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7. 08:30

 저는 결혼식에 가는 게 좋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양한 것이 결혼식마다 드러나는 것도, 특히 - 그 부부와 집안이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느냐가 드러나는 - 주례사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결혼식마다 주례사에 들어가는 내용이 생각보다 천차만별인 점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어디를 가든 공통적인 얘기는 상대방의 결점을 감싸라는 얘기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여러 연애들이 결점을 감싸지 못해 헤어졌습니다. 그러니 백년해로하기 바라는 부부에게 마땅히 옳은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애에도 어느 정도의 경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해야 할 과제를 마친 것처럼 든든하고 기쁘지만. 그야말로 이제 '어느 정도'의 경험은 겪었다할만한 상황이 오면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도 이별을 계속 겪는 것이,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내 그릇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 건지 혹은 둘 다인건지.

 어느 쪽이든 오늘은 무척 기분이 묘하였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으니 아마 이 결혼식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새삼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고 그 생소하고 낯선 느낌이 어렴풋이 낯익었습니다.


 그리고 외로웠습니다. 

 

 지금 혼자인 이 시간 때문이 아니라,
 혹시 영영 당신을 만나지 못할까봐 무척.


 아마 우리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혼자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마음은 더욱 쉽게 우리 가까이 찾아올테죠.



 그러나 조금 침착해져봅니다.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자신의 상황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만나는 일’이 생기기 위해 그 이상 무엇을 더 노력할 수 있는 걸까요? 노력해볼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사실 그건 노력에 비례해서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더 늘려보고, 내가 원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주로 더 찾아보는 것 등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the one을 만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조바심을 낸다한들 "만나기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진인사대천명. 다만 결국 내가 원하고 네가 원하는 삶을 함께 만들어 갈 서로를 찾고 싶은 거라면, 지금은 그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빨리 만들어 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래서 마침내 너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그 때엔 부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만나기까지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도, 
내 소울 메이트.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식장 여기저기의 꽃들을 조금씩 가져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혼식의 꽃은 그렇게 나누어 가져가서 행운을 얻어가는 거라네요.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바로 그 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일생의 메이트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가기를 기원합니다.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p.s : 우리 블로그에 알찬 답글을 달아주셨던 직업현자님이 일생의 메이트를 만나 3월 3일에 백년가약을 맺으신대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 
        우리 모두 함께 축하하고 그 기운 좀 나눠받아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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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