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화요일, 나영이'에 해당되는 글 31건

  1. 2011.11.29 #18.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의미 5
  2. 2011.11.22 #17. 마음을 읽어주기 19
  3. 2011.11.15 #16. 사랑한다 6
  4. 2011.11.08 #15.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8
  5. 2011.11.01 휴재 10
  6. 2011.10.25 #14. 꼭 나눠야 되나요? 14
  7. 2011.10.18 #13. 언제나 목적으로 대우하라 3
  8. 2011.10.11 #12. 트위터 특집 2
  9. 2011.10.04 휴재 공고 13
  10. 2011.09.27 #11. 가치관의 차이-대화가 필요해 6
2011. 11. 29. 08:40



  오늘은 저의 긴 말 없이. 청춘 종합 선물세트같은 명작,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만화 <허니와 클로버>의 마지막 장면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만화로 된 작품이라 글로만 전해드리면 원작의 감동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글로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읽지 않은 분도 마음껏 상상하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혹 기회가 되는 분은 꼭 한번 원작으로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도쿄로 상경한 성실한 미대생 다케모토는, 작고 갸냘픈 동급생 하구미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하구미는 요정 같이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대작들을 서슴없이 만들어내는 천재 소녀입니다. 만들어 내는 작품의 크기 만큼 요리 솜씨도 대범해서 재료는 통으로 쓰고, 맛은 먹기 힘들만큼 달콤한 요리들을 만들어 내곤 했지요. (그레이트 후르츠 밥이라던지, 사과에 벌꿀을 주르르 얹은 통사과 카레찜이라던지 하는...) 냄새만으로도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그 음식들은 매번 다케모토를 비롯한 남자 선배, 동기들을 고생시키곤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보낸 많은 시간 동안, 다케모토는 하구미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되지만 결국 그녀에게 사랑받거나, 선택받지는 못합니다. 여러가지 사건을 뒤로 하고, 미대를 졸업한 다케모토가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꽃잎이 그야말로 굉장한 기세로, 종이 꽃가루처럼 흩날려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도쿄에서의 지난 5년 전부가, 꿈 속에 있는 듯한 나날이었다. 3평 플러스 부엌 1.5평. 욕실 없음. 대학까지 걸어서 10분. 지은 지 28년, 집세 3만 4천엔. 아침 햇살이 눈부신, 동향. 나는 오늘 이곳을 나간다.

  역으로 향하는 강변 길에서 그녀를 보았다. 이젠 단골이 된 그 빵 가게에서, 평소처럼 빵을 사 가지고, 그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재활치료를 하고 캔버스를 마주하고. 이 거리에서 그녀의 일상은 계속된다.
  작별 인사는 어젯밤 다 했으니, 이젠 말을 걸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말을 걸면 안 돼. 그래서 그저 묵묵히 보고 있었다. 틀림없이 지금 말을 걸었다간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말거야. 널 곤란하게 만들고 말거야.

 눈에 익은 강가 풍경과 너와, 모든 것이 봄볕에 물들어 핀으로 꽂은 그리운 사진처럼, 그저 그저 한 없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하구미를 그대로 지나쳐 보낸 다케모토는 혼자 열차에 올라 앉아 있다가, 차창 밖에서 자신을 찾으며 달려오는 하구미를 보게 됩니다. 황급히 열차 밖으로 나간 다케모토는 만나서 다행이라며 울먹이는 하구미가 내민 무언가를 받아 듭니다. 그리고 열차의 출발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울리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꼭 한번 안아 주고는 기차의 안과 밖으로 헤어집니다. 

 그리고 기차에서 더 이상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쯤, 다케모토는 하구미가 준 보따리를 풀어 봅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식빵 한 봉지를 통채로 쌓아 만든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그녀답다고 생각하며, 도대체 이건 뭘로 만든 거야? 라고 속 안을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클로버들이 꿀과 함께 발라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클로버의 꽃말처럼. 세상 모든, 세상 모든 행복을 당신에게. 그리고 드디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다케모토의 독백이 시작됩니다.


 처음엔, 첫눈에 반한데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강인함이, 연약함이, 모든 것이, 내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 왔다. 당신은 누구?(나는 누구지?)하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 여자 아이.

