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2. 08:30
왜나는너를사랑하는가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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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평 : ★★★★
한줄평 : 사랑은 '하는' 것이지만, 가끔은 '생각'해도 좋아요

* What's the story?
드디어 알랭 드 보통 입니다. 사실 오늘 페북에서 훈석님의 '알랭 드 곱빼기' 드립에 껄껄 웃다가 이 리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사실 저는 보통씨의 big fan은 아닙니다. 이거슨 말 그대로 개취입니다. 애니웨이, 이 책은 그가 고작 스물세 살일 때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지요. 사실, 이 책의 주제 자체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인류 제1의 관심사입니다. 바로 '사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놀라운 기적으로부터 점차 시들해지는 과정, 그리고 이별까지, 남녀의 심리와 그 메커니즘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인문학적 지식, 철학적 사유, 통찰력이 빛나는 책이죠!


* My story is..
저는 자타공인 '연애주의자'입니다. 그게 꼭 남자친구 없으면 뒤진다는(수준이 낮은 표현 죄송합니다) 뜻은 아니고 (솔직히 그것도 사실입니다만..) 그게 연인이든 친구든 연예인이든 누군가를 굉장히 열렬하게 좋아하고 있어야 행복을 느낀다는.. 뭐 그리고 '연애' 자체를 무척이나 즐기기 때문이죠. 최선을 다해서 뒤끝이 없는 열정적인 인간입니당.

그래서 저는 연애에 대해서 논하는 글들은 잘 읽지 않는 편이에요. (화요일의 연애칼럼 '나영이'는 성실히 읽고 있어요!) 연애 행위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이기도 하고, 케바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치만 고요하고도 독특한 일본 로맨스소설이나 달콤쌉싸름한 로코, 섹스앤더시티 같은 독한 연애사는 좋아하니, 이거슨 아이러니.. '연애시대'나 '내 이름은 김삼순'은 진짜 진리! 오늘은 기분도 센치한 것이.. 그냥 책 얘기는 쪼꼼만 하고 수다 좀 떨겠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가 해결책을 발명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대개는 무의식적인] 요구, 사람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 2 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빚어내며, 우리의 욕망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4p)

제 주변에도 수많은 연애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자기는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는 친구도 있고, 담담하게 인정하는 사람도 있죠. 각자의 이상형도 천차만별인데요. 친구 N양은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다정다감한 사람'이 좋다고 하더니 매번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에 빠지는 일관성을 보이는가 하면, H군은 소녀시대 태연양처럼 '애교많고도 털털한 스타일'을 이상형이라 하더니 진짜 고대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 즉 '이상형'을 빚어내긴 하지만 막상 그 외에도 수많은 우연들이 작용하죠. 사실 그렇잖아요. 100개의 조건 중 99개를 가지고 있어도 1개 때문에 안되는 인연이 있지만, 1개만 갖고도 99개를 잊게 하는 관계도 있고.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식이가 희진이 아닌 삼순에게 빠진 이유도 마찬가지겠죠. 드라마 아니냐구요? 주변에도 이해 안 가는 커플들 있지 않으신가요? 제 주변엔 많.. '뉴논스톱'에서 경림-인성 커플과 짱나라-구리구리 커플이 큰 인기를 끈 것도 판타지와 공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무튼 제 생각에 그 선후관계는 늘 케바케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 이상형과 정반대인 연인과 사랑에 빠지다가 후에 그에게 '이상형'이 되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조련 아닌 조련을 하기도 하고. 어쨌든 연애는 수많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만큼은 불변의 진리겠죠! 그리고 연애란 행위, 관계는 무지 정치적입니다. (그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돼요!)

서양 사상에는 결국 사랑은 보답받을 수 없는, 일방적으로 사모하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오래 되고 우울한 전통이 있다. 사랑이 보답받을수 없기 때문에 욕망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사랑은 방향일 뿐 공간은 아니다. 목표를 성취하면, '침대에서건 어떤 식으로건'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면 소진되어버린다. 12세기 프로방스의 음유시인들의 시는 모두 성교를 미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인은 되풀이하여 남자의 간절한 제안을 거절하는 여자에게 탄식을 늘어놓는다. 4백 년 뒤의 몽테뉴 역시 무엇이 사랑을 자라나게 하느냐에 대해서 그 시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몽테뉴는 말했다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는 것을 미친 듯이 쫓아가는 욕망밖에 없다" 아나톨 프랑스 역시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사랑하는 것은 관례적이지 않다"는 말로 같은 입장을 보여주었다. 스탕달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기초로 해서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드니 드 루주몽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가장 넘기 힘든 장애를 가장 좋아한다. 그것이 정열을 강하게 물태우는 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는 욕망을 정의상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으로 한정시켰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82p)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마르크스주의, 몽테뉴, 롤랑바르트가 등장했다고 해서 좀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별로 난해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무척 가깝게 느끼는 행위, '밀당'과 별 다르지 않은 이야기니까요. 사랑의 욕망을 소진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가 늘 존재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사랑은 방향일 뿐 공간이 아니란 이야기가 참 재수없으면서도 일견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원한 사랑'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냥 그래도, '우리 결혼했어요'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많은 시청자들은 각 커플에 자신들을 대입해보면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서인영 씨가..) 개인적으로 알신(알렉스-신애)커플에는 영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렸었나봐요. 그땐 알렉스가 너무 느끼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예쁜 노력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더 가까워지려고, 설렘을 잃지 않으려고. 물론 그런 노력이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역시 '우결'이죠? 실제 커플인 황정음-김용준 커플입니다. 소녀시대 무대의상을 예쁘게 차려입고 엘리베이터의 매층마다 춤을 춰주는 정음씨! 제가 봐도 너무 예쁘더라구요. 남자 쪽이 확 빠질 수밖에 없는 이벤트 중 이벤트였어요. 이처럼 뻘쭘하고 영 어색한 커플 초기에도, 서로 집에 수저가 몇 갠지 빠삭하게 아는 오래된 커플 사이에도 노력은 늘 필요합니다. 그게 꼭 이벤트가 아니라도요.

