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0. 08:00


야구 뉴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꽤 된것 같다.
내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사람도 있을 터이다.
아마 거의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아마 지금쯤은 좋아하는 팀도 있을것이고,
각 팀을 지칭하는 우스꽝 스러운 별명도 알았을 것이고,
유명한 선수들의 재미진 별명도 알았을 것이다.
게다가 야구의 기본인 스트라이크-볼의 구분과 심리 싸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정도면 이제 햇병아리 뉴비티는 벗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역시 뉴비는 뉴비, 고작 저정도 안다고 해서
"야구좀 본 사람" 이 되긴 아직 멀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이제 갓 뉴비티를 벗은 흔한 야구 관심 종자가
마치 오래전부터 야구를 봐온 올드비인 양 보이게 하는 지식을 전파하려 한다.
이거 하나만 알면 어디가서 뭣도 모르는 야구 뉴비취급은 안당하리라 자신한다.
마치 마법의 주문같은 지식이니 주의깊게 보시기 바란다.
단, 전부 다 맞는말이라는 보장은 없다.
나도 올드비로 위장한 뉴비에 불과하니까...

그 마법의 주문은 "투수의 구질에 관한 지식"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만 알면 진짜 마치 뭔가 야구 전문가처럼 보인다.
투수가 던진 공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슬라이더네"
"체인지업이네"
"이야 커브볼 떨어지는 각도좀 보소"
등의 말을 나불거려주면 당신이 뉴비로 보일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엔 변화구의 원리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주 쓰이는 여러가지 구질에 대한 설명을 하려한다.
어렵지 않으니 읽어두면 분명히 어딘가 쓸데가 있다.
그리고 구질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춰두고 야구를 보면 분명히 더 재밌게 야구를 볼 수 있다.
투수가 의미없이 그냥 공 던지는 것을 보는것과
어떤공을 어떻게 던지는지 알고 보는것은 정말 천지차이다.
진짜 이거 알고보면 어마어마하게 재밌게 야구볼 수 있다.


0. 구질에 대해 배우기 전에 필요한 기초지식 "마그누스 효과"


"심심풀이 땅콩 스포츠 지식을 배우는데 이게 왠 물리교과서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저 그림은 굉장히 쉽게 설명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저정도의 그림을 보고도 뭔가 골치아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마그누스 효과의 요지만 설명해 주자면
"공이 회전하는 방향으로 휘어서 진행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공이 왼쪽으로 회전하면 왼쪽으로 휘려하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면 오른쪽으로 휘려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왼쪽 오른쪽 뿐만 아니라, 공이 아래쪽으로 회전하면 밑으로 휜다.
그리고 공이 위로 회전하면 위로 휜다.
다만 공이 위로 회전하는 경우는 위로 '휜다'라는말은 다소 부적절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은 중력때문에 당연히 지면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로 회전하는 공에대한 적절한 표현은 공이 밑으로 '덜 떨어진다'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하겠다.
같은 맥락에서 아랫쪽으로 회전하는 공은 '더 떨어진다'라는 말 또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야구공이다.
야구공의 저 빨간 실밥이 보이는가?
야구공의 저 실밥이 투수들에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고작 야구공 꼬맨 저 실밥 따위가 무슨 무기가 될수 있냐고?

생각을 한번 해 보자.
야구공은 손가락으로 던진다.
그럼 손가락을 야구공에 걸쳐서 던져야 한다.
공을 던질때는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을 던져야 한다.
'마그누스 효과'때문에 야구공에 회전이 많이 걸릴수록 공이 많이 휜다.
공이 막 휘면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면 타자들이 치기 어려워 진다.
그럼 투수는 공을 많이 회전시켜야 한다.
손가락으로 공을 던질때, 맨들맨들한 표면을 잡고 던지는게 회전이 많겠는가?
아니면 돌출된 실밥을 잡고 긁으면서 던지는게 회전이 많겠는가?
그렇기에 저 같잖아 보이는 실밥은 투수에게 엄청난 무기가 되는것이다.


1. 패스트볼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패스트볼, 빠른 공이라는 뜻이다.
한국어로는 흔히 직구라고 불린다.
공의 회전을 좌,우로 준다기 보다 회전을 위쪽으로 주고,
공에 손가락 힘을 온전히 싣는다.
좌, 우로 공을 회전 시키는데 힘이 낭비되지 않아서
투수가 던지는 구질중에 가장 빠른 볼 스피드를 자랑한다.
공의 변화보다 오로지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구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공을 던지는 손가락이 실밥에 닿아있는걸 볼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직구를 뿌리는 오승환의 공을 다룬 짧은 다큐가 있어서 첨부해 보았다.
재미있으니 끝까지 다 보시기 바란다.
위의 사진에 올린 투심 패스트볼과 포심 패스트볼의 차이점도 잘 설명해주는 좋은 다큐다.
오승환의 공처럼 위력적으로 위로 회전하는 공은 아래쪽으로 '덜 떨어진다.'
중력 때문에 약간은 밑으로 떨어지는 덜 위력적인 직구를 접해온 타자들이
위력적으로 위쪽으로 회전하기에 '덜 떨어지는' 공을 만나게 되면
마치 공이 위로 솟아 오르는듯 느껴지기도 한다.


