 13:08

 

 

 요즘 나라 일에 워낙 굵직한 사건들이 많죠.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덜 핫한 이슈가 되었지만 ‘서울학생인권조례’ 역시 한 주 전만 해도 꽤나 논란 속에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조례안이 상정되면서부터 그 내용과 통과여부를 놓고 지지층과 반지지층의 설전이 눈에 띄었는데요, 사실 상대적으로 덜하다 뿐이지 사안 자체에서는 이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에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서 재심의도 거론되고... 재심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지층과 반지지층의 시위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군요.

 

 힘겹게 통과하고도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 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여러분도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논란이 되는 주요 내용은 동성애와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교내 집회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보장 등의 내용입니다. 이 중에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되는 부분은 역시 동성애와 임신 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인 것 같습니다. 이 조례안이 동성애나 임신 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으음. 그 논리구조도 모르겠는 바는 아닙니다. 어떤 상황을 터부시하지 않고 그것도 가능한 상황이며 다른 상황과 똑같이 대우받는 상황이라고 여긴다면 그 상황에 거부감이 없으니까 그걸 멀리하려하지 않게 되리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입장에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벌로(차별로) 겁을 주면 그 내용을 피하려고 하는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그건 너무 해당사항이 없는 다수의 입장만 고려하는 내용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좀 무섭기까지 해요. 임신 출산을 하거나 동성애 성향을 가지지 않은(혹은 가졌다고 티내지 않는) 다수 학생들이 그런 내용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 그런 내용에 해당하는 소수 학생들을 차별한다는 게 말입니다. 혹은 차별받는 소수 학생이 다수의 해당 내용으로 돌아서게 만드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기대되는 효과라는 게 참 애매합니다. 이미 임신 출산한 학생이 그런 일 없었던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 성향을 지닌 학생이 자기 성적 성향을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동성애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후자의 질문은 정말 질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반드시 이성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그게 살아가기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위험이 없으니까, 혹은 소수자가 아니니까 더 편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근본적으로 피하고 터부시해야할 이유는 뭘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에겐 그 조례안의 내용이 좀 새삼스럽기까지 했어요. 읭? 그럼 여태까진 차별해도 되는 거였어?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그리고 특히나 동성애 차별금지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까지 반감을 사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저에게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의견이 있는 분은 저에게 귀띔 좀 해주세요. 그런데 제가 체감하고 있는 옳고 그름과는 달리 막상 생각을 시작하니 이 판단이 단순한 문제는 아니더군요. 애초에 동성애라는 개념에 대해서 차별금지 찬성입장과 반대입장의 전제나 정의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차별금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그 내용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고들수록 혼란스러워져서 그 부분은 좀 더 생각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제가 차별금지를 지지하는 동성애란 같은 성을 사랑하는 성적 지향을 말합니다.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성적 성향의 한 종류이고, 어떤 성을 대상으로 하느냐의 기준에 따라 구분되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념이에요. 대상으로 하는 성이 다른 것은 저에게 별다른 거부감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진실하고 각자를 성장시키는 동성연애가 있다면 저는 무척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아할 거에요. 하지만 무분별한 성관계나 도구적인 관계가 성행하는 동성연애가 있다면, 그런 이성연애와 마찬가지로 싫어할 거에요. 그렇지만 싫어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말고 차별해야 한다면 그것에는 쉽게 찬성할 수 없어요. 물론 싫어하는 연애가 한 쪽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일어났다든지 속아서 일어났다든지 피해가 너무 강력하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제제와 처벌을 도입하는 데 찬성할 수 있지만, (결국 어디까지를 한 주체의 자유로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일까요?) 그래도 인권을 보장하지 말자는 부분은 매우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사형수에게도 인권이 있잖아요.

 

 어쨌든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평소 동성애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이 얼마나 성행했었나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혹시 동성애자에요? 라고 묻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나는 이성을 엄청 좋아합니다. 라는 대답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진짜로 성적 성향을 궁금해 하는 질문이라기 보단 “에이, 아니죠?”라며 웃어넘길 준비를 하고 있는 질문 같달까요. ‘오해’자체가 웃음의 포인트가 아니냐는 생각도 하실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오해가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전개된다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때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오해하거나 하는 장면이 등장해서 거기서도 사람들이 웃게 된다면 그건 웃음 포인트가 오해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언제나 동성애자로 오해하는 경우만이 웃음거리가 된다면, 동성애 자체가 웃음거리인 양 여겨질 수 있으니까요. 문제가 이런 차별이 너무 일상적으로 스며들어 있었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의 불편함을 모른다잖아요. 저도 오른손잡이라서 왼손잡이들이 불편함을 토로하는 말을 들을 때 ‘어머 그렇게까지 불편할 게 있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그저 왼손잡이도 이러할진데 비유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동성연애자는 얼마나 불편함을 느낄까 싶습니다. 사실 나영이부터도-최대한 그런 편견을 배제하려 노력은 했지만-이성애의 연애를 중심으로 해서 쓰이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혹시 그로인해 마음 상하게 만들 만한 글은 없었나?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어요.

 

 그러므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지지합니다. 누구를 사랑하건, 인간을 진실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지지합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상대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랑을 지지합니다. 이 논란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포함하여 계속되었다는 점이 또 조금 슬펐어요.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이라는 말은 크리스마스의 모토라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여튼 저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지지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래보아요. 이제 새해에 인사드리겠군요. 여러분 모두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길. Happy New Year!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