그녀는 낭만적인 것을 비웃는 데다, 감상적인 것을 배격하는 데에,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고 거리감을 보이는 데에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정반대였다. 이상주의적이고, 몽상적이고, 베풀려고 하고, 입으로는 질질 짜는 것이라고 배격하는 모든 것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71p)

그러고보니 온통 다른 이야기들을 했네요. 원래 제 얘길 좀 나누고 싶었는데! 그래서 알려드리는 저란 인간.. 바로 위 부분은'공감'의 부분입니다. 과거의 모습입니다만.. 간지러운 것은 피하려고 하고 그 '쿨함'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뭐 차도녀까지는 아니어도 그랬어요! (* 아래 그림은 네이버 웹툰 '삐뚤빼뚤해도 괜찮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이상형 찾기' 어플을 갖고 놀다 남자친구랑 나눈 이야기인데요.. 사귀기 한참 전에 남자친구가 "애교가 짱이지~"라고 할 때마다 제가 "난 애교 한 개도 없는데?"라고 했거든요. 남자친구는 속으로 '어쩌라고'라고 했다지만.. (이 자식이?) 지금 저는 진짜 '토할 것 같은 애교의 대명사'에 다름없습니다. 남자친구도 상남자 st 인데 저보다 더 심해요.. 인생이 참 그렇더라구요 ㅋㅋㅋㅋ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이전과는 영 다른 모습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민망돋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도 씬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헛소리만 지껄인 이번 포스팅이 민망해서 마지막은 보통씨의 인터뷰로 대신할게요.

한국이 보여줄 새로운 사랑의 방식은?

작가로서 나는 사랑이란 주제에 매력을 느낀다. 당연히 이것은 내가 한국의 지인들과 토론하고 싶었던 분야다.(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솔직하고 개방적인 통찰을 전해준다) 한국인들의 감성(heart)은 서구의 낭만주의(Romanticism)와 아시아의 유교적 전통 사이의 교차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는 한국 문화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하곤 한다. 유교의 가르침은 가족을 개인적 성취보다 중히 여기고, 의무를 성적인 쾌락에 우선시하며,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을 앞세우라고 한다. 낭만주의는 완전히 상이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감정적 친밀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구인들은 (꽤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천생연분(soul mate)을 만날 때까지 여러 사람과 사귀어보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성적인 측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혼이 해결책이 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유교든 낭만주의든 제도 자체는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두 가지를 섞으려 할 때 생긴다. 낭만주의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필요로 한다. 개개인은 ‘성적인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쉽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결혼관계를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유교적 전제조건은 이렇다. 여성은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 남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가장이며, 집안일을 도울 필요도 없다. 부부 사이에 감정적 거리가 있더라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혼은 최후의 수단이다. 나는 내 한국인 친구들이 두 가지 가치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결과적으로 두 기준의 불합치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이유도 있다. 동과 서, 옛것과 새것 사이의 긴장으로부터 사랑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서구 세계는 사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많다. 아마도 한국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a new nuanced attitude)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 출처는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 입니다. 알랭 드 보통의 '내 사랑 한국인들에게'란 기고이구요. 위 글은 오늘의 주제와 어울려서 발췌한 부분이구요, 전문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요기 링크를 타세요! → http://news.donga.com/3/all/20111007/40929595/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2. 04:35












(제가 그린 건 아니어요;;)





유수입니다. 오늘 7화를 올리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휴재 공고를 올립니다..
말이 좋아 휴재지 펑크..입니다.ㅠㅠ

다음 주엔 꼭 7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ㅠㅠ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1. 23:36


홍상수의 자유로운 붓질, 북촌을 그려내다.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2011 / 한국)
출연 유준상,김상중,송선미,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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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미술학도를 꿈꾸던 내게 커다란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채화였다. 4B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정갈하게 스케치를 하고 빛의 방향을 파악해서 명암을 넣는 과정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채색단계,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을 덧칠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은 엉망이 되어버리곤 했다. 너덜너덜해진 스케치북과 온갖 색깔로 뒤범벅이 된 팔레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학원 선생님께 “물 조절을 잘 못해서 그런가 봐요. 라면도 그래서 잘 못 끓이거든요, 하하.”라며 어색한 변명을 던졌다. 그 해 나는 미술학원을 그만두었다.


‘북촌방향’은 내게 잘 그린 수채화 같은 영화다. 무겁지 않은 샷들이 겹겹이 쌓이고 교차하고 여백을 만들며 어느 한 공간을 채워나간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무엇부터 색칠했는지는 알 수 없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인 덩어리만이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불확실성과 우연성으로 점철된 홍상수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북촌방향’이란 수채화는 아마 추상화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영화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은 친한 형인 영호(김상중)를 만날 겸 서울 북촌으로 온다. 한정식 집과 술집을 오가며 성준과 영호가 어울리는 자리에는 성준의 첫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인연이 있는 중원(김의성), 영호의 후배 보람(송선미) 등이 동석한다. 성준은 옛 여자 친구 경진과 꼭 닮은 술집주인 예전(김보경)에게 끌려 하룻밤을 보낸다. 간단한 서사지만 각 에피소드가 연결되고 축적되기 보다는 토막토막 난 시간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다르게 느껴진다.