 - 나는 내내 생각했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의미는 있을까 하고.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인가 하고. 이제는 알겠다. 의미는 있다.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하구미, 난, 널 좋아하길 잘 했어.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추억이 되는 날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네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고, 단 하나의 뭔가를 찾던 그 기적같은 나날은, 언제까지고 달콤한 아픔과 함께 가슴 속의 먼 곳에서 영원히 그립게 빙글빙글 돌 것이다.



 저는 가슴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러분 듣기엔 어떠세요?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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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22. 08:30


 SBS에서 만든 '짝' 이라는 프로그램 많이들 보십니까? 저는 그동안 지나가다 잠시 보는 것 말고 제대로 챙겨본 적은 없었는데요, 이번에 한번 찾아 보니 재미있더군요. 기본 포맷은 여러 명의 남녀가 서로를 탐색하고 데이트하고 최종결정을 하는 기본적인 짝짓기 프로그램의 포맷이지만,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점, 그냥 짧은 시간동안 설정된 데이트를 한다기보다 시간을 두고 합숙을 하며 서로를 알아간다는 점이 좀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어서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남자 1호, 여자 1호라는 식으로 번호를 붙여서 부르는 것, '애정촌'이라거나 '짝'이라는 한글 이름을 붙인 것 등도 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그런 익명성이나 상징성을 가진 이름을 붙임으로써 좀더 객관적이고 대표성이 있는 느낌을 주어 공감대를 넓히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 우리도 모두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일 뿐이지, 라는 느낌?)

 이번에 제가 찾아본 프로그램은 "애정촌 13기. 노총각·노처녀 특집 마지막회"였습니다. 굳이 노총각 노처녀 편을 찾아 본 이유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 함께할 사람을 찾는 과정에 더 오래 있었던 선배들에게서 무언가 느끼고 배울 점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느끼고 배운 점이 있었냐고 물으신다면, 물론 그렇습니다만 오늘 말하고 싶은 주제는 "와 선배들은 역시"라는 느낌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부분의 이야기입니다. 굳이 설명해보자면 "와,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은 역시" 라는 느낌의 내용이죠.

 뭐냐, 바로 여자 2호님과 관련된 러브라인이었습니다. 여자 2호님은 35살의 고등학교 교사이십니다. 이 분은 처음에 마음에 들어했던 남자 5호와 처음부터 여자 2호분을 마음에 들어했던 남자 7호님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예쁘시죠? 목소리도 좋으시더군요.


 


 남자 5호분도 역시 무척 매력적인 분입니다.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으셨지만 첫인상 선택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으실 정도의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계시고, 광고일을 하시는 분답게 예술적 재능도 있으시고 센스도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조금씩은 호감을 가졌던 여자 2호분과 남자 5호분이 완전히 서로에게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던 대화가 여기에 등장합니다. 남자 5호님에겐 오토바이를 타는 취미가 있는데, 그분에게 그건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젊지만은 않은 나이셨던 만큼, 그런 취미가 나쁘게 비칠까봐 고민도 하셨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여자 2호님이 남자 5호님에게 "오토바이는 위험해요"라고 말을 하신겁니다.

 결국 서로 호감은 느껴지는데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기 어려운, 감정적으로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겁니다. 최종선택을 앞두고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 어려웠던 두 분은 마지막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머 동영상이 막혔나요? 아.. 이거 영상으로 보셔야 하는데 ㅠ 아쉬운대로 캡쳐로 ㅠ_ㅠ


 
 요약하면 대화의 요는 "오토바이는 위험해요"라고 말한 이유는 그냥 자신이 느끼는 바에 대한 표현이었을 뿐 오토바이를 타기 싫다는 뜻도 아니고 남자 2호에게 호감이 있거나 없음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없는 말이었다,는 것이 여자 2호님의 입장 변론이었습니다. 반면 남자 5호님은 그건 의도가 있어보이는 행동이다, 라고 말씀하셨고 아마 편집되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그것을 납득시키려고 주장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왜 의도가 없는 사람이 의도가 있어보이는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자 5호분이 주장도 강하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 편이었기 때문에 여자 2호분은 본인의 입장을 다 잘 설명못하신 채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완전히 서로에 대한 호감을 거기서 끝내시게 되었던 거지요.