2. 커브볼



빠른속도의 패스트볼과 정 반대쪽에 서있는 공이 바로 커브볼이다.
사진에서와 같이 커브볼의 회전방향은 패스트볼과는 정 반대이다.
패스트볼이 뒤로 회전하는 것과는 반대로
커브볼은 앞으로 회전한다.
공은 회전하는 방향쪽으로 휘려하기 때문에, 원래 중력때문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떨어진다'.
커브볼을 던지는 방법의 더 쉬운 예를 들자면,
마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검지와 중지로 여자주인공의 볼을 쓸어내릴때 처럼,
실밥을 잡고 있는 손을 아랫쪽으로 쓸어 내리듯이 던진다. 그러면 공이 앞으로 회전하게 된다.
커브볼은 아랫쪽으로 더 떨어지는 것 뿐만아니라 직구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데 주로 사용된다.



커브볼을 던지는 법에 대한 동영상이다.


3. 슬라이더



위의 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던지는 공이 바로 슬라이더 이다.
슬라이더는 오른손 투수의 경우, 공의 오른쪽 실밥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던진다.
공의 중간이 아닌 오른쪽을 세게감아 던진다면 공은 당연히 왼쪽으로 회전한다.
축구에서 공을 '감아차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감아차는' 동영상.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의 오른쪽 면을 스치듯 감아찬다.
슬라이더는 축구의 감아차기와 정확하게 동일한 원리다.



한국 최고의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윤석민의 투구를 분석한 뉴스의 일부이다.
중간에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공의 회전모습을 잘 보시라.
한국 최고급의 직구와 슬라이더 두가지 구질의 회전모습을 잘 볼수있는 귀중한 사료 되겠다.
윤석민의 투구중 왼쪽 아래로 휘어들어가는 공은 전부다 슬라이더다.
오른손 투수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 왼쪽 아래로 휘어들어간다.


엄청난 회전이 걸린 슬라이더는 이처럼 믿기지 않는 궤적을 보이며 휘어들어간다.
보이는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가는듯 하다가 급격하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저 궤적..
안 속을수가 없는 공이다.


4. 체인지업




체인지업을 쥐는 방법이다.
굉장히 특이하다. 보통 공을 던질 때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엄지와 검지로 던지는게 정상 아닌가?
하지만 체인지업은 중지와 약지를 이용하여 던진다.
도대체 왜 익숙하지도 않은 손가락을 이용하여 공을 던지는 걸까?



타자들은 보통 투수가 던진 공을 투구폼을 보고 예상해서 때린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서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기 까지는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그 찰나의 순간 타자가 '공을 보고'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지라
투수의 투구폼과 예상 구속 타이밍에 딱 맞춰 때려냈을 때, 타자는 정타를 때려 낼 수있게 된다.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체인지업의 투구폼은 패스트볼의 투구폼과 정확히 같다.
투구폼이 같아 직구가 날아올 지, 체인지업이 날아올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직구와 체인지업은 비교적으로 힘이 약한 약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던지기 때문에
직구보다 구속이 20Km정도 떨어진다.
이처럼 시속 20km라는 엄청난 구속차로 타자의 타이밍 자체를 무너트리기 때문에
체인지업이란 구종이 위력적 일수 있는것이다.
여기에다가 경악 스럽게도, '회전'까지 가미하면 체인지업은 더욱 더 엄청난 공이 된다.
슬라이더와는 정 반대의 원리로 중지와 약지를 이용해 공의 왼쪽으로 감아주면
공은 오른쪽으로 휘어나가게 된다.
체인지업에 슬라이더와는 반대의 회전을 준 공이 바로 '서클체인지업'이 되겠다.


타이밍까지 무너트리고, 공의 궤적변화까지 주는 서클체인지업.
슬라이더와는 정반대의 회전이기 때문에 슬라이더의 궤적과는 정 반대로 향한다.
제대로만 던진다면 정말 엄청난 무기가 된다.




일단은 이정도로만 알아둬도 어디가서 뉴비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의 지식은 된다.
변화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립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회전이다.
'저렇게 던지면 어느 방향으로 공이 회전하겠는가'만 안다면
그립을 외우지 않아도 어떤 공인지 다 알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여자분들께서 이 네가지 구질을 구분할 줄 알았을 경우 상황극을 보여드리고 글을 끝맺겠다.