성준은 홍상수의 남자답게 적당히 찌질한 속물이다. 불안함과 예민함을 고루 갖추고 우유부단한 면모도 보이는 그는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이자 1인칭 서술자이다. 그래서 ‘북촌방향’ 속을 흐르는 시간은 그의 기억과 상상과 착각과 회상이 뒤엉켜 있다. 흑백영화란 영화적 장치도 정확한 시간의 분절보다는 밤낮의 반복으로 시간을 변주한다. 또한 ‘북촌’이란 공간적 배경 또한 명확한 경계가 없으며, 김보경의 1인 2역 또한 불분명한 캐릭터란 점에서 영화의 흐름과 상통한다. 시간, 공간, 인물 등 흔히 명확성이 요구되는 요소들에게서 경계를 지워냄으로써 ‘북촌방향’은 일종의 자유로운 에너지, 즉 가능성을 획득하게 된다. 홍상수의 자유로운 붓질이 그려낸 투명하되, 불투명한 수채화인 것이다.


‘북촌방향’ 속 이야기가 일종의 비연속적 반복이었다고 보면, 그 대상을 확장하여 홍상수의 전작들과도 일종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옥희의 영화’나 ‘하하하’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다 멈추고 끊겼다가 이어지는 방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지닌다. 북촌으로 향하는, 짧다면 짧은 79분의 러닝타임 속에서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가끔은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 이야기들 속에 우리는 팝콘을 안주로 편하게 즐기는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느낀다. 당황스럽지만 즐거운 사유의 기쁨을 만끽하며, 오늘은 북촌으로 가고 싶다. ‘소설’에 들러 술 한 잔 걸치면 딱 좋을, 바람이 쌀쌀해진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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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1. 09:45


 안녕하세요? 토실토실 살쪄가는 토끼고양이입니다.
 지난 주 포스팅은 휴재 공고였는데요, 앞으로의 포스팅을 주저하게 만드는 추천수에 반성해 보았답니다. 포스팅 방향에 대해 추천 건의해주신 직업현자님과 사과모히토님 감사드려요. (그런데 소설을 쓰는 건 너무 제 역량 밖의 일이라... 저에게 소설은 제 의지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ㅠ_ㅠ 그래도 언젠가 시도해보겠습니다.) '독자에게 여지를 주세요'라는 의견에 힘 입어

 오늘은 트위터 특집입니다. 

 저는 트위터라는 공간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저에게 트위터는 '생각'의 '조각'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고, 게다가 길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담게 되어 있으면서, 쓰여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팔로잉하고 있는 분들의 트윗 중에서 연애 혹은 관계와 관련해서 저를 느끼고 생각하게 했던 트윗들을 모아서 여러분께 몇 개 선보이려 합니다. 물론 리트윗을 허용한 트윗의 내용에 한해서 내용을 옮겼구요. 순서는 무작위적이며 선정도 무작위 적입니다. 모쪼록 여러분도 보시고 느껴보시고 생각해보시고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어때 보노보노 내가 갑자기 우니까 곤란하지? 곤혹스럽지? 내가 갑자기 잠들면 곤란하지? 그렇지? 다시 말해 자기의 감정대로만 행동하면 상대방은 곤혹스럽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는 거야." @bonobono_bot

 사랑은 식습니다. 오해말기를. 사랑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침착해지고 차분해진다는 뜻이지요.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 @kimsunwoo_bot

 스킨십이 심히 부족해지면 신체적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영양소 중 하나를 오랫동안 못 섭취한 느낌이라고 할까. @amil_frosti

 모든 부부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절대 사악하거나 잔인하지 않아요. 좋은 싸움은 건강하고 건설적이며, 결혼 생활에 평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원칙을 세워 줍니다. <앤 랜더스> @Medtronic_Korea

 인간 관계는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서로의 벽을 순간순간 사랑의 힘으로 잘 넘기려는 노력이 있어야 오래도록 바르게 유지된다._헤르만 헤세 @lampcafe

{언니의 독설}중.. 남자는 원래 감정표현 잘 못해.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얼마나 섭섭한지...그러니까 늘 뜬금없이 "날씨가 참좋네" 이따위 기상캐스터 같은 문자나 보내지.. 근데...부디 사랑표현 부족하다고 괜찮은 남자 걷어차지마!

결혼은 연애랑 달라. 남편은 나와 피와 살을 섞고 온갖 인생역경을 헤쳐나가는 사람이라고. 자그만치 60년이란 세월동안.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잘해보자고 말하는 그런남자, 밭 일궈서 열매를 수확하는 부지런한 농부같은 남자가 너한테는 필요해.
@artspeech

"여자는 무조건적 사랑에 약하고,  남자는 무조건적 존경에 약하다." @way_Tao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
 가. 그녀가 옳다
 나. 그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로-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78>>중에서_ 나는 이 책을 정기적으로 한번씩 읽는다. 웃기고 유쾌하다. ^^ @healing_editor
 
 사랑을 받기만 하는 인생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고 위험하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리아 라이너 릴케 @shs1177




by 토끼고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명제 뿐이라고 생각. 태클 환영.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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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0. 08:30


 

플라멩고 투우 빠에야와 치즈와 당도가 높은 과일, 한 입에 들어오는 바게트, 그리고 건축가 가우디 - 
스페인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Volver' 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로, 나쁜 교육, 그녀에게, 나 없는 내 인생, 브로큰 임브레이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리고 2011년 최신작 The skin I live in 내가 사는 피부 까지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연출과 소재로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한 번 보자마자 그야말로 푹 빠져서 네 번 , 다섯 번을 보고 처음으로 구매한 DVD이기도 해요.