 보면서 저는 정말 오글오글 했습니다. 화끈화끈하기도 했고요. 별로 낯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두 분의 입장을 모두 너무 잘 알 것 같았고, 그래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여러분은 저 대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아무래도 대화를 주도해 나가면서 눈물을 보이는 여자 2호님에게 마지막까지 대표님 모드로 부하직원을 대하듯 자기 입장을 정리하신 남자 5호님이 잘못했다고 생각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 분이 하신 말씀에는 틀린 게 하나 없지만 그건 자기 입장을 말하는 내용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자기 입장만 말해서는 안되는 거였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시지를 않습니다. 물론 믿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 5호님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남자 5호님에게 여자 2호님의 행동이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 뿐이지 여자 2호님이 원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아니지요. 그러니까 "네가 한 행동이 아무래도 나에겐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네 말을 믿기가 힘들다" 혹은 "그렇게 행동하면 나한테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행동은 누가봐도 의도가 있는거다" 라든지 "넌 그런 의도가 있었다, 그건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겁니다.

 너무 복잡하게 따지고 들었나요? 사실 대화라는 것은 파고들면 이렇게 복잡한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는 자기가 보는 관점에서밖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게 자기의 세계 인식이다보니,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하는 일이 생깁니다. 사실은 개인의 부분적 인식일 뿐인 내용을 그게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된 표현을 사용해서 말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보통 일일히 그걸 구별해서 말하진 않잖아요? 말하자면 표현은 실제만큼 정밀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괴리에서 오는 오해가 여러 싸움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서로 잘못 없다고 하는, 사실은 서로 잘못한 싸움들이 벌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여자 2호님도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는 말을 반복하시지만, '나는 그걸 잘 못받아들이겠다'라는 남자 5호님의 입장을 인정해주는 모습은 화면에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 모습은 남자 5호님에게 '나는 당신을 오해하게 만들만한 행동을 안했는데 당신이 오해한거다.'라고 말하는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습니다. 남자 5호님 입장에서 본인은 오해를 했는데(즉, 본인이 봤을 때는 분명 의도가 있어 보였는데), 그 행동은 오해를 하게 만들지 않았다고(의도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할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한다면 답답하시겠지요. 

 이처럼 무엇보다 두 분의 대화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두 분 다 서로의 마음을 잘 못 읽어준다는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하는 입장을 받아들여주고 그에 대해 리액션을 해 주는 것 말합니다. 인정이 중요한 것은 인정받지 못할 때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리액션을 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결국은 감정에 작용하기 위해서지요. 자기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면 화가 납니다. 그러면 남의 말도 귀에 잘 안들어옵니다. 그러면 서로의 감정을 더욱 상하게 만들고 거기서 애초에 논리가 뭐였건 관계는 끝장이 나는 거지요.(보통은 대화가 안되므로 논리도 끝장이 납니다.) 두 분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먼저 상대방이 느끼는 바를 인정하고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혹은 "오해해서 미안하다"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던 거죠. 사실 서로가 의도한 바와 이해한 바가 달랐다면 그것은 오해이고, 거기에는 양쪽 다 크든 작든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이 사례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는 대화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여자 2호님은 상담 교육을 석사 전공하셨고 남자 5호님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분야에서 종사하시며 언변도 좋으신 분입니다. 게다가 두 분 다 살아온 시간이 짧지는 않으시고 그렇다고 특별히 더 배려심이 부족한 모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십니다. 이런 분들도 겪으시는 문제 상황이라면, 말 다했죠.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 우리가 특별히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지요. 그러니 못한다고 기죽기보다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1. 내 입장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할 것
 2. 상대방의 '일반화'된 말을 표면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의 의미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


 여자 2호와 남자 5호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후, 여자 2호는 남자 7호를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있었던 얘기를 듣고서 셰프인 남자 7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 7호 "그럼 안 풀었네."
여자 2호 "풀었어요, 우리는 안맞다."
남자 7호 "그게 푼거야? ㅎㅎ"
여자 2호 "서로가 원하는 관계가 아니다."




참으로, 내 마음을 케어한다는 느낌이 드는 반응 아닙니까? 
(아, 개인적으로 남자 7호 이분 참 볼매셨어요.)