야구 시즌중 술자리, TV에서 틀어주는 야구중계에
남자들은 정신이 팔려서 이것저것 야구얘기만 하느라 바쁘다.
여자들은 도통 야구에 흥미가 없어서 너무나 재미가 없다.
남자들의 모든 관심사는 야구에 쏠려있다.
저 투수는 공이 어떻네, 저떻네..
저 타자는 뭐가 어쩌네..드럽게 못치네..개새끼니 어쩌구 저쩌구..
정말 여자들은 남자들이 도통 왜이리 스포츠에 환장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신나게 술마시러 왔는데 아주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다.
그때 TV속 투수가 공을 던진다.
조용히 TV를 보던 한 여자분이 조용히 한마디 한다.
"슬라이더네."
남자들: " !!!!!! "

구질을 알아두는 것은 이런 부수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9. 20:20
















 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스'를 보기 전까진 배트맨 시리즈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인정할게요. 더군다나 영화판 배트맨 시리즈는 제가 유치원생 꼬꼬마였을 시절에 유치한 설정 탓에 흥행에 한 번 크게 실패하고 더이상 제작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화판 역시 그다지 재미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 번 뿌리내린 선입견은 쉽게 바뀌기 힘든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걸... 4년 전에 갑자기 크리스찬 베일에게 잠깐 빠져 그의 출연작을 훑어보던 저는 (저는 이런 불순한 의도로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라고) 앞에서 말한 '배트맨 비긴스'를 보고 생각을 아주 고쳐먹게 되었어요. 그동안 배트맨을 어린애들 영화로만 생각해 온 제가 바보스럽게 느껴져, 누군가에게 사과라도 하고 싶어졌었죠. 근데 누구한테 사과를 해야하나..







   

-빨리 사과해!
-사..사과하겠습니다!
-필요없어!
-?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저는, 영화의 원작인 만화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졌어요. 하지만 그 책의 제목이 뭔지, 우리나라에 나와있기는 한건지 알 수 없어 그저 궁금증만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작년에 서점에 들러 만화책 코너를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했지 뭐예요. 수년동안 저를 애타게 했던 그 만화는 바로.. '배트맨 이어 원Batman year one'이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와 데이비드 마주켈리david mazzucchelli가 함께 그린
'배트맨: 이어 원'의 표지입니다. 1987년작이구요.
우리나라에는 민음사 산하의 '세미콜론'에서 2008년 말에 같은 제목과 표지로 출간되었습니다.
세미콜론에서 배트맨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속속 나오고 있으니 모아보아도 괜찮을 것 같군요!












 

작가 중 한 명인 프랭크 밀러의 사진입니다.
'300','씬시티','다크나이트 리턴즈' 등으로 유명한 작가죠.
'배트맨: 이어 원'은 1986년부터 시작된 그의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사진 배경에서 알 수 있듯 최근에는 영화감독으로도 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피릿spirit'라는 제목의 영화였는데..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고 합니다.




 

 

만화는 영화 '배트맨 비긴스'처럼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웨인그룹의 백만장자 아버지 밑에서 남부럽지 않게 성장해온 브루스는 부모와 함께 오페라를 보고 오던 길에 총을 든 강도의 손에 부모를 잃습니다. (영화에서는 저택 옆 동굴에서 날아든 박쥐 때문에 공포증이 생긴 어린 브루스가, 부모와 오페레타 '박쥐'를 보다가 두려움에 칭얼거려 함께 극장을 빠져나오다 강도를 만난 것으로 되어있죠.) 그 후 12년간 도시를 떠나 무예를 익히던 브루스가 고담시티로 돌아오면서 만화는 시작되지요.










부모를 잃었을 당시를 회상하는 브루스
브루스는 타락한 고담시티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토록 두려워 했던 박쥐가 되기로 합니다.  







브루스는 부모가 살해당한 기억 때문인지 자신은 결코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배트맨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더라도 살인만은 피하려고 하죠. 또한 자신을 추적해온 경찰이 고양이를 쏘아 죽이려고 했다는 이유로 그를 손봐주는 등, 약간은 소년과 같은 모습도 보입니다. 브루스 웨인이 어렸을 적에 자기 탓으로 부모를 잃어버린 충격 때문에 정신적 성장이 소년시절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죠. 그래서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로빈과 친구처럼 활약할 수 있는 것이라구요. 