스페인 특유의 강렬한 색채의 조합, 배우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 까지 -
하나 하나 뚜렷하게 다가온 영화여서 
제 머리속의 스페인 구역(?)에는 Volver가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사람 이라고 불리우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히 이 영화는 주인공이 모두 여성, 엄마와 딸,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와 옆집에 사는 이웃 모두 여자를 초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Volver의 뜻은 귀향 입니다. 여성들이 여성으로 귀향하는 영화다- 라고 해석한 분들도 있더라구요.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이 그야말로 제대로! 발산했던 부분은 식당을 하는 라이문다 - 페넬로페 크루즈- 가 손님들의 파티 중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제가 봤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작품은 (귀향 이전의 작품은 다 보지 못해서 다소 의견이 편파적일수도 있습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 바닐라 스카이, 블로우와 빨간 구두였는데 예쁘고 작은 스페인 여자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생을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한숨을 쉬며 소소한 거래를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빠르고 시끄럽게 스페인어를 말하면서 딸을 끌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여자- 감독의 지시로 일부러 가슴과 엉덩이에 패드를 넣었다고도 하는데, 굳 잡 페드로 감독님... 이 아니라 그런 여자의 모습이 작은 체구에 가는 목을 가지고 있지만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에 딱 맞아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다음 장면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 크루즈가 실제로 부른 건 아니지만, 연기와 립싱크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페넬로페 크루즈가 불렀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 장면은 플라멩고 가수 Estrella Morente 가 불렀다고 해요.



Yo adivino el parpadeo
나는 상상하네
de las luces que a lo lejos,
먼 곳으로부터 내 귀향을 반기는
van marcando mi retorno.
빛들의 명멸을


Son las mismas que alumbraron,
고통의 시간 깊숙한 곳에서
con sus palidos reflejos,
그 빛들은 여전히 빛나네
hondas horas de dolor.
주변을 창백하게 비추며


Y aunque no quise el regreso,
나는 귀향을 원치 않았지만
siempre se vuelve al primer amor.
너는 항상 그 첫번째 사랑을 반기지


La quieta calle donde el eco dijo:
메아리가 말하는 고요한 거리
"Tuya es su vida, tuyo es su querer",
"너가 가진 것은 그녀의 삶이고 사랑이야"
bajo el burlon mirar de las estrellas
별들의 조롱 섞인 응시 아래에서
que con indiferencia hoy me ven volver.
무관심과 함께 오늘 나는 돌아온다


Volver,
돌아가네
con la frente marchita,
활기없는 표정을 한 채로
las nieves del tiempo
시간의 폭설은 나의 그 신전을
platearon mi sien.
하얗게만 만들었네


Sentir, que es un soplo la vida,
인생이란 바람이 한 번 부는 것이라고,
que veinte anos no es nada,
20년이란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que febril la mirada
그림자 속에서 방황하는
errante en las sombras
그 흥분한 눈길이 널 찾고
te busca y te nombra.
너를 부른다는 것을 느끼네
Vivir,
살기 위해,
con el alma aferrada
날 다시 눈물짓게 만드는
a un dulce recuerdo,
내 달콤한 기억속에 살고 있는
que lloro otra vez.
그 영혼과 더불어 살기 위해.


Tengo miedo del encuentro
내 인생과 맞서기 위해
con el pasado que vuelve
되돌아 오는 과거와의 조우를
a enfrentarse con mi vida.
나는 두려워 하네


Tengo miedo de las noches
내 꿈에 족쇄를 채우는
que, pobladas de recuerdos,
기억들로 가득 찬 그 밤들을
encadenan mi sonar.
나는 두려워 하네


Pero el viajero que huye,
머지않아 도망가는 그 여행자는
tarde o temprano detiene su andar.
그의 발걸음을 멈추네


Y aunque el olvido que todo destruye,
모든 것을 파괴하는 망각이 나의
haya matado mi vieja ilusion,
오랜 꿈들조차 부쉈을지라도
guarda escondida una esperanza humilde,
나는 내 가슴 속에 유일하게 남겨둔
que es toda la fortuna de mi corazon.
초라한 희망을 영원히 숨겨놓을 거야


Volver,
돌아가네
con la frente marchita,
활기없는 표정을 한 채로
las nieves del tiempo
시간의 폭설은 나의 그 신전을

platearon mi sien.
하얗게만 만들었네


Sentir, que es un soplo la vida,
인생이란 바람이 한 번 부는 것이라고,
que veinte anos no es nada,
20년이란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que febril la mirada
그림자 속에서 방황하는
errante en las sombras
그 흥분한 눈길이 널 찾고
te busca y te nombra.
너를 부른다는 것을 느끼네
Vivir,
살기 위해,
con el alma aferrada
날 다시 눈물짓게 만드는
a un dulce recuerdo,
내 달콤한 기억속에 살고 있는
que lloro otra vez.
그 영혼과 더불어 살기 위해.

(번역 출처 : Attila Marcel )



귀향, 돌아온 그 곳- 에 대한 이야기,
여자들의 이야기, 삶과 죽음의 이야기,
그리고 곳곳에 잔잔히 배어있는 순수한 유머의 이야기가 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 Vovler
스페인의 노래였습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0. 00:53



이 분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먹먹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맑고 순수한 미성! 아직도 소년의 느낌이 남아있어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기도 하고. 무지 덤덤하게 노래하시는데, 노랫말도 담백한데, 뭔가 진심이 짠-하게 느껴지고.