역시 관계에서 논리의 옳고 그름은 그 자체로는 개미눈물만큼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감정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요할 수는 있겠지요. 인간에게 있어서, 단지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사실은 감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을 더해갑니다.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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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  (10) 2011.11.0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15. 08:30



사랑한다는 말 앞에는 항상 지금은,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순간에 피었다 사라지는 꽃처럼 원래 그런 것이다.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 아니라
어제 핀 꽃이 지고, 오늘 다시 새롭게 꽃이 피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 마음은 어제의 마음이 아니라, 오늘 새롭게 피어난 마음이다.
그러니 당신은 어제의 사랑이 오늘 피어나지 않았다고
지난 사랑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비록 오늘은 꽃이 피지 않았고
앞으로 더 이상 그 꽃은 피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제와 이전날에 피었던 꽃이
살아 숨쉬는 생명으로 진정성을 가졌던 일만은 사실이지 않은지.

사랑이 끝났다는 것은 무척 가슴아픈 일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의 사랑이 끝난 일 때문에,
우리의 지난 사랑을 의심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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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재 공고를 하며 올린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동안의 글이 너무 분석, 설명 위주의 글이었던 것 같아서 조금은 감성적인 쪽으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비슷한 내용을 건의해주시기도 했고요. 애초에 '칼럼'이 아니라 '에세이'로 이 코너를 소개한 것도 이런 분야의 글을 염두에 두었기도 했기 때문인데요, 출처가 없는 것은, 제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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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8. 09:58


  노희경 작가의 유명한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란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감정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을 말하는 것에 가까울텐데요, 충분히 돌려받지 못해서 받을 상처를 두려워하여 감정적으로 헌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에세이를 접했을 때 쯤, 처음 든 생각은 '올인을 하든말든 일단 연애를 해야...'라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 지금이랑 비슷한가요?)

에세이 전문이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hdbswl0&logNo=10117967876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와 [사랑은 떠나도 나는 남는다]의 간극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에세이가 말하는 것처럼 나를 다 던져서 사랑하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연애지침서들이 말하듯 내 일부만 내 주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그 의문은 꽤나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우물쭈물거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두 가지는 대척점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다 내주는 사랑을 하되, 내가 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게 필요했던 겁니다. 다시 말해, 내주지 말아야 할 것을 내주지 말아야, 줄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더 내줄 수 있는 것이더란 말이지요.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의 어떤 부분은 내가 해야 할 것을 남에게 전가함으로써 생깁니다. 흔히 혼자서 잘 사는 사람들이 결혼해도 잘 산다고 하지요. 이 말의 의미도 아마 그런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내 주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내 주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 질문은 나영이를 시작하게 된 모티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건가 저런건가? 난 잘 모르겠는데,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 라는. 그런 맥락에서 제 생각에 내 주어야 하는 부분이라면 역시, "두려워서 주지 못하는 모든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려워말고 그냥 내 줍니다. 좀 상처받거나, 좀 손해보더라도요.

 그렇다면 남에게 내 주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그건 아마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케어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건강한 자기애'라 해야 할까요.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지(혹은 사랑받지 못하는지)와 관계없이 사람에게는 내가 스스로를 사랑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에서도 채워질 수 없는 틈 같은 것이 있지요. 그게 바로 나밖에 채울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건 남에게 채우도록 내 줄 수도 없거니와 "내 주지 말아야 할 부분"인 거죠. 


 그러므로, 스스로 사랑해줘야 하는 부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로 잘못된 올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이냐? 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내가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하는게 더 좋을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저는 저를 좋아한다고는 하는데 잘해주진 않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할 일에서 자꾸 도망치게 만들고, 밥 제때 안 먹이고, 아픈 거 제때 신경쓰지 않아서 심하게 감기에 걸리도록 만들기도 하고요 ㅠ_ㅠ 헉, 당장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뭔진 몰라도 이건 아니라는 느낌.


 즉, 우리가 "남을 잘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이 "사랑하는 마음"만 잔뜩 가지고 있는 게 아니듯이, 실제적인 어떻게 해 주느냐가, 다시 말해 행동이 나와의 연애에서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놓고 또 생각하니, 이렇습니다.
 지금 누군가와 연애 중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책임은 멈출수가 없는 거구나.



