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계십니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을 얼마나, 혹은 단 한명이라도 가지고 계시나요? 자신의 보여준다는 것은 연애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오늘은 참고가 될 만한 사회심리학 연구를 짤막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연애 단계를 다룬 연구 중에는 루이스(R. A. Lewis)의 6단계가 있습니다. 이는 첫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6단계로 나눈 것인데요,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으며 도움될 만한 것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 보려 합니다.
1단계는 유사성의 인지 입니다. 이는 가치관, 지위, 흥미, 관심 등에서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느끼면서 그것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 흥미, 의견이며 이 단계에서 사람들이 본래 성격을 드러내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이때 성격은 그리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단계는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가 이루어집니다. '자기 제시'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나 물질적인 보수 등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대게 거짓된 자기를 보여주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감추는 식으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조정합니다. 즉 이 단계에서는 굳이 자신의 본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 바람직한 성격을 가졌으리라 생각하며 상대의 언행에서 진짜 성격을 짐작하는 데 그치게 됩니다.
2단계는 좋은 관계의 구축입니다. 1단계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이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요, 보통 첫 만남이 있는 후 두 번째 데이트 신청을 상대가 허락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시작되지만 아직 헌신하는 사이는 아닌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단계는 자기 개시의 단계입니다. 2단계의 만남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 개시(self-disclosure)'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보통 자신에 관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자기 개시'라고 합니다. 이는 자기 제시처럼 인상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상대방과 좀 더 친밀한 관계로 진전시켜가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의 속마음을 열고 보여준다는 뜻이지요.
친밀한 관계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개시가 필요합니다. 자기개시가 없으면 형식적인 관계에서 발전하기 힘듭니다. 연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정색을 하고 노골적으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혹은 행동으로 은근슬쩍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주의할 점은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처음부터 모두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개시란 교제가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4단계는 역할취득 단계입니다. 이 단계가 되면 두 사람은 서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에 충실하게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맡은 역할에 충실해지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게는 두 사람 사이에 전혀 유사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는 서로 유사성을 인지 한 후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일이 없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여기서 역할 분담을 잘못하면 결혼 후 괴로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결혼 전에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말은 이 단계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5단계는 역할 적합 입니다. 두 사람간에 암묵적으로 역할 분담이 결정되면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군요. 분담된 역할에 대해 서로 동의하면 연애는 다음 단계로 진전됩니다.
6단계는 결정 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하나의 단위로 행동하는 단계에 이르러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결혼하게 되는 거죠. 물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군요.
reference. (일전에도 본 일 있는) 이철우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루이스의 연애 6단계에 따르면 '형식적인' 관계와 '깊은' 관계를 가르는 경계가 바로 '자기 개시'의 유무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이 내용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3단계의 요지는 평소 저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았어요. 제가 초창기 포스팅에서 '연애'가 좋은 이유는 '진짜 나'가 드러나서 자기를 인식하고 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린 적 있죠? 사회심리학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연애는 '자기 개시'가 이루어져서 자기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좋은 것만을 보여주어 즐겁기만 한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깊고 진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것 역시 '자기 개시'를 통해 어느 정도 진전된 단계에 이른 연애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요. ㅎㅎ
'친밀한 관계' 중 특수한 형태인 것이 연애가 아닐까 합니다. 이 말인즉, 연애관계에 해당되는 어떤 원칙들은 다른 친밀한 관계에도 공유,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자기 개시' 역시 그런 개념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우정 관계의 깊이도 자기개시의 유무와 관계가 있었던 것 같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추가적인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의문은 이 원칙이 반드시 유효할까? 라는 것입니다.
자기 개시 없이도 깊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만약 누구에게도 자기 개시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자기 개시가 너무나 괴로운 일인 사람이라면 어떨까?
만약 자기 개시 없이도 깊은 관계가 성립한다면, 그건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나요?
추가적인 의문이 남아있지만, 우선은 Happy Valentine입니다. :D
오늘 하루 설레는 계획 있으신가요?
혼자이든 함께이든 오늘 하루는 우리 두근두근한 일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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