어릴 적, 컴퓨터 슈퍼마리오 게임에 심취돼있을 때 엄마께서 "어떤 사람은 게임을 하다 마법의 성 같은 노랠 만들었다던데 너는 뭐하는거냐"고 하시면서.. 정확한 의미에서 엄친아는 아닌데 진정 엄친아스런 존재셨던 것 같아요, 더 클래식은.. 무튼 컴퓨터 게임에 영감을 얻었다는 전설 아닌 레전드(ㅋㅋㅋ) 다들 아시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입니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제가 너무 급 센치해졌네요. 무튼 엠넷의 슈퍼스타K 세번째 시즌, 버스커 버스커와 투개월, 헤이즈까지 김광진 씨의 동경소녀, 여우야, 연애를 선택하고 부르면서 또 한번 주목을 받았어요. 특히 동경소녀는 너무너무 좋아요, 으악! 한편 김광진 씨는 시골의사 아재가 하시던 경제포커스 후임이 되셨죠? 미성으로 전하는 경제이야기라니! 무튼.. 능력자 중 능력자십니다.


그리고 오늘 모셔온 유투브 영상은 바로 오늘, 지금, 이 가을밤에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입니다. 바로 김광진씨의 명곡 '편지'인데요. 나가수의 BMK 언니, 슈스케3의 이정아 양이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무지 유명한 곡이죠. 역시 원곡의 매력이 甲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역시 원조가 최고여!

이 노래는 또- 김광진 씨의 연애담이 오롯이 담겨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도 유명해요. 김광진 씨와 부인 되시는 분이 연애하실 당시, 여자분의 부모님께서 거세게 반대하셔서 여자분이 어쩔 수 없이 선을 보시게 되셨대요. 상대는 여러모로 무척 괜찮은 남자분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김광진 씨는 화가 나서 그 남자분을 찾아가게 되는데요, 막상 남성분을 만나자 오히려 여자분을 잘 부탁한다며 돌아서게 됩니다.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여자분께서 김광진 씨를 선택하게 되고.. 그녀의 답을 기다리던 남자분은 그녀에게 연락이 없자, 자신이 아닌 김광진 씨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한 장의 편지를 그녀에게 남기고, 그 편지가 바로 우리가 아는 '편지'의 모티브가 된 거라고 해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떠올리며, 각자 간직한 옛사랑의 슬픔에 센치해져도 좋고,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주세요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8. 08:30

아무것도 묻지말고 그냥 클릭하세요.
고작 1분이에요.



짜릿하지 않으신가요?
3명의 남자가 2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44일동안 18번의 비행기를 타고 11개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영상입니다.

누구나 이런 여행을 꿈꾸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살면서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않나요?

이 동영상을 보고 문득 훌쩍 떠나고싶은 마음이 생기신 분들이라면 아래의 나머지 두개도 클릭.






오늘은 여행의 짜릿함을 이렇게나마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miss톡이었습니다 :)
동영상의 등장인물이 훈남이라서 그런건 아니에요! ㅋㅋ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6. 10:14
야구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포스팅이다. 
참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혹시나 틀린것이 있으면 가리지않고 거칠게 지적해주시길 바란다.
나도 뉴비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해도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투수다.
모든 플레이는 투수로부터 시작된다. 투구가 타석을 향해 공을 던지면,
심판으로부터 안타, 스트라잌, 볼, 파울 이 넷 중 하나의 판결이 떨어진다.
투수의 제1 목표는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판정받는것이다.

1. 스트라이크

투수는 일단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던진다.
스트라이크 존이란 타자가 공을 칠 수 있는 범위를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홈 플레이트의 폭,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무릎부터 바지상단과 어깨의 중간부분 까지의 높이의 구역이다.
이해하기 쉽게 사진을 첨부한다. 



저 공간을 통과해 포수의 미트에 공이 들어갔을 때, 그때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일반적으로 '좋은 투수'란 스트라이크 존에서 가장 타자가 공을 치기 어려운 자리인
스트라이크 존 선위에 공을 집어넣을수 있는 제구력(공을 의도한 위치에 정확하게 넣는 능력)과
빠른 구속을 동시에 지닌 선수를 뜻한다.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구석에 공을 꽂아 놓았을 경우, 그만큼 타자가 공을 깨끗하게 쳐낼 확률이 적어진다.
그러면 헛스윙을 하거나 공을 쳐 내도 수비수에게 잡히기 쉬운코스의 타격이 나온다는 것이다.
투수가 공을 던졌을 때,스트라이크가 들어왔고 심판이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면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나타내는 일정한 모션을 취한다.
공이 포수미트에 들어갔을때 심판이 무언가 모션을 취한다면, 그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된다.
한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세번 판정받게 된다면, 그 타자는 아웃된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세번 얻어내면, 타자는 타석에서 아웃된다.
이것이 '삼진아웃'이며 투수에겐 최고의 순간이 되는것이다.



한국 최고의 투수 류현진의 한경기 최다삼진 영상을 첨부한다.

 
2. 볼

 볼은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공간으로 공을 던지고, 던진 공을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을 경우 
심판이 내리는 판정이다. 일반적으로 타자가 칠 수 없거나, 치기어려운 공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가 아니다.
볼을 네번 판정받게 되면, 타자는 골짜로 1루에 갈수있는 권리를 얻게된다.
투수가 던진공이 볼 판정을 받게 됐을때는 심판이 아무런 모션을 취하지않는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그 공이 포수의 미트로 들어갔을때 심판이 아무런 모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볼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볼은 던지면 안되는가? 그렇지 않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적절한 배합으로 볼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타자가 헛스윙을 하게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공이 향하는 방향은 스트라이크 존이지만, 공의 궤적이 변해 타자를 속이는 볼이 나올수도 있다.
좋은 볼이 던져졌을때 타자는 그 공에 속아 헛스윙을 하게된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적절한 배합이 좋은투수의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좋은 '볼'의 예인 동영상을 첨부한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가다 바닥으로 뚝 떨어져 타자가 속아 헛스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볼'은 타자에게 좋은 것일수도 있지만 투수에게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5. 08:30










일주일간 잘 지내셨나요? 수요일마다(가끔 목요일에도..ㅠㅠ) 찾아뵈옵고 있는 유수입니다.