 그러니, 연애를 하든 하지 않든,
 자신이든 타인이든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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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1. 03:55

 갑자기 악화된 몸상태로 급휴재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미리 원고를 준비하는 센스를 ㅠ_ㅠ 

 다음주부터는 수요일 모히토님의 코너처럼 변신을 꾀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셔요. 한 주동안 건강하고 즐거우시기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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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트위터 특집  (2) 2011.10.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25. 05:17


 최근 화제가 되었던 한 결혼정보회사의 남녀 직업별 등급표 혹시 보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의 직업등급표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는데요, 전체적으로 공부 잘 하는 여자는 얼굴 이쁜 여자 못 따라가고 얼굴 이쁜 여자는 팔자 좋은 여자 못 따라 간다는 말을 고대로 옮겨놓은 등급이더군요ㅎㅎ 반면엔 남성은 더 돈 잘 벌고 더 사회적으로 힘 있는 직업일수록 높은 비교적 단순(?)한 기준이더군요.

여자 1등급부터 3등급까지는 심지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닌 내용. 어이구 저런.

 
 하지만 특히 제 관심을 끈 부분은 "공무원 합격자" 등급 분류부분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같은 직업군이니까, 비교하기에 더 수월하기 때문인데요. 이 등급표에서 공무원 등급 분류는 크게 3~4가지로 되어 있는데 내용 별로 남녀의 등급 순서가 서로 다릅니다. 남성의 경우

7급공무원(검찰,국정원,국세청) 7급(지방직) 9급(법원,검찰,국세청,서울시) 9급 합격자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7급(지방직)  9급 공무원 7급(중앙직, 검찰,세무,국정원)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남자 1순위가 여자 3순위로 와 있는 것 보이시죠? 남성의 등급이 더 많은 재력과 권력에 따른 것이라고 했을 때, 여성은 그럼 어떤 순서를 따르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렇게 추론했습니다. 7급 지방직이나 9급은 역할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같은 내용을 처리하는 직업군입니다. 그러므로 7급 지방직과 9급은 연봉 이외에 업무 환경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순위의 차이를 보이는 7급 중앙,검찰,세무,국정원직은 급수는 같아도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커서 책임도 큰 업무, 말하자면 파워가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파워가 많은 직업은 일도 많지요. 그러니까 일 때문에 바쁜 아내는 싫다, 라는 것 아닐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추론이므로, 근거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밝힙니다.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보충,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확도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이 추론은 저를 상념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결혼정보회사의 기준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반영한 등급일테니 어느 정도는 사회의 수요를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제 추론이 틀렸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대기업 남편+7급지방직 혹은 9급공무원 아내"의 조합을 원하는 경우를 꽤나 보았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이 추론은, 평소 보아왔던 그 선호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 조합이 선호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 저 조합이 가장 효율적으로 살림(+육아)과 생계유지를 해 나갈 수 있는 조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통적 혹은 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은 육아와 살림을 맡아서 '보살핌'을 담당하고 남성은 주수입을 책임져서 '현실적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 분담이지요. 게다가 현대사회는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할 만큼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지요. 효율은 '모아주기'할 때 특히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본이 대기업에 집중되듯이 노동자의 시간도 회사일에 '집중'되는 쪽이 좋지요. 결국 근대적인 성역할과 현대사회의 분위기가 합쳐져 도출된 결론이 바로 "대기업 남편+공무원아내"의 조합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복잡하게 추론하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결론이 그닥 우리에게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말로 듣는 것과 저렇게 등급표를 만들어서 눈으로 보는 것은 실감도가 다르더군요. 그래서 "새삼" 그 현실을 진지하게 인식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왜 여자만 집안일을 해야되냐'라든지 '왜 남자만 돈 벌어와야 되냐'라는 건 아닙니다. 성 역할이 고정되는 것도 물론 문제지요. 하지만 저는 '분업'을 하는 것에 다소 불만이 있습니다. 왜 현실적 기반을 만드는 일과 보살핌을 하는 일을 나눠서 해야 하지요?