아무튼 작품 속에서 배트맨은 초반의 어설픈 모습에서 벗어나 점점 더 치밀한 공작을 수행할 내공을 쌓아갑니다. 마침내는 고담시티의 부패한 경찰청장과 마피아 일당을 응징하게 되죠. 하지만 이건 혼자 이루어 낸 건 아닙니다. 때로는 간호사로, 때로는 정보원으로 그를 돕는 충직한 집사 알프레드, '생계형 히어로' 캣우먼으로 등장한셀리나 카일, 그리고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인 고든의 협력이 없었다면 그런 성과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불량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힘겨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배트맨
발에 채이고 텔레비전으로 맞고.. 좀 안쓰럽습니다. 







작품이 영화와 다른 점 중 한 가지는, 영화에선 그 내적 갈등이 삭제되었던 고든 경감의 이야기가 꽤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는 고담 시티의 무능한 경찰 시스템 안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고든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지만, 만화에서는 그의 가정사와 인간적인(?) 갈등 역시 엿볼 수 있습니다. 만화는 브루스의 귀환과 고담 경찰청에 부임한 고든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요, 시카고에서 막 고담으로 온 지 몇 시간도 안돼서 고든은 동료 경관의 나사빠진 언행에 질리고 맙니다. 이 멍청이 동료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고담 경찰은 사실 그 지역 마피아와 결탁하고 있어 이미 도시 치안을 다스릴 능력을 잃은 유명무실한 집단이에요. 고든은 이런 경찰 시스템을 개혁하고자 고군분투 하지만, 소위 '높으신 분들' 눈에는 이 고지식한 새내기 경관이 맘에 들 리가 없죠. 그래서 고든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고담 경찰로부터 갖가지 협박과 린치를 당합니다.

 고든의 사생활 역시 그들에게 고든을 협박할 빌미를 제공합니다. 작중에서 고든은 함께 일하던 미모의 여경사에게 잠깐 한 눈을 팔아 적잖이 마음고생을 합니다. 고든에겐 이미 임신한 부인, 바바라가 있거든요. 그런데도 고든은 직장에서 자신의 오른팔이 되어 주는 여경사 에센에게 마음을 주고, 또 그것을 윗선에 들키고 말죠. 경찰국 간부들은 이것을 빌미로 고든을 협박하지만, 그가 바바라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음으로써 갈등은 일단락 됩니다. 비록 고든은 아내와 함께 정신과 의사에게서 관계 개선 상담을 받아야 했지만요.   











동료 경관의 음모로 느닷없이 습격을 받은 고든 경감.
그는 나중에 이걸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줍니다. 성깔 있어요, 이 아저씨.










불륜을 저질러 편치않은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든. 바바라가 정말정말 너그럽게 봐 준 덕분에 그는 위기를 벗어납니다.
이 사람은 아내한테 정말 잘해야 해요.








 이렇듯 고든의 이야기가 이야기의 서브 플롯으로 자리함으로써 작품은 브루스 웨인의 원맨쑈에 그치지 않고 그 재미를 더합니다. 고든과 배트맨이 알게 모르게 힘을 합쳐 썩은 경찰청장을 응징하고 지역 마피아 두목을 처단하는 걸 보면 두 사람이 고담 시티를 지키는 히어로 콤비같아 흥미진진합니다. 처음에는 고든이 배트맨을 코스튬 입고 설치는 범죄자 정도로 여겨 수사를 시작하지만(이 수사과정에서 그는 에센이 가져다준 정보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물론 브루스가 플레이보이 재벌 2세 코스프레를 해 정체가 탄로 날 위기를 넘기지만요.) 나중에는 그를 동료로 인정합니다. 만화는 청장으로 승진한 고든이 배트맨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는데, 여기서 조커의 등장이 암시됩니다. 이건 영화에서도 그렇죠. 







 


여유로운 담배 한 모금.
고든은 승진도 하고 마피아도 때려잡고 가정도 지켰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배트맨:이어 원'이지만, 어쩐지 배트맨보단 고든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요. 사실상 이 이야기는 고담시티에서 새로이 등장한 두 영웅의 눈물겨운 생존기가 서로 얽힌 구조를 갖고 있어요. 배트맨뿐만 아니라 고든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거죠. 프랭크 밀러와 데이비드 마주켈리는 길지 않은 분량 속에 그들의 성격, 과거, 몇몇 어설픈 면모들을 잘 나타내, 고담시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황당무계한 가면 히어로 얘기의 배경이 아닌, 정말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구린내나는 도시의 모습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물론 배트맨의 탄생 계기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 것도 큰 장점이고, 한국어 번역이 비교적 매끄러운 것도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은 요인이 됩니다.(브이 포 벤데타는.. 안그래도 어려운 글을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게 해놓아서 거슬리는 부분이 좀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장점은 커버 디자인이 멋져서 책장에 꽂아놓으면 간지..가 납니다.ㅋㅋ 길지 않은 이야기니 일독을 권합니다! 
고든과 배트맨의 다정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을 통해 또 만나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