이제 바람에서 겨울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감기 걸린 분들은 없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몸은 건강한데 마음 속이 복잡하군요!

'진작에 이것저것 배워놓을 걸..'하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왜 인문계열 졸업생은 많이 안뽑는거야 왜왜왜왜왜왜 하하하하하흐핳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제가 취업 시즌을 맞아 이리저리 자리를 알아보는 건 다 생존을 위한 일이겠지요?^^;

대학 4년 큰 돈 들여서 졸업하려는데 막상 저를 받아주겠단 곳은 얼마 없으니 제가 참 잔혹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정이 이렇고 하니... 오늘은 20세기 100년의 세월 중 가장 잔혹했던 시절을 살아간 어느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담은 작품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만화는 미국의 전위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의 '쥐' 입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쥐> 1,2권의 표지입니다.
미국에선 1986년에 1권이 발표되었구요.
퓰리처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1권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도 번역판이 나와 있습니다.
교육적인 내용 덕분에 대학 도서관에도 있을 확률이 큽니다.

만화 포스팅 올릴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만화책도 사서 봐주세요. 아니 만화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요.
책을 사서 보면 어려운 출판사들을 도울 수 있을뿐더러
특히 만화책을 사서 볼 경우 '에이 만화책 같은 거 뭐하러 돈 주고 사서 봐'라고 생각하는 절대 다수의 범인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없어도 그만인 장점)
 
서점에도 많이 있습니다. 7500원이네요. 인터넷으로 사면 더 싸구요.
커피 두 잔 정도 안마시면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어차피 요새 대여점도 다 망해서 못 빌려볼걸요.
다운받으면 된다고? 이런 ㅆ...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사진입니다.
작품 속에 작가의 아버지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사진이 한 장 나오는데요.
그 사진을 보고 나서 이 사진을 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생김새가 참 많이 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김새는 비슷한 부자지간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 컴퓨터 게임과 만화 속에 파묻혀 산 아들과
20세기 초반 유럽 사회에서 인생의 전반기를 보낸 아버지 사이의 사고방식 차이에서 기인한 감정의 골이 깊었다고 하네요.
만화가인 아들이 그린 아버지의 생존 이야기인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자체가 두 사람이 화해해 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

 
 





 

작품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은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입니다. 1906년에 폴란드의 유태인 가문에서 태어나 직물을 사고 파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던 청년이었죠. 벌이도 괜찮고 (블라덱 본인의 증언에 의하면) 외모도 괜찮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촌누이의 소개로 유태인 재벌의 딸인 아냐 질버베르그와 결혼하여 첫 아들 리슈를 낳고 살던 중,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말로 다 못할 고생을 겪게 됩니다.

그 고생이 단순히 그가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겪게 된 것이 아닐 거라는 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죠?  유태인인 블라덱과 그 가족들은 흔히 홀로코스트라 불리는(쇼아Shoah라 지칭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하네요.)나치의 유태인 박해의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가족과 친척들 대부분은 모두 그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죽거나 그 전에 이런저런 일로 목숨을 잃었어요. 그의 아버지, 누나, 남동생, 장인장모.. 끝내는 첫 아들인 리슈까지두요. 작품의 1권은 블라덱과 그의 아내 아냐가 수용소행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숨죽여 도망다니는 이야기를, 2권은 끝내 게슈타포에 사로잡혀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블라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기록'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작가가 그의 아버지의 증언을 그대로 녹음하여, 이를 8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시각화한 것이 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니 이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어요. 일단 이 포스팅에선 이 얘기는 잠깐 빼놓고 가기로 해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수용소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수용소 유니폼을 갖춰놓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 있어 거기서 찍은 거라고 하네요.
어휴 저같으면 저 줄무늬 옷 꼴도 보기 싫을텐데.. 기념 사진을 찍다니 예사 사람이 아닙니다 참...










수용소에서 신체검사를 받던 일을 재연하고 있는 블라덱.
이 만화에서 유대인은 쥐의 모습으로, 독일인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적절한 비유지요?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도 인정하듯, 블라덱 슈피겔만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것은 운이 대단히 잘 따라준 이유도 크지만, 그가 위기의 순간마다 대담하고도 약삭빠르게 그것을 피해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서두에 나오는 블라덱의 연애사에서나, 게토에서의 삶을 보면 그가 대단히 꼼꼼하고 두뇌가 유연한 사람임을 알 수 있고, 때로는 너무 계산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어 속물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렇게 살아남은 블라덱은 종전 이후 '살아 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 블라덱 슈피겔만의 성격과 그가 겪은 고생들.. 그리고 놀라운 수완으로 위기를 벗어난 순간들을 그림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냉철한 사업가에서 수전노로- 블라덱 슈피겔만은 어떤 사람인가요?