 물론 왜인지는 압니다. 현실에서 그게 효율적이라서 그렇지요. 분업은 효율적이라서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될까요? 도구적 이성만 사용하다 망한 게 현대사회의 폐해이지 않겠습니까. 말하자면 저 두 가지 역할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내용입니다. 또한 각각의 역할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성장시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물질적 기반이나 보살핌 둘 중에 한 가지만으로는 온전히 살아가거나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살짝 과장해서 말해보자면 그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었을 때 그 사람은 '온전한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독립된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전인적 인간'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역할 분업을 하는 모든 부부가 한 쪽은 돈 버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한 쪽은 현실적 기반을 마련할 능력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분업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각자 맡은 내용이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고 소중한 부분도 분명 있지요.

 그렇지만 밥 먹는 일을 내가 전담하고 공부하는 일은 네가 전담하면 너도 나도 배가 안 고프고 지식도 늘어나는 게 아니듯이, 한 주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을 나눠서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얼 하고 살아가는지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지요. 따라서 어떤 일만을 전담하게 되어있다면 그 쪽으로 편향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그러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쉬운 것이 사회의 대세를 형성합니다. 그러면 결국 그런 사회가 되는 걸 테지요.


 현실에서 역할 분담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문제들을 보면 자녀들과 정서적 교류가 없는 아버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이혼하지 못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등 개별적 차원의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가 갈 방향을 좌지우지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효율을 추구하여 경쟁에서 이긴, 보살핌보다는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한 남성(적 가치)들'이라면 결국 그 사회는 그런 남성의 가치관이 추구하는 방향의 형태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을 보살피는 것은 많은 부분이 개인적 차원의 책임으로 넘어간 것 같은'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이미 그 형태를 반영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제가 이것을 '단순한 선택과 취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저 제가 그것을 원한다면 저는 피를 쏟는 각오로 치열하게 일과 살림을 모두 해내는 기혼자가 되면 되는게 아니라는 거지요. 행복하고 인간다워지자고 하는 일인데 피를 쏟는 각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부터가 뭔가 문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남편도 아내도 그 두 가지를 다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그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러면 우리는 좀 덜 효율적이게 되고 좀 경쟁력이 떨어지고 좀 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대신에 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성장하게 되고, 전인적이게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ㅎ 그럴 수도 있겠네요.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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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8. 08:30


 유명한 미드 "Sex and the City"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자신과 너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연인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 그 연인을 소개하는 것은 꺼리는 사람의 이야기지요. 그리고 연인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좀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사람은 연인과의 관계는 유지하지만 끝끝내 사람들에게 소개시키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큰 그림에서는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함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요. 결국 이 에피소드는 숨겨진 정부취급을 받던 이 사람의 연인이 자신을 당당히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이 사람과 헤어지면서(정작 이 사람은 그 때 연인과 공개된 관계를 가지려고 할 때였죠)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것' 때문에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 건 나쁜 일일까요? 더 나아가서 그런 사람과 '숨겨진 관계'를 갖는 것은 나쁜 일일까요?

 누구나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조금씩은 고민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할 때 '내가 너무 속물인가?'라며 조심스럽게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려면 '속물'이 뭔지부터 제대로 정의하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속물'을 '나쁜 것'으로 바꿔본다면 저는 "No"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연애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결혼의 목적"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관계를 통해 얻고 싶은 것 중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다른 사람의 높은 평가'라면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되겠죠. (그게 연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므로 '그 사람이 가진 것'이 나에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오히려 옳은 선택이지요. 그러니 그 사람의 외부조건 때문에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로 인해 관계를 포기하려는 자신을 속물이라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계가 이미 정해진(미래를 기약하지 않는) '숨겨진 관계'를 갖는 것도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관계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 관계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이 없다면 말이지요.(하지만 그러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로 권하지는 않고 싶습니다. 그게 '관계'라면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요.) 


                                              샬롯도 처음 해리를 만났을 때, '숨겨진 관계'를 원했지만
                                                       결국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보세요.
 

 하지만 그 '숨겨진 관계'의 정체를 한 쪽만 알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A는 B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B는 그건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A에게 말하지 않고 계속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럴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단지 지금 당장은 문제가 안되고, A가 싫은 건 아니기 때문에 A가 미래가 있는 관계를 원하는 걸 알면서도 '숨겨진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건 나쁩니다.  이 관계에서 A는 속았으니까요.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여러 요소가 훨씬 애매할 거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A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B가 모를 수도 있고 그걸 지레짐작하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고요. A가 결혼하자고 말한 것도 아닌데, 너랑은 결혼 못할거 같아, 라면서 헤어지는 건 잘하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고요.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그럼 둘 다 괜찮다면 인간이 서로를 수단이나 도구처럼 이용하는 건 괜찮은가? 라는 윤리적인 논쟁의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요.
 
 칸트라면 안된다고 하고 공리주의라면 된다고 할 만한 '정의란 무엇인가'식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떤 안 좋은 일을 당한다는 것은 무척 화나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자신의 의지대로 할 기회가 있었는데, 누군가 사실을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아서, 그런 기회를 빼앗겨버렸다면,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상처받게 되었다면 그건 나쁜 일이죠. 기회를 빼앗은 사람이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그러니, 만약 제가 다소 '속물적'인가? 라고 고민할만한 이유로 누군가와 관계에서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는데 그 생각이 확고하다면, 그 관계를 끝내는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미래를 함께할 기약은 앞으로도 계속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재를 놓치기 싫어서 그 관계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그 상황을 상대방에게 알리겠어요. (물론 저라면... 그러고 싶어도 차라리 헤어지는 걸 선택할테지만요) 그게 틀림없이 상대방에게 달가운 소식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기회를 빼앗을 권리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만약 제가 상대방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 선택은 제 몫이겠지요.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할 지는 꽤나 분명합니다.ㅎ 칸트적이면서 공리주의적인 이유지요.  
 저는 목적으로 대우하고 대우받는 것이 좋거든요.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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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1. 09:45


 안녕하세요? 토실토실 살쪄가는 토끼고양이입니다.
 지난 주 포스팅은 휴재 공고였는데요, 앞으로의 포스팅을 주저하게 만드는 추천수에 반성해 보았답니다. 포스팅 방향에 대해 추천 건의해주신 직업현자님과 사과모히토님 감사드려요. (그런데 소설을 쓰는 건 너무 제 역량 밖의 일이라... 저에게 소설은 제 의지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ㅠ_ㅠ 그래도 언젠가 시도해보겠습니다.) '독자에게 여지를 주세요'라는 의견에 힘 입어

 오늘은 트위터 특집입니다. 

 저는 트위터라는 공간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저에게 트위터는 '생각'의 '조각'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고, 게다가 길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담게 되어 있으면서, 쓰여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팔로잉하고 있는 분들의 트윗 중에서 연애 혹은 관계와 관련해서 저를 느끼고 생각하게 했던 트윗들을 모아서 여러분께 몇 개 선보이려 합니다. 물론 리트윗을 허용한 트윗의 내용에 한해서 내용을 옮겼구요. 순서는 무작위적이며 선정도 무작위 적입니다. 모쪼록 여러분도 보시고 느껴보시고 생각해보시고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어때 보노보노 내가 갑자기 우니까 곤란하지? 곤혹스럽지? 내가 갑자기 잠들면 곤란하지? 그렇지? 다시 말해 자기의 감정대로만 행동하면 상대방은 곤혹스럽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는 거야." @bonobono_bot

 사랑은 식습니다. 오해말기를. 사랑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침착해지고 차분해진다는 뜻이지요.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 @kimsunwoo_bot

 스킨십이 심히 부족해지면 신체적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영양소 중 하나를 오랫동안 못 섭취한 느낌이라고 할까. @amil_frosti

 모든 부부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절대 사악하거나 잔인하지 않아요. 좋은 싸움은 건강하고 건설적이며, 결혼 생활에 평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원칙을 세워 줍니다. <앤 랜더스> @Medtronic_Korea

 인간 관계는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서로의 벽을 순간순간 사랑의 힘으로 잘 넘기려는 노력이 있어야 오래도록 바르게 유지된다._헤르만 헤세 @lampcafe

{언니의 독설}중.. 남자는 원래 감정표현 잘 못해.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얼마나 섭섭한지...그러니까 늘 뜬금없이 "날씨가 참좋네" 이따위 기상캐스터 같은 문자나 보내지.. 근데...부디 사랑표현 부족하다고 괜찮은 남자 걷어차지마!