블라덱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위 장면은 블라덱이 처음으로 약혼녀 아냐의 집에 초대받은 날, 아냐의 벽장 속에서 약을 발견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기는 장면입니다.
작품 전반에서 블라덱은 놀랍도록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그의 그런 성격은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위의 장면처럼 약혼녀의 모든 것을 철저히 알아내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사실 그에게는 아냐를 만나기 전부터 교제하고 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자가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지참금을 가져올 수 없자 냉정하게 차버린 것도 그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블라덱은 뛰어난 장사 수완을 타고 난 인물이기도 합니다. 위 장면은 종전 후 스웨덴에 잠깐 머물렀을 때 무작정 유태인 소유의 백화점에 찾아가 거래를 튼 블라덱이 그려진 장면인데요, 젊었을 때 직물 거래로 먹고 산 이력이 있어서인지 아무도 팔지 못한 물건이라도 손쉽게 팔아치워버리는 솜씨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러한 그의 장사 솜씨는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되지요.





 



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무엇이든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던 수용소 생활의 여파 때문인지 샛노란 구두쇠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위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그러한 성격을 작가가 얼마나 지긋지긋해 하는지 알 수 있죠ㅋㅋ









블라덱은 아냐가 갱년기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폴란드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말라라는 여성과 재혼 합니다. 하지만 블라덱의 지나친 결벽과 인색함 때문에 불화가 끊이지 않죠. 생활비로 한달에 50달러라니..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 50달러면 지금 돈으론 얼마인가요? 아무리 높게 잡아봐야 한달 살림엔 턱없이 모자라겠네요...






이렇듯 나이가 들어선 남들과 함께 살기 불편한 성격이 되고 말았지만.. 젊은 시절 그의 명석함은 그와 아내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수용소 안에서 그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살아 남았는지 살펴볼까요?





 












"뭐든 할 줄 아는 게 좋은 거란다" - 블라덱 슈피겔만의 파란만장 생존기






 

 

 

 













제 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시작된 후부터 블라덱 슈피겔만의 고생길이 훤히 열리기 시작됩니다. 폴란드군으로 참전한 그는 교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포로로 잡힌 그는 춥고 배고픈 포로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야하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머리 회전 빠른 블라덱답게 가만이 앉아서 구더기가 자기 살을 파먹는 것을 보고만 있진 않았어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집안 친구를 친척으로 위장시켜, 다른 포로들보다 손쉽게 귀향 티켓을 얻어냅니다. 폴란드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독일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폴란드인으로 위장하기도 하죠. 만화에선 쥐인 블라덱이 돼지(폴란드인을 돼지로 치환했네요)가면을 쓴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 게토를 하나하나 소개시켜 그 안에 갇혀살던 이들을 절멸 수용소로 보내기 시작하자, 블라덱은 집 지하실에 교묘한 비밀 벙커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 벙커에서 지내다 독일 경비병과 접촉한 이들이 그들과 계약을 맺어 돈을 주고 게토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는 솔깃한 소식을 들어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결국 끝까지 독일 경비병을 믿지 않았던 블라덱이 옳았죠. 이렇게 그는 자신의 신중함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뭐든 할 줄 아는 게 좋은거야" 이번 포스팅의 제목은 이 페이지의 대사에서 따왔습니다. 게토의 작업장에서 신발 수선법을 배워둔 블라덱은 아우슈비츠에서 그 기술을 긴요하게 써먹게 됩니다. 어릴 때 잠깐 배웠던 함석 제련 기술로 함석장이 일을 하던 블라덱은 신발 수선 역시 배워둔 덕에 위험한 작업장을 떠나 자신만의 수선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덕에 아냐에게 몰래 건내줄 빵 따위를 모을 수도 있게 되죠.  





 



 


블라덱의 고난은 오히려 수용소를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나치는 수용소에 있던 유대인을 모두 독일 본토로 데려와 전부 죽여 자신들이 절멸수용소를 운영했던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하죠. 그들은 꼭 본토까지 데려가서 죽일 생각은 없었던지 유대인들을 가축 수송용 열차에 빽빽히 태워 독일까지 데려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저절로 죽어가길 기다린 듯합니다. 열차 한 칸에 200명씩 들어찬 생지옥에서 블라덱은 담요를 갖고있던 덕에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어요. 














영어를 배워두었던 것도 포로 수용소에서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궁리를 해 체력을 유지했지만 블라덱은 곧 티푸스와 당뇨를 한꺼번에 앓으며 한동안 사경을 헤메게 됩니다. 결국 병이 낫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 아냐와 재회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죄의식의 대물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다 떠나고...결국 남은 건 사진 뿐이란다."




지금까지 블라덱의 수난기를 살펴보았는데요, 부디 이 글을 읽고 제가 블라덱과 같이 재주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을 칭찬하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을 힐난하고 있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절대로! 그건 제가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고, 또 이 작품의 작가 또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거예요. 왜냐하면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이 이 만화를 발표한 것은, 과거의 희생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자로서의 자신의 죄의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되거든요.

작품은 쇼아의 생존자이자 동시에 그 피해자인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이 생존자로서의 죄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진짜 생존자'인 자신의 아들, 작가에게 대물림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라덱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 특별히 선해서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민족을 위한 어떤 사명을 띄고 살아남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저 그는 운이 억세게 좋았고, 살기위해 거짓말을 하고 뇌물을 바치고, 같은 동포의 비명을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며 살아왔기 때문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거라고, 블라덱은 생각했을 거예요. 이러한 생각을 하면 그는 동포들이 왜 그런 죽음을 맞아야 했는가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그의 아들인 작가에게 넘겨지고, 작가 역시 그 대답을 알지 못했을 것이구요. 작중에서 역시 쇼아의 생존자로 등장하는 그의 정신과 의사가 말하듯, '그저 깊은 슬픔을 느낄 뿐'이었겠지요.


그래서 이 만화는 블라덱의 과거사를 다룬 내용과 현재 그와 그의 아들의 불편한 관계를 묘사한 내용이 솜씨좋게 엮여나가는 구조의 플롯을 가지고 있어요. 이 작품이 발표와 동시에 엄청한 찬사를 들은 이유는 수용소의 희생자에 대한 내용을 재현할 뿐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밀도있게 그려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날카롭게 '현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차마 말로 다 못할 학살이 일어난지 반세기가 지난 20세기 말, 그 상처를 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할까요? 작품은 사무엘 베케트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조금은 허무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말은 침묵과 무위에 묻은 불필요한 얼룩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5. 08:20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수요일 아침을 여는 사과모히토 입니다. 턱관절 장애와 만성피로 등등으로 고생고생 한 일주일이었어요. 오늘은 여고괴담 뉴버전을 꿈으로 꾸는 바람에 잠을 설쳤습니다. 흐엥 지금 정말 괴롭군요. 그래서 미뤄둔 포스팅을 꼭두새벽에 하고 있습니다. 그닥 센치한 시간대는 아니지만, 오늘 소개할 사람은 '시인'입니다. 당연히 소개드릴 책도 '시집'이 되겠죠?


오오, 훈남 스멜! 그의 이름은 심보선! 등단하신지 17년 되셨네요! 2008년 등단 14년 만에 묶어 낸 첫 시집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시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동경하기도 하구요. 심보선 시인의 시들은 '생각할 거리', '느낄 거리'를 건네줍니다. '늘 긍정적인 자세로 삶에 임하라!'식의 훈계나 계몽이 아니라 '이런 삶이, 생각이, 느낌이 있었다'라고 말을 겁니다.

종종 자기계발서적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결정지어진 의미를 그대로 흡수한다면, 소위 말하는 '밥을 입에 떠넣어 주는 식'에 그치고 말겠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순수문학이 자기성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심보선 시인의 시집은 2권입니다. 모두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왔어요. 시를 좋아하시지 않으셔도 문학과 지성사 시집의 표지는 대부분 익숙해하시더군요. 2008년 출간된 첫 시집의 제목은 '슬픔이 없는 십오초'입니다.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감상하세요!

슬픔이없는십오초:심보선시집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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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 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시집과 동명의 제목을 가진 시였습니다. (제가 카모마일 티를 워낙 좋아해서 마치 시 속 '여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히히) 어려운 어휘가 따로 없지만 다소 난해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감상은 여러분의 몫!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이어집니다.

청춘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복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고딩때 시를 끼적이던 저에게 가장 좋은 주제는 '청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재고 꾸며 시쳇말로 '허세'로 쓰여진 망작(ㅋㅋㅋ)이 대부분이죠. 심보선의 '청춘'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의 단편들, 현재의 삶들을 꺼내게 해주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읽고 펑펑 운 독자 1人! 찌질한 청춘의 대명사인 독자 1人!

눈앞에없는사람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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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8월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눈앞에 없는 사람'입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기쁨과 슬픔의 빈 공간에 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노라고 말하며 '사랑'을 안고 돌아왔어요. 사랑이 가지는 일종의 역설성, 말로는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그 특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직접 만나보실래요?

나무로 된 고요함

나는 나무로 된 고요함 위에 손을 얹는다
그 부드러운 결을 따라
보고 듣고 말한다
그대 기쁨, 영원한 기쁨의 지저귐이
사물들의 원소 속에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하느님은 여느 때처럼 말없이
황금 심장을 가슴 속에 품고 계신다
아, 거기서 떨어지는 황금 부스러기를
그 하나하나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유리와 불과 돌 속에서
지워질 이름이란 없을 것이거늘
쓸모를 모르는 완구(玩具)처럼
하늘의 언저리를 굴러가는 태양 아래
인간은 오래되고 희미한 기쁨의 필적들을
주워 모으는 절박한 수집광
아, 우리가 불안을 조금만 더 견뎠더라면
그것을 하느님이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었더라면
유리와 불과 돌 속에서
사라지는 이름이란 없을 것이거늘
나는 양손을 가슴팍 위로 거두어 모은다
망각이 그 부드러운 결을
한층 더 부드럽게 지워가며
나무로 된 고요함 아래 죽음을 눕힌다
그때 기쁨, 죽음으로부터
우연히 건너온 기쁨 하나를 움켜잡으려
나는 다시금 그 위에 손을 얹는다

'오래되고 희미한 기쁨의 필적들을 주워 모으는 절박한 수집광'이란 말에서 숨이 탁 막혔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손'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 살짝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면 더 풍요로운 감상이 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나의 약점

당신은 내게 어느 동성애 운동가의 시를 읽어준다
강렬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시를
내 언어가 결코 가닿지 못한 슬픔의 세계가
밤하늘의 성좌처럼 선명한게 펼쳐진 시를
나는 고통스럽다
반은 질투심에, 반은 감화되어
그러나 나는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실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한 명의 유순한 독자가 되어

시를 읽고 난 후 당신은 내게 웃으며 말한다
당신이 동성애자였다면
이렇게 좋은 시를 쓸 수 있었을 텐데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당신의 유일한 약점이군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당신의 위트 섞인 선의 아래에는
아주 날카로운 메시지가 숨어 있다
내가 중산층 이성애자 시인이라는 사실
그것은 유일한 약점이 아니라
나의 본질적인 한계가 아닌가?

-후략-

'사랑'이 어딨어?'라고 하실 분들을 위해 이번 시집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 한 편('사랑은 나의 약점')까지 덧붙였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게 되는 절절한 연시 계열이 아니죠? 일종의 성찰로 이어지는 전개가 자못 흥미롭습니다. 사실 시는 사시사철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짧은 가을이 겨울옷을 입기 전에 시집 한 권 들고 산책하시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쓰신다면 저도 꼭 읽게 해주세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