결혼은 연애랑 달라. 남편은 나와 피와 살을 섞고 온갖 인생역경을 헤쳐나가는 사람이라고. 자그만치 60년이란 세월동안.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잘해보자고 말하는 그런남자, 밭 일궈서 열매를 수확하는 부지런한 농부같은 남자가 너한테는 필요해.
@artspeech

"여자는 무조건적 사랑에 약하고,  남자는 무조건적 존경에 약하다." @way_Tao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
 가. 그녀가 옳다
 나. 그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로-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78>>중에서_ 나는 이 책을 정기적으로 한번씩 읽는다. 웃기고 유쾌하다. ^^ @healing_editor
 
 사랑을 받기만 하는 인생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고 위험하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리아 라이너 릴케 @shs1177




by 토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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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4. 08:30


이번주 '나영이'는 휴재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주에는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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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27. 08:00


(오늘 포스팅은 매우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가치관'이란 "가치에 대한 관점.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세계나 그 속의 사상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라고 합니다.(from daum 국어사전) 그렇습니다. 가치관이란 세계에 대한 평가기준이자, 관점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으므로 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상당부분이 가치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가치관은 곧 그 사람 정체성의 일부이자 삶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가치관들이 존재하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전의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일 있지만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상대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는 존중받아야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의견차이로 대화를 나누다가 ‘그건 너와 나의 가치관의 차이야’라며 더 이상 이야기를 전개시키지 않기도 합니다. 종교나 정치문제로는 싸우는 게 아니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그것이 가치관의 문제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치관의 문제’가 ‘함께 살아가는 문제’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현실세계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자연히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의 문제’가 ‘함께 살아가는 일’에 문제를 발생시킬 경우, ‘그건 가치관의 문제야’라는 일종의 판단보류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제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연애’라는 ‘관계’가 ‘함께 살아가는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애에서 가치관의 차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연애를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사람은 가치관이 한 인간에게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이며 이미 형성된 각자의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는지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바꿀 필요 없이 처음부터 '나와 잘 맞는'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은 자기 한계만큼 타인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맞춰가기 위해 써야하는 에너지가 적게 들수록 관계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만나다가 그런 가치관의 차이에 부딪쳤을 때 ‘이건 가치관의 문제’라며 그냥 관계를 정리해버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관계라는 것이, 이미 나에게 잘 맞도록 정해진 것을 찾는 것이 전부라면, 관계가 힘들어지면 그냥 그만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자기의 한계를 넘는 힘든 관계를 질질 끌면서 고통 받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자기 마음의 한계를 무시하고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기 한계만큼 사랑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분명히 우리가 해야 하는 ‘노력’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노력’이 ‘관계’ 그 자체라고까지도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치관의 차이 문제에서 필요한 노력은 어떤 것일까요? 서로 다른 가치는 존중되어야 하므로 한 쪽의 가치를 다른 쪽의 가치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가치관을 결코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바뀔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만 보통 잘 바뀌지 않으니까요.) 제 생각에 그 노력은 우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치관의 차이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져볼 수’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그런 의미에서는 ‘더 이상 대화할 게 없는 문제’이겠으나 그래서 모든 대화가 중단된다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관계에서 해야 하는 노력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오히려 많은 대화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서로의 가치관을 바꾸거나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가치관의 문제’역시 바뀌기 어려운 것이나, 바뀌지 않는 것도, 바뀌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므로(내가 현재 지닌 가치관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대화(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무언가를 토론의 대상으로 삼을 때 목적은 성찰이지 이기고 지는 맹목적인 설득이 아닙니다.)


 

  결국 ‘가치관의 문제’는 판단 보류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살아가는 문제’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요지입니다.  이건 우리 생각이 서로 다른거니까, 어떻게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평생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려 살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은 그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가치관의 문제는 해결이 어려우니까요. 그런 노력 후에도 결국 함께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꽤나 높습니다.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도, 계란으로 바위를 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때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지프스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바위처럼 다시 떨어질 줄 알아도 밀고 올라가는,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잘 되지 않을 줄 알아도 끝까지 잘 되도록 노력해주는 마음. 사랑이 뭔지 말하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그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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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